[현장] "물가 올라도 너무 올라"…20만원 들고 전통시장 가보니

김동철 2024. 9. 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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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1개 5천원, 주부는 '들었다 놨다' 반복…소비심리 위축
전주 모래내시장 [촬영 : 김동철]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어. 손님이 뚝 떨어져 마수걸이(첫 장사)를 못 할 때도 많고…. 체감상 작년 이맘때보다 40% 정도 오른 거 같아."

추석을 2주가량 앞둔 2일 오후 현금 20만원을 챙겨 전북의 대표 전통시장인 전주 모래내시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상인과 손님들은 한목소리로 확 뛴 물가에 혀를 내둘렀다.

우선 제사상에 가장 필요한 과일을 사고 시장 분위기도 파악한 겸 과일 상점에 들어갔다.

과일 가격 설명하는 상인 [촬영 : 김동철]

장사가 잘되냐고 묻자 상인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제법 굵직한 사과(부사) 1개가 5천원이었고 배는 이보다 비싼 7천∼8천원이었다.

자두는 ㎏당 1만원이었고, 여름이 지나가 곧 들어간다는 복숭아는 4㎏ 한 상자에 3만5천원 정도였다.

주인 강순덕(75)씨는 "여기서만 40년 넘게 장사했는데 요즘처럼 장사가 안되는 경우는 없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올여름 배가 햇볕에 데어 15㎏ 한 상자가 20만원까지 올랐었다"라며 "수십년간 장사한 나도 놀랐는데 손님들은 오죽할까 싶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가게에서 만난 60대 주부는 한참 동안 사과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자두 1만원어치만 샀다. 그는 "사과 한 개가 5천원이니 어떻게 마음 놓고 먹겠냐"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2일 전주 모래내시장서 구매한 20만원어치 물품 [촬영 : 김동철]

사과를 살펴보던 김모(58·여)씨는 "가격이 다 비싸니 이번 명절은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는 게 싸고 편하겠다"라면서 진담 같은 농담으로 거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통의 그 흔한 흥정의 풍경조차 찾기 어려웠다. 가격을 확인한 손님들은 그대로 물건을 내려놓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4만원을 주고 부사 4개와 배 3개를 산 뒤 어물전에 들렀다.

길이 20㎝가량의 조기 7마리는 3만원에 팔렸다. '국민 생선'인 고등어는 한 손(2마리)에 7천원, 꽃게는 ㎏당 1만5천원이었다.

홍어는 마리당 3만∼7만원, 갈치는 마리당 1만∼2만원으로 평상시와 비슷했다.

주인 함경순(53)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이맘때부터 생선류가 많이 팔리는데, 아직 한가하다"며 "생선류는 채소와 과일보단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주 모래내시장 채소가게 [촬영 : 김동철]

이어 정육점으로 향했다.

국거리용 소고기 3만원어치를 달라고 했더니 양이 어른 주먹만 했다. 600g이 채 안된다고 했다.

주인은 "더위가 가시질 않아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다"라고 짧게 말했다.

떡집에선 소포장한 떡을 한 팩에 3천원씩 팔았다.

주인 안금자 씨는 "물가가 많이 올랐어도 떡 가격은 큰 변동이 없다"라며 "우리 가게에서는 수년 전부터 한 팩에 3천원씩에 판다"고 귀띔했다.

채소가게를 슬쩍 훑어보니 고추 4개에 2천원, 오이 4개에 2천원, 새송이버섯 한 봉지에 2천원, 양파 한 망에 5천원씩에 판다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여기저기 들러 이거저거 사다 보니 준비한 20만원은 2시간 만에 동이 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사과(홍로) 소매가격은 10개에 2만5천622원으로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22.7% 내렸고 평년보다 12.4% 싼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 가격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이다.

반면 배(원황) 소매가격은 10개에 3만2천607원으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17.1%, 9.8% 비싸다.

배추 소매가격은 한 포기에 6천455원으로, 출하량이 늘면서 1주일 만에 값이 11.6% 내렸다.

무 소매가격은 1개에 3천718원으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38.7%, 42.1% 비싸다.

aT의 조사 내용과 다르게 전통시장에서는 물품 가격이 모조리 오른듯했다.

시장에서 만난 과일 상인을 비롯한 손님 10여명은 특히 사과의 경우 가격 하락을 실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불경기에 긴 폭염, 폭우까지 겹치면서 전통시장의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고, 이래저래 서민들의 주름이 깊어지는 듯 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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