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채굴장 만든 식품연 직원…기관 예산으로 시설 공사도

이병철 기자 2024. 9. 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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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연구원(식품연) 소속 직원이 홍보관 내부에서 암호화폐를 채굴한 것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로 적발됐다.

이 직원은 기관 예산을 이용해 암호화폐 채굴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거나 시설 공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 식품연 소속 A실장이 GPU 12개를 이용해 암호화폐 채굴을 한 것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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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빈 시설에 채굴 서버 구축
GPU 구매에 직원 계정 도용, 구매서도 조작 정황도
연구 자료 유출한 퇴직 연구원도 적발
한국식품연구원 전경.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지난 20일 한국식품연구원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내부 직원이 암호화폐 채굴을 위해 필요한 장비와 시설 공사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 과정에서 퇴직 연구자가 지속적으로 내부 정보에 접근하며 연구 자료를 유출한 정황도 확인됐다./한국식품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식품연) 소속 직원이 홍보관 내부에서 암호화폐를 채굴한 것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로 적발됐다. 이 직원은 기관 예산을 이용해 암호화폐 채굴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하거나 시설 공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진행 중 미인가 우회 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퇴직 연구자가 내부 자료를 빼돌린 사실까지 함께 적발됐다.

2일 과기연구회에 따르면 과기연구회 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식품연에 대한 암호화폐 채굴 및 연구자료 유출 관련 감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식품연은 내부 물품 수량 조사 중 그래픽처리장치(GPU) 수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체 조사를 벌여 인가되지 않은 외부망이 연결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과기연구회에 감사 요청을 해 이번 감사가 시작됐다. 과기연구회 감사위원회는 지난 5월 이틀에 걸쳐 예비감사를 실시했으며, 지난 6월 4일부터 28일까지 본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결과 식품연 소속 A실장이 GPU 12개를 이용해 암호화폐 채굴을 한 것이 드러났다. A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원들이 드나들지 않던 홍보실 내 VR실 창고에 암호화폐 채굴 서버를 만들었다. 기관 예산을 사용해 에어컨과 출입감지 센서를 설치하고 별도의 전기 공사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암호화폐 채굴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A실장은 암호화폐 채굴용 GPU를 구매하기 위해 소속 직원의 계정까지 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속 직원들에게 GPU 구매를 지시했으나, 구매가 늦어지자 본인이 직접 소속 직원의 계정으로 접속해 GPU를 구매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채굴 서버가 발견된 이후에는 본인이 신청한 GPU 구매신청서를 위조해 압류된 서버를 회수하려고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

과기연구회에 따르면 암호화폐 채굴로 인해 발생한 전기 사용료, 시설·장비의 임의 설치 비용을 고려했을 때 786만2990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감사에서는 퇴직 연구원이 우회망을 이용해 지속해서 내부 정보에 접근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식품연을 퇴직하고 국내 한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B교수는 퇴직 전 다른 업무 용도로 사용하던 컴퓨터에 비인가 우회 접속프로그램을 설치해 이 같은 비위를 저질렀다.

B교수는 퇴직 이후에도 연구원의 서버에 수시로 접속하며 두 차례에 걸쳐 내부 자료를 유출하기도 했다. 유출된 자료는 헬스케어 기술과 관련한 균주, 시료 등 핵심 데이터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연구회는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식품연에 A실장을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또 내부 정보시스템 관리책임자 2명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요구했다. B교수에 대해서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지난 6월 전북경찰청에 고발조치하고 이번주 중으로 소속 대학에 감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과기연구회 관계자는 “B교수는 정보 유출 혐의를 부인하며 별다른 목적 없이 접속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해 즉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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