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원식 ‘최초 패싱’ 尹…국회 도움 없이 ‘국정과제’ 성과 어떻게 낼까

변문우 기자 2024. 9. 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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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 불참 사유로 ‘국회 정상화’ 들었지만…‘한동훈에 대한 반감’도 감지
‘연금·의료개혁’ ‘저출생부’ 모두 국회 협조 필요…“尹, 외골수서 벗어나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사에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했다.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들어선 제6공화국 체제 이후 최초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이다. 대통령실에선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야권에 책임을 돌렸지만, '의대 증원' 문제로 대립각을 세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앙금을 일부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국정 개혁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입법부 협조가 필수인 상황에서 이처럼 입법부에 '감정적 대응'을 하는 것이 자충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왼쪽 사진은 8월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교에 설치된 '양보' 문구의 교통표지판 너머로 보이는 국회의사당 전경. 오른쪽은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尹, 민주화 이후 최초 '국회 개원식 불참 대통령' 타이틀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이뤄진 여야 당대표 회담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2일 예정된 국회 개원식에는 불참하기로 사전 결정했다. 개원식은 새로운 국회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큰 만큼,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국회에 직접 발걸음을 옮겨 여야와 정부 간 협치를 강조하는 연설을 맡아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번 개원식 불참을 결정하면서 1987년 헌법 개정 후 제6공화국 체제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없는' 개원식이 이날 치러졌다.

대통령실에선 야권의 입법독주와 정치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이 정리돼야만 대통령이 국회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특검‧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나서 대통령을 초대하는 것이 맞다"며 "이번에도 대통령을 불러다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망신 주기를 하겠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갈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표면적으로는 야권에 책임을 돌렸지만,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도 은연중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최근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을 꺼내자 용산에서도 당을 향해 불쾌함을 간접 표출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당초 8월30일로 예정됐던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연기한 데 이어, 취임 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연찬회도 불참했다.

'당정 갈등설'이 불거지자 윤 대통령은 8월29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당정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결국 '한동훈' 이름 석 자는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한동훈 대표도 8월30일 당 연찬회 폐회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면서도 '일각의 당정갈등 비화 시각'에 대해 "그 일각이 대통령실 일부인 것 같은데 그렇게 익명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상황을 좋게 만드는 것 같진 않다. 내가 당대표다"라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지난 7월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 20%대 추락 중인 尹…"與에게도 버림당할 수 있어"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국회와 대립각을 세울수록 최근 국정브리핑에서 밝힌 '4대 개혁'과 '저출생 대책' 실현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을 통해 연금·의료·교육·노동개혁 등 '4대 개혁' 추진에 '저출생 문제' 해결 의지를 재천명했다. 그는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며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면 하지 않는 것이 훨씬 편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와의 정치적 소통과 타협 없이는 행정력만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무리가 따른다. 정부의 숙원 과제인 연금개혁의 경우도, 윤 대통령이 내세운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와 '모수 및 구조 변경'을 위해서는 여야 합의를 거쳐 국민연금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여야는 각종 현안을 놓고 어느 쪽도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야 간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도 계속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의료개혁 과정에선 당정 간 갈등까지 노출됐다.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이견을 표출하면서 당정 간 원활한 논의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물론 일부 친윤(親윤석열)계 의원들은 한 대표의 리더십이나 소통력을 문제 삼으며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긴 하지만, 결국 한동훈 대표가 당내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당정의 온전한 화합을 기대하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이 5월말 저출생 문제 타개를 위해 내놓은 '저출생부 신설'도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앞서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전원은 저출생부 신설과 정무장관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7월에 발의했으나 이후 진전 사항은 들리지 않고 있다. 결국 저출생부 신설은 물론 저출생 정책을 지원사격할 입법도 국회의 영역인 만큼, 윤 대통령에게 국회 설득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미 윤 대통령이 각종 법안들에 대해 소통 과정도 없이 연일 '거부(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주요 여론조사 기관들의 조사 결과에서 모두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8월30일 발표한 조사(유권자 1002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선 23%,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조사(유권자 2513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p)에선 29.6%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날 시사저널과 만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 '지금 국회 상황은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거부 입장을 밝힌 장면을 거론해 "민생 법안마저 거부권을 연일 행사하는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계속 외골수 포지션만 강조할수록 윤 대통령은 야권은 물론 여당에게도 버림 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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