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면 국기문란” “눈에 헛것을 봤나”…與, 민주당 계엄 발언 맹폭

국민의힘, 야당 의혹 적극 반격
“내 귀에 도청장치 같은 얘기”
“궁예 관심법” 등 맹비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2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계엄령 준비 의혹'에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문란"이라고 반격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눈에 헛것이 보이는 것'이라거나 '거짓 프레임을 만들려는 빌드업', '궁예의 관심법'이라고 하는 등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공당인 민주당이 정치공세를 넘어 선동 목적의 극단적 괴담을 퍼트리고 있다는 게 여당의 판단이다.

"내 귀에 도청장치" 같은 얘기... 근거 제시하라

한동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정부의 계엄령 준비' 발언을 겨냥해 "11년 만의 여야 대표회담에서 얘기가 나올 정도면 민주당이 모두를 수긍시킬 근거를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근거를 차차 알게 될 거라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내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어 "근거를 제시하라"며 “거짓말이면 국기문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여야 대표회담에서 “최근에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이는 완벽한 독재국가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천준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도 “지금 이 정권 어딘가에서 그런(계엄령) 고민과 계획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했다.

계엄령이란 전시·사변 등의 국가비상사태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를 말한다. 앞서 김병주 의원은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이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언급하며 “탄핵과 계엄 대비용”이라고 주장하며 '계엄령 의혹'의 물꼬를 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습관적 계엄령 의혹 제기에 "궁예 독심술이냐" 비판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 대표가 무책임한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판결 선고 날짜가 가까워지니 눈에 헛것이 보이는 게 아닌가”라며 “이러지 말고 빨리 재판에 참석해서 판결이 선고되면 이 대표의 증상이 완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민주당 의원의 돈봉투 수수 사건과 관련해 유죄 판결이 나오기 시작하자 윤석열 정부가 야당 의원을 잡아간다는 거짓 프레임을 만들려는 빌드업 같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계엄을 검토했다는 소위 기무사 계엄문건 사건은 단 한 명도 기소하지 못하고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며 “그 과정에서 문재인 정권은 기무사를 초토화시키고 방첩기능을 와해시켰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SNS에서 “민주당의 작태는 과거 드라마 ‘왕건’에서 독심술로 ‘마구니’(악마) 사냥을 즐겼던 궁예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의 계엄령 의혹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 작성된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문건을 두고 “기무사가 쿠데타 음모를 획책했다”고 했다. 문 정부는 검사 37명을 투입해 200명 넘게 조사했지만 내란 음모는 찾지 못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