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세대 쇄빙선 예산 400억원 증액 추진…2030년 임무 돌입 목표

이병철 기자 2024. 9. 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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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들, 수익성 부족 탓에 사업 미입찰
사업비 증액해 2030년 임무 시작 목표
차세대 슈퍼컴도 비용 상승으로 난항 중
극지연구소가 운영하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아라온호와 함께 한국의 극지 연구에 사용할 '차세대 쇄빙선' 도입 사업이 선박 건조비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사업 예산을 증액해 2030년까지 취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극지연구소

차세대 쇄빙선 도입 사업이 선박 건조비 증가로 난항을 겪자 정부가 사업비 증액을 추진하기로 했다. 쇄빙선은 남·북극에서 얼음을 깨뜨리고 항해하는 연구 선박이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극지 연구가 과학뿐 아니라 북극 항로 개척 같은 경제적 중요성도 있는 만큼 필수 연구 인프라인 쇄빙선 건조 사업을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감축됐던 연구개발(R&D) 예산이 이미 내년에 대폭 증가해 추가로 연구 인프라 예산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정부는 차세대 쇄빙선 도입 사업의 사업비를 증액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예비타당성조사에 따라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증액 규모는 추가적인 예타를 받지 않는 4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최근 선박 건조비가 급상승하며 조선사들이 현재 사업비로는 입찰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며 “사업비를 증액한 후 내년 5월 이후 재공고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쇄빙선은 국내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와 함께 한국의 극지 연구를 이끌 연구용 선박이다. 아라온호는 2009년 준공해 15년 동안 한국의 극지 연구를 이끌어 왔다. 세계 최초로 북극 동시베리아해 거대 빙상의 흔적을 발견하고, 극지의 기후 변화가 한국의 겨울 한파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아라온만으로 남극과 북극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 차세대 쇄빙선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쇄빙선 두 척으로 남극과 북극을 나눠 연구하기 위해 2015년부터 차세대 쇄빙선 도입 사업을 추진했다.

정부는 차세대 쇄빙선 도입 사업에 예산 2774억원을 배정해 대규모 투자의 적합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거쳤다. 목표는 2026년 취항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선박 건조 사업은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앞서 5차례 선박 건조를 맡을 조선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한 차례 사업 종료 기한을 연장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선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는 현재 건조비로는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업비 증액을 검토 중이다. 현재 차세대 쇄빙선 도입 사업의 총 예산 2774억원 중 선박 건조비는 2200억원 수준이다. 증액 예상 규모인 400억원은 현재 차세대 쇄빙선 도입 사업의 15% 수준으로, 이는 예타를 다시 받지 않고 예산 조정이 가능한 수준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사업 완료를 목표로 증액을 검토 중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차세대 쇄빙선의 도입이 국내 기후 연구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라온호가 1m 두께의 빙하를 깨고 항해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 차세대 쇄빙선은 1.5m 두께의 얼음을 쇄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전에는 접근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연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저유황 경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 운항이 가능하다. 배수량은 1만6560t으로 아라온호의 7507t의 2배를 넘어 더 많은 첨단 연구 장비를 싣고 항해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대가 감축했던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이 내년에 대폭 증가한 상황에서 추가로 연구 인프라 예산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용 상승으로 도입이 지연되는 연구 장비는 차세대 쇄빙선뿐만이 아니다. 사업비 증액도 우선 순위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슈퍼컴퓨터 6호기 사업도 비용 상승으로 인해 여전히 표류 중이다. 슈퍼컴퓨터 6호기는 25.7PF(페타플롭스·1초당 1000조번 연산 처리) 성능인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보다 약 20배 빠른 600PF급 연산 능력을 갖춰 대형 시뮬레이션(가상실험) 연구에 필수적인 장비다.

하지만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 사업도 그래픽처리장치(GPU) 가격 상승으로 인해 3차례 유찰됐다. 연산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운영 최적화를 위해 도입하는 파일럿 시스템의 저장 용량과 노드 수 조건을 주 시스템의 1%에서 0.5%로 조정해 성능까지 낮췄으나 입찰에 나선 업체는 없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 사업의 증액 규모에 대한 협의는 마친 상태”라며 “조만간 증액 절차를 진행하고 공고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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