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넘고 계단 오르고…장애물따라 `딱딱·말랑` 오가는 바퀴 개발

기계연, 장애물 강성에 따라 휠 실시간 변화
18 높이 계단 오르고..4륜 이동체 적용 가능

한국기계연구원이 표면장력 원리를 모사해 강성이 바뀌는 모핑 휠을 개발했다. 모핑 휠은 바위 등의 장애물을 만나면 강성이 바뀌어 운행할 수 있다. 기계연 제공

강성이 바뀌는 표면장력을 모사해 개발한 박동일(왼쪽) 기계연 첨단로봇연구센터장과 송성혁 박사. 기계연 제공

계단이나 바위 등 다양한 장애물의 모양과 강성에 따라 바퀴 모양을 바꿔 이동할 수 있는 휠이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송성혁·박동일 박사 연구팀이 액체 방울의 표면장력 원리를 모사해 강성이 자유자재로 바뀌는 모핑 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이를 실제 이동체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모핑 휠은 복잡한 기계 장치나 센서 없이 스마트 체인 블록에 적용되는 표면장력만 변경시켜 강성을 바꾸는 바퀴 시스템이다. 일반 도로 주행 시에는 단단한 원형의 바퀴로 작동하다가 장애물을 넘을 때는 바퀴가 말랑해져 장애물의 높낮이나 모양에 따라 휠을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 있다.

기존에 비공기압 타이어처럼 휠 내부를 유연 구조체로 구성하는 기술이 있었지만, 평지 주행 시 휠에 지속적으로 큰 변형이 발생해 주행 효율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소음이 커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휠은 강성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어 고속의 평지 주행 시 일반적인 휠과 비슷한 강성을 유지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실시간으로 휠을 말랑하게 바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

모핑 휠은 휠의 가장 바깥쪽에 스마트 체인 블록이 있는데, 여기에 스마트 체인 블록의 표면장력을 제어하는 와이어 스포크(휠 허브와 휠 외곽 구조를 연결하는 바퀴살) 구조가 휠의 허브 구조와 연결돼 있다. 허브 구조가 회전하거나 거리가 변하면, 연결된 와이어 스포크 구조가 강하게 당겨지거나 느슨해지면서 스마트 체인 블록의 표면장력이 변화하는 원리를 적용했다.

연구팀은 강성을 변화시키는 메커니즘을 소형화·경량화해 휠 내부 공간에 삽입하고, 이를 모듈화해 투휠 휠체어 등 다양한 이동체 시스템에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휠의 강성을 변화시켜 안정적인 이동이 가능하고, 바위나 18㎝ 높이의 계단을 오르내렸다. 또한 4륜 기반 이동체에 적용해 장애물 극복 성능을 시험한 결과, 휠 반경의 1.3배 높이의 장애물까지 안정적으로 극복했다.

송성혁 기계연 박사는 "모핑휠은 기존 휠의 장점인 높은 이동효율은 유지하면서 휠의 한계점이었던 장애물 극복까지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장애물 극복이 가능한 휠체어와 다양한 이동 로봇, 탑승형 운송 수단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로봇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8월호)' 표지 논문에 실렸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