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이어 뷰캐넌도 MLB서는 파리 목숨… KBO 장수 외국인들의 시련, 앞으로 어떻게 되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989년생 동갑내기인 케이시 켈리(35)와 데이비드 뷰캐넌(35)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장수 외국인 선수로 불렸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뛰어났기에 한 팀과 계속 재계약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었고, 뛰어난 기량은 물론 인성과 한국에 대한 존중까지 보여주며 리그 구성원과 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켈리는 2019년 LG와 계약을 한 이후 올해 7월까지 KBO리그 통산 163경기에서 989⅓이닝을 던지며 73승46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뷰캐넌 또한 2020년 삼성에 입단해 2023년까지 KBO리그 통산 113경기에서 699⅔이닝을 던지며 54승28패 평균자책점 3.02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모두 팀 에이스는 물론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에이스들이었다.
각기 다른 경로로 한국에서 왔듯이, 이들은 각기 다른 경로로 미국으로 돌아가 메이저리그 재도전이라는 마지막 숙원 사업 해결에 나섰다. 켈리는 2018년, 뷰캐넌은 2015년 이후 메이저리그 등판이 없었다. 켈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자리가 마땅치 않자 2019년 LG와 계약했고, 뷰캐넌은 일본리그에서 뛴 뒤 한국에 왔다.
이중 뷰캐넌은 2023년 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복귀와 삼성과 재계약을 놓고 고민하다 전자를 택했다. 삼성은 2년 계약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뷰캐넌을 잡으려 했지만, 사실 외국인 선수에게 팀당 줄 수 있는 금액이 한정되어 있어 뷰캐넌의 마음을 확 사로 잡기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뷰캐넌은 고민하다 메이저리그 도전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삼성은 코너 시볼드와 대니 레예스를 영입하며 뷰캐넌의 자리를 채웠다.
다만 메이저리그 도전이 쉽지 않았다. 당초 뷰캐넌은 보장 계약을 제안한 한 구단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이 구단이 다른 선수로 선회하면서 컴백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받지 못한 채 친정팀이라고 할 수 있는 필라델피아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일단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좋은 활약을 하면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실제 필라델피아와 계속 시범경기에서 뷰캐넌을 기용하며 테스트를 거쳤다. 하지만 뷰캐넌의 기량과 성적은 필라델피아의 선발진을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일단 마이너리그 트리플A 무대에 있으면서 메이저리그의 결원이 나길 기다렸는데 운도 없었다. 하필이면 필라델피아가 시즌 초반 리그 최강의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며 뷰캐넌이 올라올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시즌 내내 기다렸지만 콜업은 없었다. 뷰캐넌도 그렇게 지쳐갔다.
뷰캐넌은 올해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르하이밸리에서 22경기(선발 16경기)에 나가 9승3패 평균자책점 4.82를 기록했다. 매 경기 5~6이닝 정도를 안정적으로 잡아줬지만 압도감은 없었다. 미국에서 뷰캐넌의 공은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었고, 맞혀 잡는 피칭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자 신시내티가 눈독을 들였다. 선발 투수들의 줄부상으로 대체 선발, 혹은 길게 던져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던 신시내티였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신시내티가 뷰캐넌을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했다고 28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신시내티는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내년을 기약하며 올해 막판은 대체 자원으로 로테이션을 꾸릴 생각을 한 것이다.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길게 던질 수 있는 롱릴리프 자원이 필요했고, 한국에서부터 꾸준하게 관찰한 뷰캐넌을 기어이 영입했다.
뷰캐넌은 트레이드 이후 구단 산하 트리플A팀 루이빌에 배정됐다. 하지만 희망이 있었다. 신시내티 마운드 사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하루에도 5~6명의 투수가 나가는 게 일상이었다. 마운드 로스터 로테이션이 활발해 뷰캐넌에게도 최소 한 번의 기회는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 예상은 현실이 됐다. 신시내티는 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2024 MLB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뷰캐넌을 전격 콜업했다. 여차하면 이날 경기에서 쓰기 위해서였다.
MLB 공식 홈페이지(MLB.com)은 "일요일 경기가 열리기 전에 신시내티는 고갈된 투수진을 보강하기 위해 뷰캐넌을 로테이션에 포함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 구원 등판해 3⅓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감격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마쳤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이던 2015년 10월 5일 이후 약 9년 만에 꿈의 무대를 밟았다.
그 자체로 감격이었는데 나름 잘 던졌다. 0-3으로 지고 있던 4회 신시내티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뷰캐넌은 첫 타자 리스 호스킨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이후 게럿 미첼에 볼넷을 내줬지만 조이 오티즈와 브라이스 튜랑을 각각 중견수 뜬공,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한결 여유를 찾은 뷰캐넌은 5회 세 타자를 깔끔하게 정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6회에는 윌리 아다메스에 중전 안타, 블레이크 퍼킨스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1사 2,3루에 몰렸다. 이후 미첼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지만 그사이 3루 주자 아다메스가 홈을 밟으며 이날 첫 실점을 했다. 다만 이어진 2사 3루에서는 오티즈를 1루수 뜬공으로 잡고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7회도 마운드를 지킨 뷰캐넌은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잭슨 추리오에게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됐다. 다만 이 주자가 홈을 밟지 못하며 뷰캐넌은 이날 1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뷰캐넌은 총 58개의 공을 던졌다. 커터(20개), 싱커, 체인지업(이상 15개), 커브(7개), 포심 패스트볼(1개)을 나눠 던지면서 다양한 구종으로 밀워키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나갔다. 최고 구속은 93.3마일(약 150.2㎞)까지 나왔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뷰캐넌은 경기 후 지역 유력 언론인 ‘신시내티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야구를 사랑한다. 아직 힘이 남아있기 때문에 계속 야구를 하려고 한다. 남아있는 힘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격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치렀으니 여세를 몰아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활약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마운드에 던질 선수들이 더 필요했고, 어차피 뷰캐넌을 팀의 장기적인 대안을 생각하지 않은 신시내티는 2일(이하 한국시간) 밀워키와 경기를 앞두고 투수 브랜든 윌리엄슨, 브렌트 수터, 외야수 제이크 프레일리를 로스터에 등록했다. 이날부터 메이저리그 로스터는 26인에서 28인으로 확장된다. 세 명의 선수가 올라왔으니 29명인데, 한 명이 제외되어야 했고 결국 뷰캐넌이 양도선수지명(DFA) 돼 로스터에서 빠졌다. 뷰캐넌으로서는 하루 만에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지워진 것이다. 파리 목숨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좋은 투구를 한 다음 날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냉정한 비즈니스의 현실이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끝났기 때문에 뷰캐넌은 웨이버 절차를 거친다. 타 팀이 원한다면 뷰캐넌을 영입할 수 있지만, 사실 시즌 막판이고 각 팀마다 테스트해야 할 자원이 있어 웨이버 클레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 경우 뷰캐넌은 구단의 마이너리그 팀으로 내려가야 한다. 앞서 신시내티에서 2경기를 뛴 뒤 DFA된 켈리는 팀 조직에 남는 것을 선택했고 트리플A팀에 다시 할당됐다. 뷰캐넌과 켈리가 올 시즌 내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며 재기를 향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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