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규제에도 가계대출 8조원 ‘쑥’…‘더 큰 카드’ 만지작
LTV 축소, 전세대출 DSR 반영 등 추가 규제 거론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개입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폭이 더 가팔라지는 흐름이다. 이달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으면, 당국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축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등의 보다 강도 높은 추가 대출 규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규제 전 막차 타자"…주담대 또 폭증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24조617억원으로, 지난 7월 말보다 8조3234억원 늘어났다. '영끌' 광풍이 불던 2021년 4월(9조2266억원 증가) 이후 3년5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이 견인하고 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567조735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7조3234억원 불었다. 월간 기준 역대 최고 증가 폭을 보였던 지난 7월(7조5975억원 증가)보다는 약 2000억원 줄어들었지만, 남은 영업일인 지난달 30~31일에 취급된 대출 규모까지 고려하면 8조원을 넘어섰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지난달은 주담대 금리 인상과 만기 축소 등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이미 시작된 시점이라 충격이 상당하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기존 50년이던 주담대 만기를 일괄적으로 30년으로 축소했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로 대표되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전세대출에 제한을 걸기도 했다. 이 같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출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한다. 스트레스 DSR이란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한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지금까지는 전국 0.3~0.4%포인트가 적용됐지만 전날부터는 수도권 1.2%포인트, 비수도권 0.75%포인트로 상향됐다. 연소득 6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경우 한도가 5500만원가량 줄어든다. 은행권 관계자는 "규제 시행 직전 수요가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이달부터는 각종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기 때문에 수요가 크게 증가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대출 진정 안 되면 10월부터 추가 규제"
다만 가계부채가 수그러들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을 시작으로 이달부터 본격적인 '금리 인하' 국면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상당해서다. 시중금리는 이 같은 기대감이 선반영돼 이미 크게 내려간 상태다. 금리 인하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 각종 대출 규제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는다.
이에 당국은 추가 대출 규제를 고려하고 있다. 9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으면 오는 10월부터 더 강하게 고삐를 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서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며 "9월 이후에도 대출이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면 지금 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게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추가 대출 규제 방안으로는 정책 모기지와 전세대출을 DSR 범위에 포함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현재는 보금자리론‧디딤돌 등의 정책모기지와 전세대출은 DSR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를 확대해 직접적으로 대출 한도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는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어, 전면 적용보다는 이자상환분에만 DSR을 우선 적용하는 안이 거론된다. 이밖에 최대 100%에 달하는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을 낮추고 주담대 거치기간을 없애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LTV 규제 강화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TV는 DSR보다 직접적으로 대출의 총량을 관리하는 방안이다. 일례로 LTV가 50%에서 30%로 낮아지면 10억원의 주택을 매매할 때 빌릴 수 있는 돈은 최대 5억원에서 3억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지난달 21일 금융위원회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추가 대출 규제 관련 다양한 방안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추이,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봐가며 필요시 DSR 적용범위 확대, 은행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 추가조치를 검토하고 단계별로 시행할 예정"이라며 "서민·취약계층 등 실수요자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금융사의 건전성 등에 대한 영향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시행 시기와 강도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의대 증원’ 정면 충돌한 윤석열과 한동훈…총선 때도 한덕수 가운데 두고 맞붙었다 -
- “이대로면 응급실 셧다운될 것” 경고…위기의 의료 현장, 추석이 두렵다 - 시사저널
- ‘김건희 여사 친오빠’, 돌연 야권의 공격 타깃 됐다…이유는? - 시사저널
- 노소영 측, 김희영 20억원 기습 입금에 “돈만 주면 그만인가” - 시사저널
- ‘덜컹’ 하더니 승용차 통째로 빠졌다…서울 한복판서 싱크홀 사고 - 시사저널
- ‘재계 저승사자’ 칼끝 앞에 선 신풍제약 2세 장원준 - 시사저널
- “내 애한테 물을 튀겨?”…발달장애 아동 머리 잡고 물에 밀어넣은 30대 - 시사저널
- 임종석, 검찰서 진술거부…“尹 향한 빗나간 충성, 모두가 불행해질 것” - 시사저널
- ‘왜 바지가 커졌지?’…나도 모르게 살 빠지는 습관 3가지 - 시사저널
- ‘풋 샴푸’를 주방용 세제나 살충제로 쓴다고?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