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조절해 원하는 이미지 띄운다…개인정보보호 디스플레이 개발

(왼쪽부터) 이효민·노준석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와 윤종선 연구원, 정충환 통합과정생. 포스텍 제공

습도를 조절해 원하는 이미지와 색으로 바꿀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개발됐다. 습도를 기록하는 센서로 활용할 수 있어 유통, 제조업 등에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텍은 이효민·노준석 화학공학과 교수, 윤종선 연구원, 정충환 통합과정생 연구팀이 광(光) 반응성 고분자를 활용해 습도에 반응하는 다중 이미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구조색'을 구현한다. 구조색은 물질의 구조와 빛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색을 말한다. 나비 날개에서 빛이 반사될 때 다양한 색상이 나타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일반적인 염료나 안료와 달리 구조색은 열과 화학물질에 강하며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이 뛰어나면서 독성이 없어 차세대 친환경 디스플레이로 학계와 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는 구조색 기술 개발시 정보를 표현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점이다. 특정한 구조색을 나타내는 구조가 물질의 표면이나 내부에 형성되면 이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설계된 색상과 이미지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습도와 같은 주변 환경의 자극을 이용하여 색상을 조정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색상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여러 이미지를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포스텍 연구팀은 고분자 화합물인 '카르복시메틸 셀룰로오스(CMC)'에 '아자이드 그룹'을 도입해 기존 구조색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아자이드 그룹은 화학에서 중요한 기능성 물질 그룹 중 하나로 세 개의 질소 원자가 선형으로 배열된 구조(-N₃)를 가지는 점이 특징이다. 

아자이드 그룹을 이용하면 CMC로 이뤄진 하이드로겔 박막에서 원하는 영역에 원하는 두께로 패터닝할 수 있다. 습도에 따른 팽창·수축 정도를 조절해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같은 특성을 이용해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마이크로미터 규모 각 픽셀의 화학적 팽윤 특성과 기하학적 두께를 동시에 제어, 각 습도 조건에 따라 다중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팽윤이란 고분자 화합물이 용매를 흡수해 부피가 늘어나는 특성을 말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습도가 85%일 때는 A 사이트로 연결되는 QR코드가 활성화되고, 습도가 더 증가해 95%에 도달하면 A가 아니라 B 사이트로 이어지는 QR코드로 바뀌도록 설계할 수 있다. 특정한 조건에서만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보안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팽윤 특성과 광학적 특성을 접목하여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습도 감응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 노 교수는 “연구팀의 기술은 정보 보호 및 안전한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농작물 등 상품이 유통될 때 어떤 습도에 노출됐었는지 추적하고 기록할 수 있는 센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