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인질 학살, 이스라엘 안팎에서 '부글'...책임 공방 이어져

박종원 2024. 9. 2. 13: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인질 6명 시신 확인 후 이스라엘서 70만명 시위
정부 상대로 휴전 협상 및 인질 석방 요구...네타냐후 비난 여론 거세
이스라엘은 하마스 탓이라고 주장, 하마스는 휴전 거부한 네타냐후 비난
美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 편에서 하마스 규탄 "테러 집단"
바이든 정부에 맞서는 공화당 트럼프는 "지도력 없는 바이든-해리스 탓" 공격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6명의 이스라엘 인질이 추가로 사망하면서 이스라엘 전역에 걸쳐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라엘과 미국,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는 각각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으며 이로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약 70만명 모여...인질 석방 외치며 정부 비난
미국 CNN은 이스라엘 시민단체 '인질·실종 가족 포럼'을 인용해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55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왔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는 최소 70만명이 모여 인질 석방 및 휴전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텔아비브 시위대가 28만명이라고 전하면서 지난해 10월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설명했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남부 라파 지역의 지하 터널에서 6명의 인질 시신을 수습했다. 6명 가운데 5명은 지난해 10월 하마스 습격 당시 이스라엘 남부 음악축제에서 납치됐으며 1명은 이스라엘 집단 거주지(키부츠)에서 붙잡혔다. 축제에서 납치된 인질 중 하나였던 23세 남성 허쉬 골드버그 폴린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국적자였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했다. 이 가운데 109명은 지난해 말 임시휴전 당시 풀려났고 8명은 이스라엘군에게 구조되었다. 37명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TOI는 남은 97명 가운데 33명이 이미 숨졌다고 예상했다. 현지 매체들은 부검 결과를 인용해 이번에 발견된 6명의 인질이 발견되기 약 48시간 전에 살해되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올해 초부터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마스는 지난달 2차례의 휴전 협상에 모두 불참하며 중재국들이 마련한 휴전안을 거부했다.

1일 텔아비브에 모인 시위대는 이스라엘 국방부 청사까지 6개의 관을 끌고 행진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휴전 협상 및 인질 석방을 요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도로를 막고 불을 질렀으며 텔아비브에서만 최소 29명이 체포됐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정부가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회원이 약 80만명에 달하는 이스라엘 최대 노동운동 단체 '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히스타드루트)'은 2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선언했다. 히스타드루트의 아르논 바르 다비드 위원장은 휴전 협상을 요구하면서 "우리는 협상 대신 시신만 돌려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8월 3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 인근 지하 터널에서 발견된 이스라엘 인질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알모그 사루시, 알렉산드르 로바노프, 카멜 가트,허쉬 골드버그 폴린, 에덴 예루샬미, 오리 다니노.AFP연합뉴스

美·이스라엘·하마스 서로 '남 탓'
네타냐후는 1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하마스가 다시는 이런 잔혹행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모든 일을 해야만 한다"며 "하마스는 지난해 12월 이후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가 "더 나쁜 것은 이런 순간에 우리 인질 6명을 살해했다는 것"이라며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하마스의 사미 아부 주흐리 대변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아라비야방송을 통해 "이스라엘 죄수 살해의 책임은 네타냐후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인들은 네타냐후와 협상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하마스 정치국원 중 한명인 이자트 알 리시크 역시 "이스라엘은 인질 협상을 타결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도 이중 국적을 지닌 미국인이 사망하자 논란이 일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골드버그 폴린의 부모와 통화하고 애도를 표했다. 바이든에 이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같은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하마스는 사악한 테러 조직"이라면서 "이번 살인으로 하마스는 더 많은 미국인의 피를 손에 묻히게 됐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및 이스라엘에 있는 미국 국민에게 가하는 위협은 제거돼야 하며 하마스는 가자를 통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든과 함께 억류된 미국인 인질 구출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전화 통화로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오스틴은 하마스 지도자들이 그들의 범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확언했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정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대선에서 해리스와 맞붙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태의 책임을 바이든 정부에 돌렸다. 그는 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미국의 힘과 지도력의 완전한 결여로 인해 하마스에 의해 살해된 훌륭한 미국 시민 허시 골드버그 폴린을 포함한 이스라엘 인질의 무의미한 죽음을 끔찍하게 애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번 일은 해리스와 부정직한 바이든이 형편없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법무부를 동원해 자신을 공격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칸 유니스 지역에서 현지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옆을 지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