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친코2’ 정은채 “물정 모르던 경희, 성장해”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2’로 찾아온 정은채가 최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친코’는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과 꿈을 그려낸 작품이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시즌2에서는 시즌1으로부터 7년이 지난 1945년 오사카를 시작으로, 2차 세계대전의 위협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선자(김민하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또 1989년 도쿄를 배경으로 벼랑 끝에 몰린 솔로몬(진하 분)의 이야기도 담는다.
정은채는 선자의 손윗 동서 ‘경희’ 역을 맡았다. 부잣집 딸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란 아가씨로 마찬가지로 유복한 양반 가문의 장남인 선자 남편 이삭(노상현 분)의 형 요셉(한준우 분)과 결혼했다. 가세가 기울면서 처음 겪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가족을 지키려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는 인물이다.
정은채는 2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소감을 묻자 “시즌1이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다. 좋은 평을 받아서 시즌2가 제작됨에 반가운 마음이다”라며 “많은 캐릭터들의 서사와 확장된 내면 이야기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시즌1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시즌2 역시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이목이 집중돼 부담감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정은채는 “모든 작품이 그렇다.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시청자분들께 소개할때 늘 부담감을 가진다. 기분 좋은 긴장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1에서 확장하지 못했던 경희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어서 기분 좋고 갑갑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해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시즌1과 시즌2 사이에는 7년이라는 시간적 공백이 있다. 정은채는 “시즌1에서는 아직은 단단해지지 않은, 어떤 면으론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유약한 캐릭터로 소개됐다. 시즌2에서는 경희가 지난 세월 동안 내려놓고 현실을 인정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을 겪은 것 같다. 조금은 인간적으로 더 성장한 어른의 모습에 가깝게 보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은채는 시즌2에 창호(김성규 분) 역으로 합류한 김성규와도 합을 맞췄다. 정은채는 “창호는 원작이나 대본에 그려진 모습이 너무 궁금한 역할이었다. 멋있고, 매력있고 힘있는 캐릭터라 많은 배우들이 궁금해하고 기대했다. 시즌1에서 나왔던 다른 남자 캐릭터와는 다른 매력이 있어서 궁금했던 배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희와 창호가 얼마나 좋은 호흡을 보여줄지 확인하는 케미스트리 오디션에서 제가 현장에 있었는데 김성규 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잠깐, 찰나에 느낀 이미지와 느낌들이 (창호가 될 것 같았다)”고 첫인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은채는 또 “대사를 준비해와서 담담히 연기하는데 이 분이 창호 역에 캐스팅되겠다는 느낌이 강했다. 잘해낼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시즌2에는 경희와 창호의 미묘한 감정이 그려진다. 정은채는 “경희는 창호를 알아가고 바라보면서 어떤 지점에서는 나를 보는, 거울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알 수 없고 힘든 마음을 이 사람이라면 나를 이해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은채는 극 중 장면을 자세히 스포하지는 않았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을 연기해야 했다. 연기하면서도 어렵고 스스로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경희가 살아오는 동안 어떤 경험치들이 쌓였을거다. 그게 쌓여서 그 사람이 되는걸 무시하지 못한다. 조여 오는 벽을 뚫고 나가고싶은 마음이 있지만, 지켜왔고 지켜가야하는 것들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종교가 있는 인물이라서 그런지 신념을 벗어던지지는 못한다”고 말해 궁금증을 더했다.
경희와 선자는 출신부터 살아온 삶의 방식까지 모두 다른 사람이다. 정은채가 본 두 사람은 어떨까.
정은채는 “선자는 야생에 핀 들꽃, 야생화같은 사람이다. 어디서든 생존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사람같다. 어머니의 피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면서 “경희는 온실 속 화초처럼 보호받으면서 살아왔다. 그게 척박한 상황에서 장점보다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자신이 가진 미성숙한 부분에 대해 선자를 만나면서 알아간다. 연기를 하면서 갑갑한 부분이 많았고, 선자가 말하는 것에 동요되기도 했다. 경희로도, 정은채로도”라고 설명했다. 또 “경희는 안전지향적이다. 가족이라는 틀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하고, 가족을 유지하는게 이 캐릭터의 전부”라며 “시즌2에서는 인물들의 자화상을 통해 역사 배경을 설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죽어가지만, ‘내일이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 치열한 우리 모습에 집중하면서 연기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은채는 또 “시즌1에서 나이 든 경희가 죽음을 앞두고 노년의 선자에게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라고 말한다. 그 장면을 좋아하고 마음에 많이 담아뒀다. 시즌2까지 이어지는, 경희를 관통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며 시즌2에서 그려질 경희의 선택의 순간을 예고, 기대감을 더했다.
그러면서 “모든 배역을 두 가지로 나눠본다면 생존가와 몽상가로 나뉜다.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여지고 한 가지를 선택한다. 선자와 한수의 사랑 방식이 다르지만 생존의 방식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경희는 몽상가보다 생존가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다. 늘 인간은 두가지 마음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 자아를 찾는 여정이 시즌2에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일교포인) 이상일 감독에겐 본인 삶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파친코’를 깊이 이해하고 계시더라. 본인이 살아온 삶, 재일교포가 어떻게 사는지 실제론 어떤 지에 대해 말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들이 배우들과 열어두고 소통을 많이 했다. 무조건적으로 연출방향을 지시하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였다. 다 같이 만들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려고 열린 마음, 열린 귀로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가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문화권이 다른 만큼 이견이 생기는 부분 역시 있었단다. 정은채는 “꽤 많았다. 감사의 표현, 존경의 표현, 사랑의 표현이 (문화권마다) 정말 다르다.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대본을 가지고 표현할 때 그 수위, 범위가 훨씬 넓더라. 좀 놀랐던 장면들도 몇 있었다. 그럴때면 ‘이건 아닌 것 같고 경희라면 이렇게 표현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을 확실히 말했었다. 그러면서 조절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정은채는 이삭이 집에 돌아오는 장면에서 리안 웰햄 감독이 ‘손등에 뽀뽀하라’는 주문을 했다면서 “안타깝고 슬프지만 도련님이 다시 돌아온 것에 대한 안도감을 표현해야했는데 ‘손등에 뽀뽀? 안고 아마에 키스? 이게 가능할까?’ 싶었다. 이게 서양 문화권에서 자연스러운 교감이라면 우리 정서로는... 전혀 다르지 않나”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정은채에게 ‘파친코’는 어떤 의미를 가진 작품일까. 정은채는 “‘파친코’는 가족과 사랑에 관한 모두가 공통적으로 공유할 보편적 주제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몽상가와 생존가의 이야기처럼 선택을 하며 살고 많은 기로 속에 산다. 이를 통해 현재의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작품을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정은채는 “시청자 입장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동시 오픈이라 (글로벌 시청자들과) 함께 느끼면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관람을 독려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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