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히트작 또 하나 만들었나… 1위 지키는 수호신의 초고속 승진, 이범호의 칼로 성장했다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지난해 KIA 불펜은 두 명의 히트 상품을 탄생시켰다. 어떤 상황에서든 등판하며 묵묵하게 자기 몫을 한 임기영, 그리고 팀이 목말랐던 좌완 필승조 몫을 수행한 최지민이었다. 두 선수의 등장은 조금씩 흔들리던 KIA 불펜을 다잡는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임기영은 말 그대로 ‘애니콜’이었다. 팀이 이기고 있거나, 근소한 차이로 지고 있거나, 혹은 길게 던질 선수가 필요할 때를 가리지 않고 나갔다. 혜성처럼 등장한 최지민은 팀의 좌완 필승조로 대활약했다. 시속 150㎞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1이닝을 지웠다.
그러나 올해 두 선수는 지난해만 활약이 못하다. 부진과 부상이 겹쳤다. 아무래도 지난해 많이 던진 여파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영은 지난해 82이닝을 던졌다. 불펜 투수가 80이닝 이상을 던진 건 그 사유가 어쨌든 과한 이닝 소화였다. 최지민의 지난해 투구 이닝은 59⅓이닝으로 아주 많은 건 아니었지만 시즌 전 질롱코리아부터 아시안게임까지 다 뛰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여파가 우려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KIA는 또 하나의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낼 기세다. 2년차 좌완 곽도규(20)가 그 주인공이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2023년 KIA의 5라운드(전체 42순위) 지명을 받은 곽도규는 신인 시즌 시범경기 당시부터 1군 코칭스태프의 테스트를 받으며 주목할 만한 자원으로 떠올렸다. 지난해는 이런 저런 문제 탓에 1군 11⅔이닝 소화에 그쳤지만, 올해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떠올랐다.
구단이 공을 많이 들인 자원이기도 하다. 시즌 전 미국 시애틀의 ‘드라이브라인’에 보내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게 했다. 당시 구단의 미래로 불리는 핵심 선수들이 드라이브라인에 파견을 나갔는데 곽도규가 여기에 끼어 있었다는 것은 팀의 기대치를 보여준다. 현장도 곽도규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1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도규는 5회나 6회 우리가 이기고 있는 경기에 나가게 되는 선수로 준비를 시켰다”고 시즌 전 구상을 떠올렸다.
7~9회 필승조는 있는데 선발이 꼭 6회를 던져준다는 보장은 없었다. 필승조의 휴식이 필요한 날도 있었다. 그래서 1~2명의 예비 필승조가 더 필요한데 그 후보로 곽도규를 생각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좌완 쪽에 강점이 있었던 만큼 좌타 라인에 붙이는 선수로 활용됐다. 그런데 몇 차례 고비를 이겨내며 최근에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진짜 필승조로 거듭났다. 2년차 투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안정감과 차분함으로 KIA의 리드를 지켜내고 있다.
이 감독은 “6회가 되면 차츰차츰 7회나 8회 등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선수로 만들어보려고 했다. 시즌 초에 필승조로 던질 수 있는 6명의 선수 중 하나로 넣었다”고 돌아봤다. 곽도규는 기대대로 차근차근 절차를 밟고 있다. 좌타자 라인에 들어갔다가, 5~6회 한 이닝을 책임지다가, 최근에는 전상현-정해영 라인 앞에 붙는 몫도 해내고 있다. 시즌 중에도 계속 발전했던 셈이다. 최지민이 부상 및 부진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있지만, 그래도 그 공백이 더 크게 번지지 않았던 것은 곽도규의 분전이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8월 31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어지러운 난타전 속에서도 잘 버틴 선수 중 하나가 곽도규였다. 5회 위기 상황에서 올라와 6회까지 잘 버틴 뒤 7회 전상현에게 바턴을 넘겼다. KIA는 이렇게 곽도규가 달아오른 삼성 방망이를 식힌 사이 6회 5득점해 역전에 성공했다. 곽도규는 올해 원포인트부터 멀티이닝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이날 불펜을 앞쪽에 대거 당겨쓴 KIA의 전략은 곽도규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곽도규는 최근 10경기에서 9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93, 피안타율 0.129의 뛰어난 안정감을 선보이고 있다. 제풀에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타자들에게는 충분히 까다로운 공을 던지고 있다.
심지어 이 감독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감독은 “컨디션이 좋았다 안 좋았다를 반복하다 보면 또 어느 순간 내 컨디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체크할 것이다. 그 체크가 되면 그다음에는 좋은 모습이 두 달이 가면 또 조금 힘든 게 한 달 가고 이런다. 조금씩 자기가 체력 관리를 해 가면서 한 시즌을 치르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순간부터는 아마 더 좋은 투수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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