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팬데믹, 만약 아닌 언제냐의 문제...한국은 주요 백신 공급국”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4. 9. 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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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백신 지원 단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니시타르 CEO 인터뷰
“한국은 글로벌 보건 강화 앞장서는 위대한 국가”

“바이러스는 다가올 것이라고 예고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대비해야 합니다.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인지의 문제입니다.”

저개발 국가에 백신을 지원하는 국제 민간 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최고경영자 사니아 니시타르(61)는 지난달 30일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언제든 제2의 팬데믹(대유행)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며 “백신의 기둥을 담당하는 글로벌 기관으로서 우리는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저개발 국가에 백신을 지원하는 국제 민간 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최고경영자 사니아 니시타르. /GAVI

GAVI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재단의 지원을 받아 스위스 제네바에서 2000년 결성됐다.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선 아프리카와 중남미, 동남아 등의 개도국 146곳에 지원할 백신을 구입해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에 조달해왔다. 올해 초 3월 취임한 파키스탄 상원의원 출신의 글로벌 보건 전문가 니시타르는 오는 3일 방한해 한국 정부·국회 고위 인사들 및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백신 개발·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니시타르는 이날 “(팬데믹 기간) GAVI는 코백스를 통해 어떤 과거 비상 사태와 비교해봐도 가장 신속하게 백신 공급을 했다”며 “이는 한국과 같은 주요 국가의 공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 보건 선두 국가인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 왔다”며 “한국은 주요 백신 공급국으로 우뚝섰다. 향후에도 한국이 글로벌 보건 지원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중소 제약사인 유바이오로직스가 최근 개발한 경구용(먹는 약) 콜레라 백신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을 언급하고 “한국 기업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콜레라 발생을 막기 위한 경구 콜레라 백신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다”며 “전세계 취약 지역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한국 기업이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이어 “LG 화학은 소아용 혼합백신 및 IPV(소아마비) 백신 물량의 25%를 공급하고 있다”며 “한국은 백신 개발을 위한 주요 공여국인 동시에 백신 생산·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주요 국가”라고 했다.

한국 제약사 유바이오로직스 생산직원이 콜레라 백신 '유비콜 플러스' 포장 검사를 하는 모습./뉴스1

◇”전염병엔 국경없어...백신 개발은 초당적 문제”

한국은 ODA(공적개발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뀐 세계 최초·유일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ODA(공적개발원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예산 삭감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니시타르는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전염병엔 국경이 없다’는 교훈을 줬다”며 “아프리카를 포함한 저소득 국가를 지원하면 전세계적으로 더 강력한 보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전세계 모든 국가들을 위해 더 안정적이고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전세계는 백신 접종과 백신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데 초당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 국민들도 이렇게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한국이 글로벌 보건 ODA 지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아프리카 지원 확대 방침에 대해 ‘없어지는 돈’이라고 비판하는 등 ODA가 정파적인 문제가 되가는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공여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건 물론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GAVI는 세계 최대 백신 구매 기구인만큼 한국 정부의 공여 금액의 상당수가 백신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돌아간다”고 했다. 그는 최근 아프리카에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가 번지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데 대해서도 “(엠폭스 발발) 몇 주 전부터 우리는 매일 회의를 소집하여 상황을 파악했다”며 “백신 공여국으로부터 기부받은 용량을 조정하고, 어떤 종류의 용량을 조달해야 하는지도 논의가 완료된 상황이었다”고 했다.

니시타르는 이번 방한 기간 한국의 대기업들과도 보건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기술과 혁신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역할은 세계 보건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삼성, LG, 현대, 카카오와 같은 기업이 전세계 백신 데이터 관리 및 전달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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