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곱 난쟁이는 CG인가... 말 많던 백설공주, ‘싫어요’ 100만개 돌파
주연 배우의 인종부터 일곱 난쟁이 CG, 이스라엘 전쟁을 둘러싼 주연 배우 언행 등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란에 휩싸였던 ‘백설공주’ 실사판 예고편이 100만개 이상의 ‘싫어요’를 받았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영화 전문 매체 CBR에 따르면, 월드 디즈니 스튜디오가 공개한 ‘백설공주’ 실사판 영화의 예고편이 이날 기준 100만개 이상의 ‘싫어요’를 받았다. ‘좋아요’ 수는 약 8만개에 불과했다. 108만여개의 전체 반응 중 ‘싫어요’의 비율이 93%에 달한 것이다.
실사판 ‘백설공주’는 제작 초기부터 각종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원작 속 백설공주는 ‘흑단 검은 머리에 눈처럼 하얀 피부’로 묘사됐으나 구릿빛 피부를 지닌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러가 백설공주 역으로 캐스팅되며 원작 훼손 논란이 일었다.
네티즌들은 예고편 영상에 마녀 왕비 역할을 맡은 배우 갤 가돗이 더 예쁘다며 비판 댓글을 달았다. 왕자가 백설공주 대신 계모를 찾는다는 댓글에는 2만2000개의 ‘좋아요’가 달렸고, 왕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거울이 “당신”이라고 답한다는 댓글에도 네티즌 76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일곱 난쟁이 캐릭터도 논란이 됐다. ‘왕자의 게임’에서 난쟁이 역을 맡았던 배우 피터 딘클리지는 원작과 달리 라틴계 배우에게 백설공주 역할을 맡기면서, 난쟁이들은 그대로 등장시키는 건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디즈니는 “원작의 고정관념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다양한 연령과 인종의 난쟁이 캐릭터를 CG로 처리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할리우드에서 일감이 한정되어 있는 왜소증 배우들의 배역을 빼앗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원작을 비판하는 주연 배우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글러는 과거 엑스트라TV에 “1937년에 만들어진 원작은 백설공주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왕자는 그녀를 스토킹하고, 원치 않는 키스를 한다”며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베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는 “사람들이 우리 영화가 PC(정치적 올바름) 백설공주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맞다. 왜냐하면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세트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2023년 할리우드 파업으로 인해 영화 제작이 더욱 지연되어 당초 예상보다 1년 늦은 내년 3월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개봉이 늦어지며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그 사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중동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백설공주 역의 지글러는 팔레스타인 인권 옹호자다. 지난달 13일 백설공주 예고편 영상의 조회수가 120만회를 돌파하자 X(옛 트위터)에 감사하다는 글을 올리며 “그리고 언제나 기억하세요. 자유 팔레스타인”이라고 적었다. 반면, 왕비 역의 갤 가돗은 이스라엘 출신 배우다. 하마스의 테러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을 다룬 영화의 미국 상영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당연히 두 사람은 가자지구 유혈 사태에 대해 매우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양측 모두 백설공주 보이콧을 외치고 있다. 이스라엘 문화 보이콧 운동을 펼치는 ‘팔레스타인 캠페인’의 알리아 말라크는 영국 가디언에 “갤 가돗은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을 선택했기에 백설공주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했다.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는 지글러를 비판하며 가돗이 출연하는 다음 영화 티켓을 사라고 촉구했다. 가돗이 이달 초 지글러와 포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일부는 이스라엘 국기 이모티콘을 공유하며 그를 칭찬했고, 일부는 팔레스타인 국기 이모티콘을 올리며 비판했다.
예고편을 본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디즈니 코리아’가 공개한 백설공주 티저 영상에 네티즌들은 “아니, 왕비가 진짜로 예쁘면 어떡하냐” “나는 이런 방식이 오히려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 “백설공주 소재가 아깝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디즈니는 앞서 ‘인어공주’ 실사판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해 원작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64만명 관객만을 동원하는 등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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