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억 콜’ 받더니… 응급의들 바로 병원 옮겨”

권도경 기자 2024. 9. 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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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응급실 파행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의료계 안팎에서는 비싼 의사 인건비와 배후 진료 차질을 구조적 병폐로 지목하고 있다.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일부 병원이 4억 원대 연봉을 제시하자 의사들이 더 높은 몸값을 주는 병원으로 연쇄 이동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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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충남대 응급실 최근 4명 사직
몸값 오르자 이직… 야간진료 중단
비싼 의사 인건비·배후진료 차질
응급실 구조적 병폐가 파행 원인
굳게 닫힌 응급실… 1일 임시 폐쇄된 충북 충주시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 앞으로 한 환자가 걸어가고 있다. 이 병원은 응급실 전문의 7명 중 5명이 사직하면서 이날부터 응급실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제한 운영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최근 응급실 파행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의료계 안팎에서는 비싼 의사 인건비와 배후 진료 차질을 구조적 병폐로 지목하고 있다.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일부 병원이 4억 원대 연봉을 제시하자 의사들이 더 높은 몸값을 주는 병원으로 연쇄 이동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외래환자 진료율은 회복됐는데 이들 병원이 본연의 기능인 응급·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외래 진료를 줄이고 배후 진료 역량을 강화하도록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은 이달 내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야간 진료를 중단한다. 이는 최근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4명이 사직한 탓이다. 이들은 연봉 약 3억5000만 원을 받아왔는데 얼마 전 4억 원대 보수를 제시한 병원으로 이직했다. 앞서 최민호 세종시장도 기자회견에서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문제 핵심은 의사 인건비”라며 “다른 병원이 인건비를 올려주겠다고 하니깐 일부 의사들이 자리를 옮긴 것일 뿐 병원에 다른 문제는 없다”고 지적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연봉을 2억 원에서 4억 원으로 2배로 올렸다. 의료계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평균 연봉은 3억5000만∼4억 원대다. 몇 년 전부터 중형급 병원에서 나타나던 연쇄 이동 현상이 대학병원에서도 벌어지면서 몸값이 치솟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A병원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연봉에 따라 전국 각지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몸값을 올린 지 오래됐다”며 “전공의 이탈 사태로 연봉이 더 올랐는데 병원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파행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 의료개혁 필요성을 입증하는 이유라는 의료계 내부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3월 대구 10대 여학생이 병원 이송 과정에서 사망하는 등 응급실 뺑뺑이는 20여 년간 되풀이된 만큼 응급의료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트리아제(환자 분류)에 따라 응급환자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외과 등으로 보내는 역할인 만큼 배후 진료 역량을 회복하는 데 치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 연합회장(인천시의료원장)은 “현재 비상진료상황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 등 외래진료에 치중하면서 정작 본연의 기능인 응급환자를 못 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이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치료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외래진료 비중을 대폭 줄여 업무 과부하를 낮추고, 배후 진료과 교수들이 환자를 제때 회생시킬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이 집단이탈한 와중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집단 이직한 것이 응급실 파행 사태로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B공공병원장은 “이번 사태 이전부터 요양병원 환자들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거의 안 받아줘 2차 병원으로 전원됐다”며 “공공병원과 2차 병원에는 병상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C병원장도 “추석을 계기로 병원 응급실 몇 군데를 셧다운시켜야 한다면서 의사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정황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성실하게 치료하는 대부분 의사들과 함께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토로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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