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대표 선임안 부결…이사회 도중 퇴장

송복규 기자 2024. 9. 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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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독자경영을 선언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대신 자신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한미약품 이사진 구성이 경영권 분쟁 중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에 유리한 상황이어서 임 이사의 대표 선임안은 장·차남 형제들의 헛발질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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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한미약품 동사장·한미약품 대표 선임안 상정
모두 이사회서 부결, “예견된 패배”
(왼쪽부터)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지난 3월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개최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끝나고 악수를 하고 있다./조선DB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독자경영을 선언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대신 자신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한미약품 이사진 구성이 경영권 분쟁 중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에 유리한 상황이어서 임 이사의 대표 선임안은 장·차남 형제들의 헛발질로 돌아갔다.

한미약품은 2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임종윤 이사 선임안을 표결했다. 이날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오전 7시 14분쯤, 박 대표는 오전 9시쯤 출근했다.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이날 원격으로 이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사회는 박 대표가 동사장(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북경한미약품의 동사장을 임해룡 총경리로 교체하는 안건, 한미약품 대표를 임종윤 사내이사로 교체하는 안건 두 가지를 표결했다. 이사회는 1시간 20분 정도 표결을 진행한 끝에 두 안건 모두 부결시켰다. 두 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직과 한미약품 대표직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박재현 대표가 유지한다.

앞서 임 이사는 박 대표가 한미약품 이사회 의결 없이 정관을 위반해 북경한미약품 이사회 의장(동사장)에 자기 자신을 임명했다며 해임안을 상정했다. 임 이사는 박 대표가 상법상 ‘직무에 관해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는 경우 회사는 주주총회 결의에 의해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는 조항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이사회 결과는 업계에서 이미 형제 측의 패배로 예견됐다. 임종윤 이사가 박 대표의 북경한미약품 이사회 임명 건을 문제 삼았지만, 이미 한미약품 이사회가 모녀와 박 대표에 유리하게 구성됐기 때문이다.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로 있던 시기에 한미약품 이사 6명을 선임했는데, 여기에 신동국 회장까지 모녀와 함께 대주주 3인 연합을 이루면서 7대 3으로 모녀 측에 유리하게 구성됐다.

이사회는 우선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직에 임해룡 총경리를 선임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부결했다. 이후 임 이사와 형제 측 이사가 퇴장했고, 이사 8명이 진행한 임 이사의 한미약품 대표 선임안 표결에서도 부결이 나왔다.

임 이사의 대표 선임안 부결로, 박 대표가 내세웠던 ‘한미약품 독자경영’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지난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위탁업무로 해오던 인사·법무 조직을 한미약품에 신설해 독자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같은 날 “지주사 체제를 부정했다”며 박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시켰다.

한미약품은 임 대표의 지적에 “독자 경영을 지지하는 대주주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과반 수준의 지분을 가진 압도적인 최대주주”라며 “같은 논리로 한미약품의 독자경영을 지지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이날 임 이사 대표 선임안 부결에 대해 “혼란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고 본연의 사업에 매진하겠다”며 “창업 회장님 타계 이후 벌어지는 여러 혼란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대주주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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