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기구 이끌 국가로 인정받은 것이 큰 의미”
“한국이 주도한 기후 기구
일본도 만들려 했지만 불발
AI 등 분야별로 연구지원
글로벌 인재 대거 몰릴 것”
“글로벌녹색성장연구기구(GGGI)의 존재감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세계인들이 없어서는 안 될 글로벌 자산으로 인식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GGGI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이렇게 다짐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30일 문화일보 인터뷰실에서 “이번 총장 선임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서 대한민국이 국제기구를 이끌어갈 수 있는 국가임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GGGI는 현재 48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기구이다.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탄소중립 정책 개발, 녹색금융 및 재원 조달, 민관 파트너십 강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외에도 노르웨이, 뉴질랜드, 덴마크,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이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인천 송도에 있는 녹색기후기금(GCF)은 한국이 본부를 유치한 경우입니다. GGGI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기구로, 참여국들이 늘어나 빨리 성장하고 있습니다. 서울 정동에 본부가 있고 해외에 40여 개 사무실이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 호주, 네덜란드에서 사무총장을 맡았고, 이번에 국제적 공개경쟁을 통해 제가 선임됐습니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시작합니다.”
김 위원장은 인류 미래를 좌우하는 기후문제 국제기구를 한국이 주도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를 계기로 일본도 유사한 기구를 만들려고 했지만 기금 참여국이 적어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치 스포츠 영역의 미국 메이저 리그, 영국 프리미어 리그처럼 국제기구 리그도 상위권 국가들만 이끌어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런 일을 하는 것이지요. ‘한국 내에 세계를 두자, 세계가 한국 내에 있다.’ 이런 생각이 있어요. 앞으로는 세계 각국 인재들이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기 위해 서울에 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지요.”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녹색성장기획관을 지냈던 이후로 탄소 중립 영역의 국내 대표 인물로 자리해왔다.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교수(지속발전 담당 부총장)이기도 한 그는 기후 위기를 미래 세대의 짐으로 떠넘기면 안 된다는 신념을 견지해왔다. 작년 4월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 수립을 주도했다.
김 위원장은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아예 설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재판관들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현실의 어려움을 알 수는 없겠으나, 헌재에서 기후 문제를 기본권 의제로 다뤘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새 헌법은 기후, 인구, 인공지능(AI) 문제를 반영해야 하겠지요.”
그는 한국이 녹색혁신역량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기후 테크의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해 분야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반도체, 이차전지, 차세대 통신 분야의 기술 수준은 선도적이니 글로벌 경쟁에 부합하는 인프라 지원을 해야 한다. AI, 첨단바이오, 모빌리티(Mobility) 등은 선도국을 추격하는 분야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충해야 한다. 양자, 우주항공해양 등은 기술력 도약을 위해 혁신도전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할 영역이다.
“50조 원 이상이 투입될 국가전략기술에 수소 기술을 포함한 것은 특별히 주목할 만합니다. 포스코의 제철 산업이 국가 온실가스의 상당량을 차지하는데 그걸 수소로 바꾸는 것이니….”
그는 전기자동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배터리의 남은 전력을 이용하는 V2G(Vehicle-to-grid)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를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해 주행 중 남은 전력을 건물에 공급하거나 판매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기차 대세론은 국내에서의 잇단 화재 사건, 미국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보조금 삭감 발언 등에도 절대 꺾일 수 없다고 했다. “화석연료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거의 모든 제품이 전기화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안정성 문제는 사활을 건 기술 개발을 통해 해결될 것입니다. 트럼프는 재선하면 미국 기후법안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뒤집겠다고 하지만, 이미 상당히 진전됐기 때문에 뒤로 갈 수 없습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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