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넘고 18cm 높이 계단 오르는 말랑한 트랜스포머 바퀴

이채린 기자 2024. 9. 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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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연이 개발한 모핑 휠. 기계연 제공

바위를 넘고 계단을 오르는 신개념 바퀴가 개발됐다. 도로 위 장애물 극복이 필요한 이동체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은 송성혁 AI로봇연구소 첨단로봇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박동일 AI로봇연구소 첨단로봇연구센터장팀이 액체 방울의 표면장력 원리를 모사해 강성이 자유자재로 변하는 '모핑 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이를 실제 이동체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강성은 어떤 외부 힘을 받아도 모양이나 부피가 변하지 않는 단단한 성질을 말한다. 

기계연 연구팀이 개발한 모핑 휠은 겉을 둘러싸고 있는 '스마트 체인 블록'과 '유연 구조체'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 체인 블록의 표면장력을 제어하는 와이어 스포크 구조가 휠의 허브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와이어 스포크 구조는 휠의 회전중심에 위치해 회전력을 발생시키는 휠 허브와 휠의 최외곽 구조를 연결하는 바퀴살을 가리킨다. 허브 구조가 회전하거나 거리가 변하면 이와 연결된 와이어 스포크 구조가 강하게 당겨지거나 느슨하게 바뀌면서 스마트 체인 블록 구조의 표면장력이 변한다. 

와이어 스포크를 이용해 스마트 체인 블록을 안쪽으로 강하게 당기면 휠 최외곽의 스마트 체인 구조끼리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힘이 증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마치 액체 방울에서 높은 표면장력을 가지는 경우 최외곽 분자 간 인력이 커지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며 안정적인 원형을 유지하게 된다. 반대로 와이어 스포크 구조가 느슨해지는 경우 낮은 강성으로 변화한다. 

일반 주행 시에는 단단한 원형의 바퀴로 작동하다가 장애물을 넘을 때는 바퀴가 말랑해져서 장애물의 높낮이나 모양에 따라 휠을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 있는 것이다. 

비공기압 타이어처럼 휠 내부를 유연 구조체로 구성하는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기존 기술은 평지 주행 시에도 휠에 지속적인 큰 변형이 발생해 주행 효율과 안정성이 낮아지고 소음도 커지는 한계가 있다. 

기계연 연구팀이 개발한 휠은 강성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어 고속의 평지 주행 시에는 일반적인 휠과 동일한 강성을 유지하다가 장애물이 있는 경우에만 실시간으로 휠을 말랑하게 바꿔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모핑 휠의 변화 메커니즘에 대한 검증을 완료했다. 최근 다양한 이동체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모듈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강성을 변화시키는 메커니즘을 소형화, 경량화하여 휠 내부 공간에 삽입했다. 이를 모듈화해 투휠 휠체어 등 다양한 이동체 시스템에 적용시켰다. 

모핑 휠이 장애물을 넘는 모습. 기계연 제공

모핑 휠의 2개 휠 기반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휠의 강성을 가변하여 안정적인 이동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제자리 방향 전환 등 좁은 공간에서의 이동에 유리하다. 바위나 18cm 높이의 계단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4륜 기반 이동체에도 적용하여 장애물 극복 성능을 시험한 결과, 휠 반경의 1.3배 높이의 장애물까지 안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송 연구원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4족 및 2족 보행 로봇들의 경우 평지에서의 이동 효율이 낮고, 이동 시에도 필연적으로 흔들림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이번에 개발한 모핑 휠은 기존 휠의 장점인 높은 이동 효율은 유지하면서 휠의 한계점이었던 장애물 극복까지 구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일 첨단로봇연구센터장은 “표면장력 모사 휠 기술은 기존 장애물 극복을 위한 족형 로봇 및 휠 클러스터 등 복잡한 기계 장치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향후 장애물 극복이 가능한 휠체어 및 다양한 이동 로봇, 탑승형 운송 수단 등 광범위하게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로보틱스' 8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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