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유격수가 보는 ‘성가신’ 선수… 숫자로는 설명 못해요, 삼성 가을의 최종 병기?

김태우 기자 2024. 9. 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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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삼성의 리드오프로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팀의 호성적에 일조하고 있는 김지찬 ⓒ삼성라이온즈
▲ 김지찬은 올 시즌 4할에 육박하는 출루율에 활발한 기동력까지 더해져 위력이 극대화되고 있다 ⓒ삼성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근 발 빠른 주자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피치클락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견제 제한이 생겼고, 여기에 물리적인 베이스 크기가 커지면서 뛸 수 있는 주자들의 세상이 찾아왔다.

이전에는 도루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그냥 치는 게 더 많은 기대 득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마냥 도루를 자제시키는 게 아니라 통계적으로 도루는 아주 높은 성공률을 담보하지 않는 이상 기대 득점을 깎는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제도 변경 등으로 도루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 되자 각 팀들의 준족들이 적극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피치클락 및 견제 제한 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는 KBO리그에도 그런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 더러 보인다. 삼성의 대표 주자는 김지찬(23)이다. 이미 뛰는 것 하나는 정평이 나 있는 선수다. 2020년 21도루, 2021년 23도루, 그리고 2022년 25도루를 기록했다. 발도 빠르고, 여기에 스타트 동작에서의 깔끔함은 단연 리그 최고 중 하나로 뽑힌다. 올해는 1일까지 시즌 123경기에서 벌써 39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42번을 뛰어 실패는 딱 3번이다. 이 정도 성공률이면 틈만 나면 뛰는 게 팀의 기대 득점을 높인다.

김지찬 발의 가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순히 도루 개수뿐만 아니라 높은 확률로 한 베이스를 더 간다. 그리고 상대 수비로서는 굉장히 성가시다. 여기에 타석에 있는 타자들은 도움을 받는다. 현역 시절 ‘명품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박진만 삼성 감독은 김지찬과 같은 선수들은 상대 내야와 배터리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파급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김지찬은 8월 31일 대구 KIA전에서 활발한 주루 플레이로 KIA 내야를 흔들고 추가 베이스를 얻어냈다. 비록 팀이 지기는 했지만, 만약 이겼다고 하면 김지찬의 지분이 꽤 큰 경기였다. 박 감독은 “김지찬과 같은 선수가 주자로 나가면 내야수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포수도, 투수도 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그만큼 우리 타자한테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내야수들이 김지찬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다 정작 수비에 방해를 받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는 게 박 감독의 설명이다. 현역 시절 유격수로 주자 체크를 많이 해봤기에 살아있는 경험이다. 박 감독은 “김지찬이 (주자로) 들어가면 내야수들이 긴장을 많이 하고 위축된다. 눈으로 체크를 하다보면 (수비시) 한 타이밍이 늦을 수 있다”면서 “김지찬이 1루에 나가 있으면 그래도 변화구보다는 직구 쪽의 투구가 많을 것이다. 김지찬이 나가면 전체적인 타격 쪽에서 도움이 엄청 많이 된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그런 김지찬의 주루가 극대화될 수 있는 건 역시 높은 출루율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뛰는 선수도 나가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데뷔 초창기 김지찬이 어느 정도는 그런 선수였다. 2020년 출루율은 0.301, 2021년은 0.331에 그쳤다. 하지만 2022년 0.361로 유의미한 수치를 찍어내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타율 0.292, 출루율 0.408을 기록했다. 올해는 규정 타석을 채우면서도 타율 0.308, 출루율 0.398을 기록 중이다. 3할 타율, 4할 출루율을 모두 잡는 리드오프다. 여기에 발도 빠르다.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 김지찬이 가진 장점은 1점 뽑기가 쉽지 않은 포스트시즌과 같은 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삼성라이온즈

올해 중견수로 완전히 전향했지만 수비 또한 계속 나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낙구 지점을 찾는 것과 포구 지점까지 가는 것이 다소 불안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게 박 감독의 칭찬이다. 박 감독은 “야구적인 센스가 뛰어난 선수다. 본인이 얼마만큼 준비를 하고 노력했냐가 지금 결과로 보이는 것 같다. 그만큼 준비를 또 많이 했을 것이고 본인이 게임을 통해서 여러 가지 생각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 준비가 잘 돼서 지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반 시즌 만에 그렇게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데 야구적인 센스는 확실히 좋은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지찬의 이런 가치는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은 아무래도 정규시즌보다는 점수가 덜 난다. 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들, 그리고 그 팀들의 최고 투수들이 다 쏟아져 나온다. 1점 뽑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출루율로 살아 나가고 나가서는 상대 마운드를 한없이 괴롭힐 수 있는 좋은 주자의 가치는 매우 크다. 김지찬의 위력은 그때 극대화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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