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동·서독"…獨극우 돌풍, 동독 오랜 '격차'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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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최대경제국이면서 정치적으로도 EU를 이끄는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해 온 독일에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전후 처음으로 주의회 선거에서 압승했다.
나치 옹호 등 갖은 문제에도 이들이 주류 정치에 입성할 만큼 세력을 불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통일후 30여년이 흘렀는데도 깊어져온 동·서독의 갈등이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독일 정계에선 통일 당시만 해도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었던 옛 동독권의 경제력이 서독을 차츰 따라잡으면서 정치적 관점의 차이도 좁혀져 갈 것이란 기대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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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선 경제력 불평등보단 '동독민 정체성' 꼽기도…"극우 강세, 동부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유럽연합(EU) 최대경제국이면서 정치적으로도 EU를 이끄는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해 온 독일에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전후 처음으로 주의회 선거에서 압승했다.
나치 옹호 등 갖은 문제에도 이들이 주류 정치에 입성할 만큼 세력을 불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통일 후 30여년이 흘렀는데도 깊어져 온 동·서독의 갈등이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극우 AfD의 성공은 서로 멀어져가는 동·서독을 보여준다' 제목의 기사에서 "오늘 튀링겐과 작센에서의 역사적 선거 결과는 독일 동부와 서부 지역이 더욱더 멀어지는 모습을 그려냈다"고 분석했다.
이날 치러진 독일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 AfD는 32.8%를 득표해 제1당에 올랐다. 같은 날 진행된 작센 주의회 선거에서도 AfD는 30.6%의 득표율로 기존 제1당인 중도 우파 성향 기독민주당(CDU·31.9%)에 불과 1.3%포인트 뒤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극우정당의 약진이 지속되는 상황과 관련해 최근에는 지금 당장 총선을 치른다면 AfD가 독일 연방의회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정치세력이 될 것이란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튀링겐이나 작센처럼 극우정당이 선전하는 주들은 주로 동독에 몰려 있고, 서독 각 주에선 중도우파나 중도좌파 정당의 아성이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독과 서독에서 극우정당에 대한 지지도에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로는 높은 물가상승률과 경기침체,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대한 동독 유권자의 불만 등이 꼽힌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진단했다.
FT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원조에 반대하며 협상으로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게 해야 한다는 AfD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도 적지 않다면서 "과거 공산주의 동독에 속했던 두 지역 주민 다수가 중도성향 주류정당들에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정계에선 통일 당시만 해도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었던 옛 동독권의 경제력이 서독을 차츰 따라잡으면서 정치적 관점의 차이도 좁혀져 갈 것이란 기대가 존재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튀링겐과 작센에서 AfD가 선전한 건 동·서독 간의 소득·고용·생활 수준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데 불만을 느낀 주민들이 극우 정당에 몰표를 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동·서독 간의 경제력 격차는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가디언은 "(서독보다) 실업률이 높지만 아주 약간이고, 최근 2년간은 테슬라와 인텔 공장이 설립되는 등 경제성장 속도도 서독보다 높았다. (사회문제가 된) 이민자 수도 전국에서 가장 적은 수준이다"라고 짚었다.
올해 초 독일 정부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동독 주민 가운데 자신이 뒤처졌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19%로 서독(8%)보다 높았지만, 다르게 보면 80% 이상이 사회적 격차를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그런데도 동독 주민들이 극우에 표를 던지게 된 데는 동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극한 AfD의 선거전략이 먹힌 측면이 크다고 동독 출신 사회학자 슈테펜 마우는 주장했다.
역시 동독 출신인 역사학자 크리스티나 모리나는 올해 독일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로 꼽힌 자신의 저서에서 AfD가 다문화주의 등에 반감을 지닌 동독 주민의 정서에 부응하는 동시에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이어진 1989년 동독 월요시위를 연상케 하는 '도심산책'(spaziergange) 등 행사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모았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마침내 '함께 속한 것이 함께 커나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35년이 지난 지금 이런 유기적 회복의 은유는 너무나 낙관적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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