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고정형 주담대 20조원…4%대 변동형 전환 ‘발등의 불’

2024. 9. 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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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들 이자 부담 두 배 급증
금리갱신 앞둔 차주들 선택지 축소
타행 대환 땐 대출한도 줄어들수도

#. 2019년 10월 약 2.6%의 금리로 5억3000만원의 주담대를 실행한 A씨는 오는 10월 금리 갱신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출금리가 더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갱신 시점이 되니 금리 수준이 4%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A씨는 “무난하게 3%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생각했다”면서 “(대출모집인) 상담도 받았지만, 저금리 특판 등도 다 막혀 눈을 높여야 할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5년 전 2%대 저금리로 받았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형으로 전환을 앞둔 규모가 약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대출 관리를 위해 주담대 금리를 재차 올리는 가운데, 5년간 낮은 이자를 내던 고정형 주담대 차주의 금리 갱신이 이뤄지면 이자부담이 많게는 두 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조금이라도 저렴한 금리를 찾으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저금리 주담대를 취급하는 일부 은행들에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며,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갱신을 앞둔 주담대 차주들이 더 늘어나 대환대출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 떨어질 줄 알았다” 갱신 앞둔 차주들 ‘날벼락’=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22조9664억원으로 같은해 상반기 말(510조2746억원)과 비교해 23조6918억원(4.64%)가량 늘어난 바 있다. 2019년 7월부터 기준금리 인하 추세가 본격화되며, 시장금리에 하방 압력이 가해진 영향이다. 2019년 하반기 주담대 증가폭은 상반기(16조92억원)와 비교해 48%(7682억원)가량 급증했다.

특히 당시 대부분 주담대는 고정금리로 취급됐다. 2019년 하반기 국내은행 주담대 취급액 중 고정금리 비중은 ▷7월 69.9% ▷8월 72.1% ▷9월 70.1% ▷10월 78.9% ▷ 11월 83.9% ▷12월 83.7% 등이다. 하반기 잔액 증감폭(23조6918억원)에 월별 평균 고정금리 비중(76.4%)을 적용할 경우, 약 18조1000억원의 고정형 주담대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고정금리 선택 비중이 높았던 것은 주요 은행권에서 2%대 초저금리 고정형 주담대를 판매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2019년 4분기에 취급한 신규 고정형 주담대 평균금리는 2.37%로 직전년도(2018년) 4분기(3.24%)와 비교해 0.87%포인트 낮았다.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1년 이후 현재까지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문제는 당시 늘어난 20조원에 가까운 주담대 차주들의 금리 갱신일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국내은행이 판매하는 고정금리 대출은 대부분 혼합형 혹은 주기형으로 5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특성을 가진다. 특히 당시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경우 지금까지 금리 갱신을 할 유인이 적었다. 줄곧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대출금리 하락세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시 주담대 차주들의 경우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의 이자를 납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기간인 3년이 지났다 하더라도 미리 금리를 갱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특히 올해와 같이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된 상황에서는 대출금리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갈아타기’에 더 혹독해진 은행들…주담대 ‘혹한기’온다=올 2분기 기준 국내은행이 취급한 신규 고정형 주담대 평균금리는 3.83% 수준에 달한다. 여기다 7월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은행의 주담대 금리 인상이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현재 시점에 대출을 갈아타는 차주들은 4%대 금리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8월 3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최저 주담대 금리는 3.65~4.24% 수준이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줄어든다고 해도, 향후 3년간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골칫거리다. 물론 변동금리를 선택한 후, 추후 기준금리 인하의 혜택을 받는 선택지도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침에 따라 은행권은 변동금리 수준을 고정금리보다 높게 설정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이같은 추세가 바뀔지는 미지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는 일부 은행에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담대 가산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중도상환수수료 면제가 적용되는 탓에, 향후 중도상환을 목표로 한 수요가 몰리면서 오전 일찍 한도가 동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타행 주담대 대환을 막는 조치도 확산하며, 금리 갱신을 앞둔 차주들의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더 낮은 금리를 찾아 타행 대환을 실행할 경우에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며 대출 한도가 축소될 수 있다. 현재 자행 대출에 대해서만 스트레스 DSR 적용이 면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20년 상반기 중 늘어난 국내은행 주담대 규모도 약 18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안에 대출금리가 정상화되지 않을 시, 금리 갱신에 따라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최근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통한 가계대출 관리를 지적하고 나섰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극적으로 줄지 않는 이상, 다시 대출금리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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