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 신도시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200년전 지혜 살려 신도시 성공을 [데스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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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신도시 조성의 역사는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조(1752~1800년)가 수도 한양을 대체할 신도시로 역점을 두고 개발한 수원 화성(華城)이 그 주인공이다.
화성은 도시 주변 성벽 쌓기에 그치지 않고 서울로 연결되는 신작로를 뚫었다.
그 덕에 화성 시장은 조선의 3대 시장에 등극해 신도시의 위상을 굳건히 다지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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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교통망 계획 선행돼야
1기 신도시 정비 새로운 도전
상가 공실 등 반면교사 삼아
직·주·락 복합콘셉트 살려야
화성이라는 이름의 ‘화(華)’는 ‘부(富)’와 ‘수(壽)’, ‘다남자(多男子)’ 등을 품은 글자다. 그곳에 거주하는 백성 모두가 부유해지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인구가 번성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도시의 이상이 아시아 최초 신도시 화성의 작명에도 반영됐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복권을 꿈꾼 개인적 동기는 차치하고 다산 정약용 등 당대 최고 인재를 규합하고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 축성 기술까지 다 끌어모아 최고의 기술력으로 완성했다.
특히 수원 화성 축조의 모든 기록을 세밀하게 정리한 ‘화성성역의궤’를 남겨 후대가 화성을 원형 그대로 복원할 수 있게 했다. 이 문건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때 결정적 기여도 했다.
화성은 도시 주변 성벽 쌓기에 그치지 않고 서울로 연결되는 신작로를 뚫었다. 인근에 화성 행궁을 증축하고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과 가로 정비를 함께 진행해 도시 조성의 기본을 충실히 이행했다.
무엇보다 시대를 앞선 혜안은 대도시 조성을 위해 산업 부흥을 준비한 것이다. 명재상 채제공이 왕의 뜻을 받들어 신도시 번영계획을 제안한 내용을 보면 화성신도시가 교통과 상품의 거점이 되게끔 유도한 대목이 돋보인다.
구체적으로 상업 진흥을 위해 상점을 상설화하고 조선 8도의 부유한 상인들을 옮겨 살게 했다. 정부지원과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수원 지역의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조정에서 총 6만냥을 지원해 상업 활동에 백성들이 참여할 길을 열어줬다. 백성들 집 한 채가 20~30냥이던 시절 집 3000채 수준의 파격이다. 그 덕에 화성 시장은 조선의 3대 시장에 등극해 신도시의 위상을 굳건히 다지는데 기여했다. 정조는 도시 조성 과정에서 토지보상 내역까지 세세히 남겨 후대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약 200년이 지나 삼성전자 본사가 자리한 기업도시 수원이 ‘산업의 쌀’과 같은 반도체 중심 도시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정조가 뿌려놓은 씨앗 덕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이후에도 신도시 개발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실험을 감행했다. 주택난 해결을 위해 공격적으로 지어 무려 30만가구를 공급했던 1기 신도시가 벌써 30년이 지났다.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을 통해 새로운 도시로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신축 아파트 공급난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3기 신도시도 ‘현재진행형’이다. 자립도시를 표방하면서 직·주·락 복합 개발을 내세운 것도 과거 일자리 접근성이 떨어지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던 신도시 개발에서 교훈을 얻어 진화한 개념이다.
하지만 여전히 2기 신도시와 일부 택지지구는 중심 상권에서 상가 공실로 신음하면서 거주민들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저렴한 분양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반면 경쟁입찰로 상가 용지를 분양한 후유증이다. 신도시 개발에 있어 보다 통합적인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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