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파운드리 백기...삼성전자 점유율 확대 전망

2024. 9. 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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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대대적 사업 재편 계획 발표
대만 TSMC 압도적 시장 지배력에 무릎
매각시 삼성전자 유력한 매수 후보 부상
2위 삼성 파운드리 수주 확대에 긍정적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올해 2월 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사업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인텔 제공]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분리·매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향후 파운드리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세계 1위 TSMC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란 평가 속에 2위 사업자 삼성전자가 대안 업체로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일 로이터에 따르면 인텔은 이달 중순 이사회에서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자본지출을 개선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인텔은 이같은 보도에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파운드리 분리·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텔이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 등의 조언을 받으며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인텔은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재건’을 외치며 시장에 다시 발을 들였다. 줄곧 삼성전자를 제치고 2030년 파운드리 업계 2위로 올라서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 속에 막대한 손실이 지속되면서 3년 만에 탈출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인텔의 위기감은 지난달 2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감지됐다. TSMC, 삼성전자에 이어 후발주자로 나선 파운드리 사업이 28억달러(약 3조8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전 분기보다 더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인텔 파운드리의 누적된 적자만 53억달러(약 7조2800억원)에 달한다.

겔싱어 CEO는 “2024년이 파운드리 영업손실의 최저점이 될 것이며 2027년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로이터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근거로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턴어라운드가 실현되려면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 파운드리 실적은 내부에서 의뢰한 물량까지 포함한 수치다. 즉 파운드리의 가장 큰 고객은 여전히 인텔인 셈이다. 파운드리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외부 고객사를 많이 확보해야 하지만 TSMC가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물량을 싹쓸이하는 상황에서 신생 업체나 마찬가지인 인텔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파운드리 제조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점은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인텔은 웨이퍼에 회로를 더욱 미세하게 그리는 데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이 경쟁사에 비해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대당 5000억원이 넘는 차세대 EUV 노광장비 ‘하이-NA EUV’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로부터 사들이는 등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구형 장비를 EUV 장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텔은 또한 미국에만 1000억달러(약 134조원) 이상을 들여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지난 2022년에는 10년간 800억유로(약 118조원)를 투입해 아일랜드와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인텔의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로 업계에서는 TSMC, 삼성전자와 함께 ‘파운드리 삼국지’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인텔의 후퇴로 오히려 TSMC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만 재확인한 셈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2%로, 2위 삼성전자(13%)와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로선 잠재적 경쟁사로 꼽혔던 인텔의 추격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축소하거나 투자를 철회한다면 향후 고객사 유치 등에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TSMC에 주문이 폭주하는 상황에서 자체 칩 생산을 고려하는 기업들에는 삼성전자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매각을 결정할 경우 TSMC와 함께 삼성전자가 잠재적 매수 후보자로 거론된다. 두 기업 모두 현재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등에 업고 현지에 생산시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인텔이 미국에 건설하고 있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 역시 TSMC나 삼성전자로 인수될 수 있는 만큼 향후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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