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쪽 넘는 약관 1분 만에 분석… 보험사 ‘에이전트’ 된 생성형 AI

이학준 기자 2024. 9. 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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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보험산업의 에이전트로 자리 잡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진호 본부장은 "생성형 AI를 도입하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투자하려 하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라며 "AI를 통해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보험업계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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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를 수 없는 AI 도입…보험사도 시동
500쪽 약관 1분 만에 분석 필요한 정보 제공
AI와 직원이 함께 의사결정하는 시대 도래
“투자 대비 이윤 불분명…차츰 변화할 것”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 행사장 모습. /이학준 기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보험산업의 에이전트로 자리 잡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이제 보험사 직원은 500쪽이 넘는 약관을 직접 찾아볼 필요가 없고, 간단한 보험금 청구 심사는 AI에게 맡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지난달 27일부터 3일 동안 서울 동대문구에서 진행된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에 참여한 보험 분야 스타트업은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임스(AIMS)가 유일했다.

이 회사는 텍스트 분석 기술을 활용해 약관 등 서류에서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발췌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서류 위·변조 여부는 물론 500쪽이 넘는 약관을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에 불과하다. 보험사 직원은 일일이 서류와 약관을 확인할 필요 없이 보험금 지급 심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삼성생명도 활용 중이다. 양경용 삼성생명 금융AI센터장은 지난 29일 행사에서 “보험약관을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을 내부적으로 개발해 임직원에게 공개했다”라며 “익숙하지 않은 내용을 약관에서 찾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한 번의 질문으로 해결된다면 서비스 질이 상향 평준화된다”라고 했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에 참여한 스타트업 에임스(AIMS). 행사에 참가한 핀테크 중 보험 분야는 에임스 한 곳뿐이다. 보험연수원장으로 내정된 하태경 전 의원도 지난달 29일 부스를 찾아 기술과 관련된 설명을 듣고 있다. /이학준 기자

챗 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탄생하면서 보험사의 업무 과정도 바뀔 전망이다. 과거에는 AI를 활용해도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사람이 했는데, 이제는 AI와 사람이 협업해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됐다. AI에 고객의 질병과 치료 내용 등 상황을 제공해 보험금 지급에 대한 판단을 물어본다는 것이다.

고석태 마인즈앤컴퍼니 대표는 “단순한 질문에 AI가 대답해 주는 것으론 손해율이 개선되거나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라며 “생성형 AI 이후로는 업무의 각 단계에서 AI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 AI가 완벽히 도입되기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험산업은 규제산업으로, 기술을 빠르게 활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자비용 대비 이윤(ROI)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무작정 투자 규모를 늘리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이번 행사에서 오는 10월 출시할 ‘보험진단 AI’ 서비스를 공개했는데, 서비스는 고객의 건강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질병에 걸릴 확률을 보여준 뒤 관련된 보험 상품은 설계사에게 문의하라고 안내하는 수준에 그쳤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회사가 보험을 추천하거나 판매할 수 없어 AI 개발 단계에서도 보험 상품을 추천하는 듯한 단어는 모두 배제했다”라고 말했다.

캐롯손해보험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진호 본부장은 “생성형 AI를 도입하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투자하려 하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라며 “AI를 통해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보험업계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카카오페이가 오는 10월 출시할 예정인 '보험진단 AI' 서비스. 고객의 건강검진 정보 등을 토대로 향후 질병에 걸릴 확률을 분석해준다. /이학준 기자

학계에서는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보험업계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보험연구원의 손재희 소비자·디지털연구실장은 “과거에는 AI 도입이 정말 이익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었던 상황이다”라면서도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려면 결재라인 등 많은 부분에서 조금씩 변화가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행사에는 보험연수원장으로 내정된 하태경 전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보험사 임직원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AI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라며 “AI와 관련된 내용을 듣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AI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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