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투자 경력 20년 프로 부동산 투자자 | “등기만 150개 ‘부동산 컬렉터’… 지금은 서울 볼 때”

백윤미 조선비즈 기자 2024. 9. 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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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라는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있는 곳만 산다. 다년간 투자하면서 기술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빌라는 서민의 필수재이기에 구조적으로 아파트만큼 가격이 급격하게 오를 수 없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아웃풋이 안 나오면 투자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8월 5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40대 부동산 투자자 이모씨. /백윤미 기자

“자산이 얼마냐고요? 모릅니다. 부동산을 판 적이 거의 없는데 얼마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투자 경력 20년이 넘은 ‘프로 부동산 투자자’가 자기 자산이 얼마인지 모른다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투자 철학을 듣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한 마디로 정의한 투자 철학은 ‘저스트 두 잇(Just do it·그냥 해)’이었다. 일단 투자를 한 뒤 1년이고 10년이고 묵혀두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인해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40대 사업가 이모씨를 만나 부동산 투자 현황과 입문 계기, 초보자에게 도움 될 만한 팁을 들어봤다. 본인 요청으로 익명으로 했다.

자기소개를 해 달라.

“경기와 충북에서 안전용품 등을 취급하는 건설 자재업을 22년째 하고 있다. 부동산에는 일찍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자재 사업을 하면서 더 관심을 두게 됐다. 사업장이 필요해서 부동산을 사들이게 된 게 투자의 시작이었다. 두 군데서 사업을 하다 보니 살 아파트가 필요해서 샀고, 회사 운영에 토지와 공장이 필요하니 경·공매로 낙찰받았다.”

현재 자산은 얼마나 되나.

“법인으로 투자한 것까지 다 합치면 등기가 150개 정도는 될 거다. 처음 살 때보다 가격이 오른 건 알지만, 솔직히 내 자산이 총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1억원씩 계산하면 150억원이고, 2억원씩 계산하면 300억원일 것이다. 그렇게 추정하는 정도다. 산 물건을 팔아야 시세 차익을 남겨서 계산할 수 있는데, 정말 거의 안 팔았다.”

부동산을 판 적이 없다고 했다. 왜 그런가.

“지금은 다 올라서, 팔았을 때 그 가격에 살 수 없어서 안 판다. 나는 ‘부동산 컬렉터(collector·수집가)’다.”

구체적인 투자 사례를 알려달라.

“20년 전 첫 투자로 산 게 전남 신안군에 있는 토지 3300㎡(약 1000평)였다. 3.3㎡당 1만원에 샀는데 지금 시세가 3.3㎡당 20만원이다. 내가 일을 해서 돈을 번 걸까.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입지의 토지여서 그렇다. 토지의 가치 변동이 일어나서 가격이 오른 거지 물건 자체가 바뀐 것은 없다. 서울 강남 아파트도 똑같다. 반면 인건비나 재료비는 부동산 상승분만큼 올릴 수 없다. 그렇게 올리면 국가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부동산 중에서도 어떤 분야에 주로 투자하나. 투자할 때마다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나.

“필요할 때마다 돈이 생긴다. 사업 소득도 있고, 부동산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은행에서 대출이 더 나오기도 하고. 투자는 아파트부터 빌라, 단독주택, 토지, 건물, 공장 등 다양하다.”

왜 그렇게 다양하게, 많이 샀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사보는 것만큼 확실한 배움이 없다. 또 궁금해서. 그 결과 자신이 가진 역량으로 움직여야 하고, 투자와 사업 사이에서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최근 이모씨가 공동 투자를 통해 낙찰받은 경남 진해의 한 오피스텔. /이모씨
이모씨가 그간 투자한 부동산 계약서들. /이모씨

부동산 투자는 어떤 계기로 입문하게 됐나.

“27세 때 시작했다. 당시 모 분양 대행사에 다니던 친구가 시행 부문을 가지고 독립해 사업을 시작했다. 거기에 1억원 정도 투자했는데 망해서 돈을 날렸다. 그 1억원 중엔 가족 돈도 있었다. 왜 실패했는지 공부하다 보니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게 됐고, 현재까지 왔다.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기 시작한 건 투자 시작하고 4~5년 뒤다.”

성공한 투자 사례 하나만 꼽는다면.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킨 것은 있다. 모 지역 아파트에 전세 끼고 현금 2억원으로 매수한 뒤 매도했고, 현 시세 기준으로 6억원 차익을 남겼다. 2억원으로 6억원을 벌었으니 세 배를 번 거다.”

전세 끼고 하는 투자가 효율적인 투자라고 생각하나.

“대출 이자를 임차인이 내준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전세 끼고 하는 투자가 효율적이다. 또 (금융권보다) 임차 시장 범위가 넓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다.

뭣 모를 땐 빌라를 이것저것 샀는데, 지금은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있는 곳만 산다. 다년간 투자하면서 기술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빌라는 서민의 필수재이기에 구조적으로 아파트만큼 가격이 급격하게 오를 수 없다. 누수 등 관리를 많이 해 줘야 하는 부담도 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아웃풋이 안 나오면 투자하기 어려운 상품으로 보고 있다.”

공동 투자도 많이 하는 걸로 아는데 주로 어떤 분야에 하나. 공동 투자를 하는 이유는.

“건물,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에 한다. 공동 투자를 하는 이유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장기간 부동산을 갖고 가는 편인데, 외부 환경에 변수가 많으므로 그 변수를 분산하면서 가기에 공동 투자가 좋다. 만약 내게 다른 문제가 생겼을 때도 공동 투자자가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나에게 도움을준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는 서울 부동산만 보나.

“지금은 서울만 본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인구가 줄어든다, 인력이 없다 등으로 가고 있고 투자도 흐름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당분간 지방 투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시간 지나면 지방도 분명 회복하겠지만, 당분간은 이 추세가 지속하지 않겠나. 수도권은 판교, 수원, 용인, 하남, 구리, 남양주 덕소 등 지역이 상승 여지가 있다고 본다. 경기 북부에는 큰 회사가 없어서 리스크가 있다.”

부동산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 평소 특별히 노력하는 게 있나.

“오전 3~4시에 일어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멍때리기’다. 스마트폰 없이 20~30분 정도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다음 책을 본다. 오전 5시쯤 헬스장에서 운동한다. 헬스한 지는 15년쯤 됐다. 그리고 사우나가 끝나면 오전 8시다. 그때 일과를 시작한다. 등기나 가등기 등 서류 작업이 있을 수도 있고 임차인에게 연락이 오면 받기도 한다. 신규 사업도 준비하고 공동 투자할 투자자도 만나고, 그러면 하루가 금방 간다.”

독서를 많이 한다니 초보 투자자가 읽을 만한 책을 한 권 추천한다면.

“김경일 아주대 교수가 쓴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 생활’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투자서는 예전에 많이 읽었고, 요즘엔 심리학을 공부 중이다. 투자에서나 인간관계에서나 아무리 잔뼈가 굵어도 사람이기에 항상 흔들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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