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굴뚝공장만 있다고? 요즘 산단 이렇게 만듭니다

채신화 2024. 9. 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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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경주 국가산단 예정지 직접 가보니
교통·인프라에 특화 문화산업까지 '입체적'
LH, 연내 예타 신청해 2030년 준공 예정

통상 '산업단지'(산단)라고 하면 공장이 죽 늘어서 있는 지역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젠 산단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일자리-주거-문화'(직주락, 職住樂) 시설을 연계해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지역 거점으로 만들어 지방 소멸까지도 대처한다. 굴뚝이 떠오르는 공장터가 지식산업센터로 바뀌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달 29~30일 다녀온 안동·경주 국가 산단 후보지는 이 같은 청사진과 잘 들어맞는 곳이었다. 교통과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각 지역 산업의 특색도 두드러졌다. 문화 관광지인 이들 지역이 산단 조성 후 어떻게 변모할지 미리 들여다보고 왔다.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 후보지/자료=국토교통부

'다 준비된' 안동 산단 후보지 

지난달 29일 오후 방문한 경상북도 안동시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 후보지는 푸른 산에 둘러싸여 있었다. 산단이 들어설 곳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바로 앞에 34번 국도가 있고 서측엔 신도시, 동측엔 구도심이 위치해 있다. 향후 산단이 조성되면 도시의 분위기가 빠르게 변할 것이란 기대감이 들게 하는 여건이다. 

이미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구경북지역본부 지역개발팀 차장은 "안동 산단은 기존 정주여건 활용이 가능한 데다 정부에서 진입도로를 국비 지원해 주고 안동시에선 산단 분양가를 다소 낮출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며 차별점을 설명했다.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은 안동시 풍산읍 노리 일대 105만㎡(32만평)에 바이오 의약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LH(51%)와 경북개발공사(49%)가 시행한다. 지난해 3월 후보지로 선정되고 올 6월엔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도 지정됐다. 

이 산단은 정부가 구상하는 '직주락' 단지에 적합해 보였다. 특히 교통망이 강점이었다. 안동역이 있는 데다 연말에 도담~영천 복선전철이 완료되면 서울 이동 시간이 단축될 전망이다. 군위·의성군에 계획되고 있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도 가깝다. 

이 차장은 "국도 34호선 확장을 추진하고, 서안동 IC(나들목) 고속도로 하부로 박스(약 300m)를 국비로 개설할 예정인데 그러면 IC 내려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산단 진입이 가능하다"며 "서측엔 경북바이오 일반산단이 있어 국가산단까지 조성되면 안동 중심 북부권 클러스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29일 오후 경상북도 안동시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 후보지에서 이미옥 LH 대구경북지역본부 지역개발팀 차장이 안동 산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채신화 기자
안동 국가산단 예정지 위치도/자료=국토교통부 제공

산단 주변에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등 바이오 분야 주요 기업체가 입주해 있고 안동대학교 등 연기지원 기관이 다수 자리하는 것도 강점이다. 토지 보상과 산단 분양 등도 순탄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동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통과되고 산단 계획이 승인되면 그 이후 보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상대적으로 농지가 많고 지장물이 적은 편이라 보상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26가구가 거주 중인데 보상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장에서 기자 설명회를 진행한 뒤 인근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 안동시 담당자에게 산단이 언제 조성되는지 등을 묻기도 했다. 

이 차장은 "산단 조성원가는 ㎡당 70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조성원가, 공사비 등이 올라가는 면이 있는데 인근 산단 수준으로 조성가를 공급하도록 LH와 지자체가 협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안동 산단을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최적지'라고 봤다. 조남희 국토부 사무관은 "지난 6월 안동이 바이오 산단 특화지구로도 지정돼 헴프(대마) 조성 등 위한 메카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방문한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사진=채신화 기자

헴프 연구는 개원 20년 된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이날 오후 들른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은 헴프와 천연물 소재 연구개발부터 상품화 전주기를 지원하고 있었다. 

조동훈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전략기획실장은 "지난해 1월 기준 국내 바이오 헬스 기업 2만8100여개 중 경북 지역 소재 기업수는 452개로 3.5% 정도지만 천연물 소재 생산 분야는 전국 1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천연 바이오 경북, 차세대 백신 안동-포항 T-밸리, 경북 서남쪽과 남쪽 부분 연결하는 바이오 에코 소재 산업벨트, 포항시 경주시 중심으로 바이오신약클러스트 등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뜨는 원자력…'경주를 SMR 요람으로' 

30일엔 경주 SMR(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단 후보지를 방문했다. 마찬가지로 산과 비닐하우스 등이 늘어선 곳이었다. 그러나 인근에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전 등 원자력 발전소 5기가 위치해 'SMR 최적지'라는 평가다. 

김인전 LH 대구경북지역본부 차장은 "경주 산단은 동측에서 원자력 연구단지를 개발 중으로 SMR 요람을 건설하고 있다"며 "경주시와 원팀이 돼서 최대한 협력해 SMR 산업 글로벌 허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후보지 선정된 경주 SMR 산단은 경주시 문무대왕면 두산리 일대 150만㎡(46만평)로 조성되는 사업으로 LH가 단일 시행한다. 원자력 산업 및 R&D 인프라 연계 글로벌 SMR 허브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SMR은 원자로의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형으로 생산해 현장에서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제작된 전기출력 300MW 이하 원자로다. 바다에서 대규모 냉각수를 끌어올 필요가 없어 입지 선정에 제약이 적고, 냉각제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낮다.

경주 SMR 국가산단 후보지/사진=채신화 기자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따른 원자력의 역할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선진국을 중심으로 SMR 개발이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경주 산단 입주 수요도 높다. 김 차장은 "경주시 1차 수요 조사에서 100% 이상의 수요가 나왔다. 세계적으로 원전을 다시 하는 추세라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는 안동보다는 조금 높을 전망이다. 김 차장은 "경주시와 협약을 통해 주변 인근 산단 가격으로 정할 예정"이라며 "경주 북쪽은 문화재 관련해 묶여있지만 남쪽은 울산 등이 엮여 잘 돼서 조금 더 비싸다. 인근 산단 조성 원가가 1㎡당 98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안동·경주 산단의 속도는 신규 후보지로 지정된 15개의 국가산단 중 앞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용인·고흥·울진 등 예타 면제 후보지 3곳을 제외하고선 안동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 결과 안동 산단은 52개 기업이 입주 의향을 보인 상태다. 경주 산단은 1차 수요 조사에서 152개가 의향을 보였고 실제 MOU를 체결한 곳은 39곳이다.

안동은 올해, 경주는 내년 상반기 예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2025~2026년엔 국가산단 지정 절차를 마무리해 2030년께 조성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안세창 국토부 국토정책관은 "산단 조성은 단순히 공장을 짓는 개념으로 하지 않는다"며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지역 거점을 만들고 직주락을 연계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김재경 LH 지역균형본부장은 "안동과 경주에 들어설 첨단산단은 향후 지역경제를 이끌어 나갈 초석이 될 것"이라며 "LH는 지자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사업준비 기간을 3분의 1가량 단축해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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