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로 새출발' 여오현, 김호철 감독이 먼저 손 내밀었다 "韓 최고 지도자께 배우는게 낫겠다 싶었다"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영원한 리베로' 여오현(46) IBK기업은행 수석코치가 선수 시절 완성하지 못한 10번째 우승의 꿈을 지도자가 돼 이루고자 한다.
여 코치는 지난 30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일본 V리그 리그 팀 도요타 오토바디 퀸세이즈와 전지훈련 연습 경기를 마친 뒤 "선수를 할 때나 지도자를 할 때나 우승은 바라는 것은 똑같다. 지도자 신분으로 저의 10번째 우승 반지를 끼게 된다면 이것 또한 특별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여 코치는 프로 출범 원년인 2005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20시즌 간 빠짐없이 남자배구 코트를 누볐다. 역대 통산 정규리그 600경기 이상(625경기) 출전한 유일한 선수다. 그는 2015년부터는 플레잉 코치로 선수와 지도자의 경계선에 있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여자배구의 '새내기 코치'로 변신했다.
은퇴 갈림길에 선 그에게 손을 내민 건 '스승' 김호철(69) 감독이었다. 여 코치는 "선수 생활을 더 할지 고민하던 상황이었는데 김호철 감독님께서 ‘지도자를 할 거면 함께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영광이었다. 하지만 바로 대답은 드리지는 못했다. 선수 계약 제의가 와서 선수 생활 연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1주일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단장님, 감독님께서 계속 전화를 주셨다. 고심 끝에 이왕 지도자 길을 들어서는 거면 한국 최고 지도자께 배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섰고, 본격적인 제2의 지도자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자부 선수들과 처음 호흡하는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여 코치는 "여자부 선수들을 대할 때 공감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화를 냈을 상황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한다"며 "제 지적이 너무 직설적일 때도 많은 것 같다. 훈련을 마친 뒤에 하루를 돌아보면서 후회하기도 한다. 순간순간 지적하는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가는 부분을 더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 코치의 열정은 변함이 없다. 이제는 IBK기업은행 선수단 전지훈련장에서 여 코치의 힘찬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섭섭할 정도다. 목소리도 선수 때처럼 여전히 걸걸하다. 그는 "소리를 안 지르면 운동을 안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여전히 목이 쉬어있다"며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잘 따라와 준다. 덕분에 요즘 훈련이나 연습경기 분위기도 파이팅이 넘친다"고 웃었다.
여 코치는 선수들에게 크게 2가지를 강조한다. ‘기본기’와 ‘태도’다. 그는 “기술을 잘 가르치는 코치보다 기본에 충실한 코치가 되고 싶다. 선수들에게도 제일 중요한 건 기본기라고 강조한다. 기본기를 잘 다져야만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며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배구는 혼자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훈련과 경기에서 태도가 안 좋은 선수가 있다면 주변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이 미친다. 분위기를 흐리는 선수가 되면 안 된다. 선수들이 당장 힘들다고 얼굴 찌푸리고 자신이 힘든 것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여 코치는 선수 시절 숱한 우승을 경험했다. 삼성화재에서 7번, 현대캐피탈에서 2번으로 총 9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손에 꼈다. 역대 2번째로 많다. 하지만 목표로 했던 10번째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한 건 못내 아쉽다.
이제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10번째 우승을 그리고 있다. 여 코치는 “강력한 서브와 안정적인 리시브가 갖춰지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부분을 봤을 때 저희가 봄 배구는 무난히 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것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 선수들과 함께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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