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겨냥’ 남중국해 넘어 유럽·아프리카까지 진출…中, 해상 패권 향해 달린다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4. 9. 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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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프리카와 캄보디아에 항공모함 정박 가능한 해군기지 건설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8월18일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중국을 국빈방문했다.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럼 서기장은 취임 후 2주 만에 첫 외국 방문국으로 중국을 택했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를 모두 만났다. 8월20일 럼 서기장은 국빈방문을 종료하며 중국과 14개 분야 협정을 체결하고 공동성명으로 발표했다. 협정 내용에는 중국, 베트남, 라오스 3개국을 잇는 555km 철도 건설과 하노이 지하철 건설, 사람과 물자의 원활한 통관을 돕는 스마트 국경 검문소 건설 등 경제무역 협력이 주로 담겼다.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호 ⓒImaginechina 연합

中, 20세기에 전쟁했던 베트남과도 최근 밀착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해군, 해안 경비, 국경 경비 등 군사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부분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분쟁을 확대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도 합의했다.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 20세기 이후 중국과 전쟁을 한 유일한 국가다. 1979년 전쟁에선 수십만 명이 참전해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쟁 원인 중 하나는 중국과의 영토 분쟁이었다. 육지의 국경선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의 영유권은 뜨거운 감자였다.

파라셀 군도는 중국의 최남단 도시인 싼야에서는 336km 떨어져 있고, 베트남에서는 445km여서 중국과 가깝다. 하지만 20세기 전반기까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일부였다. 프랑스가 축출된 뒤에는 남베트남이 관리했다. 이를 1974년 중국군이 침공해 섬에 주둔하던 남베트남군을 쫓아냈다. 1988년 중국은 싼야에서 1000km나 떨어진 스프래틀리 군도에도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과 충돌했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베트남은 함정 2척이 침몰했고 병사 70여 명이 사망했다. 현재 파라셀 군도는 중국이 실질 지배 중이다.

스프래틀리 군도는 베트남 29개, 중국 9개, 필리핀 9개, 말레이시아 5개 등 6개국이 각기 다른 섬을 점유하고 있다. 남중국해에는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어 중국과 동남아 각국이 대치하고 있다. 2014년 중국이 파라셀 군도에서 석유를 시추하자 베트남에선 대대적인 반중시위가 벌어졌다. 그 후 베트남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외교노선을 걸어왔다. 강대국과 모두 잘 지내며 실리를 챙기는 '대나무 외교'였다. 

그런데 럼 서기장은 취임 후 친중 행보를 보였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정책 전환이 있다. 중국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따라 전랑외교(戰狼外交·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력과 보복 등 공세적인 외교를 지향하는 중국의 외교 방식)를 밀어붙여 왔다. 시 주석은 14억 중국인에게 '서구에 할 말 하는 지도자' '미국과 대등한 대국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그러나 다른 나라를 윽박지르고 경제 보복을 일삼는 행태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전 세계인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또 미국은 경제·산업에서 디커플링을 내세워 중국을 강력 압박했다. 심지어 서방진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통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전랑외교를 버리고, 우호국과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우군을 넓히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에 따라 갓 취임한 럼 서기장을 초청해 환대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원만히 풀어가려 한 것이다. 중국의 전략 변화는 캄보디아 레암에 건설한 해군기지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본래 레암은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캄퐁과 가까운 바닷가였다. 하지만 2020년부터 대대적인 공사를 벌여 해군기지로 탈바꿈했다. 

ⓒ연합뉴스

中, 우호국과 수시로 군사훈련…나토 견제용

문제는 레암 기지 북쪽에 항공모함까지 정박할 수 있는 거대한 부두를 건설한 점이다. 미국은 정찰위성을 통해 이것이 중국 항공모함을 위한 시설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2023년 12월부터 이 부두는 중국 군함이 정박하며 이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에는 2017년 아프리카 동부의 지부티에 건설한 해군기지에 이어 두 번째 해외 기지가 되는 셈이다. 현재 지부티 기지에는 항공모함이 정박할 수 있는 330m 부두뿐만 아니라 400m 길이의 활주로가 지어졌다. 레암 기지는 지부티 기지처럼 수심이 깊어 항공모함이 정박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중국은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에 이미 적지 않은 불침항모(不沈航母)를 건설했다.

작은 섬과 암초를 메워 큰 인공섬으로 탈바꿈시켰고, 부두와 활주로를 건설해 놓았다. 그러나 이런 남중국해의 인공섬 기지는 전쟁이 일어나면 주변의 동남아 국가와 미국 해군에 쉽게 노출되어 공격받기 쉽다. 그에 반해 레암 기지는 캄보디아의 영토다. 캄보디아는 아세안 회원국이기에 다른 동남아 국가나 미국이 레암 기지를 공격하기 어렵다. 중국은 캄보디아를 동남아에서 가장 중요한 친중 국가로 만들기 위해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캄보디아 입장에서 중국은 최대 투자국이자 무역 상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레암 기지를 발판으로 캄보디아와 합동 해상 훈련을 수시로 진행한다. 향후 베트남과도 합동 훈련을 벌이며 군사 협력을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우호국과 진행하는 군사 협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있다. 이미 남중국해를 벗어나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러시아를 방문해 발트해 동쪽의 핀란드만에서 러시아 해군과 합동 훈련도 진행했다고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했다. 아덴만 호위 임무는 한국도 참여한다. 바로 청해부대다. 청해부대는 임무 도중 주변국을 방문해 우호 행사를 벌인다. 하지만 중국 군함처럼 지중해나 유럽 영해까지 가서 훈련하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은 7월29일부터 8월11일까지 탄자니아와 육상·해상에서 동시에 합동 대테러 훈련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이웃 나라인 모잠비크와도 대테러 훈련을 진행했다. 합동 훈련을 통해 중국은 이지스함인 052D형 구축함의 운용 반경을 넓혔고, 중국 공군 Y-20 전략 수송기를 아프리카까지 처음 보내 수송 능력을 점검했다. 이를 두고 글로벌타임스는 "먼 대륙과 바다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그 속내는 다르다. 서방진영은 나토의 견제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이라고 분석한다. 또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진행하는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에 맞서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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