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말 바꿀 정도…美 대선 최대 이슈 ‘생식권’
미국에서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생식권(여성이 출산 관련 이슈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이 정치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2년 전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이후 생식권이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생식권이 이슈의 중심에 서자, 과거 낙태권 확대에 반대하던 입장에서 선회해 최근 들어 체외인공수정(IVF)을 지원하겠다고 하는 등 말을 바꿨다. 민주당 측은 생식권 강조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우호적인 여성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을 계기로 여긴다. 여기다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팀 윌즈 미네소타주 주지사 부부가 첫딸을 IVF로 얻었던 것을 강조하며 생식권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 시각) “유권자들에게 경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시에나 칼리지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낙태권이 대선 투표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유권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유권자들은 낙태 문제에 있어 트럼프보다 해리스를 신뢰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해리스는 낙태권에 있어 트럼프보다 20%포인트 우위다.
트럼프는 1973년 임신 중절을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2002년에 뒤집은 대법관을 임명한 인물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미시간주의 포터빌 유세에서 “우리는 친가정(pro-family)이라면서 난임 부부를 위한 IVF 시술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정부가 내거나 여러분의 보험사가 지불하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다음 날인 30일 플로리다주에서 낙태 권리를 확대하는 투표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낙태 권리 확대를 지지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보수 진영에서 반발이 나왔고, 하루 만에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가 생식권, 그중에서도 낙태권과 관련해 입장을 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발표한 공화당 정강정책에서 ‘연방 차원의 낙태 금지를 지지한다’를 기존 문구를 삭제했다. 그러면서 낙태권은 각 주(州)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강경 보수 유권자와 반대되는 입장이다. 이처럼 트럼프가 낙태권과 IVF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는 것은 경합주 승패가 여성과 중도 유권자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해리스 측은 “트럼프의 거짓말에 속지 말라”며 낙태권 이슈를 주도하려 하고 있다. 해리스 캠프는 30일 트럼프의 IVF 시술 지원 공약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되면 IVF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거짓말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IVF 시술에 반대하는 판사를 임명했고, 시험관 시술 보호에 반대 투표를 한 J.D 밴스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발탁하는 등 IVF 시술 반대 운동과 관계가 깊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재임 시절 임명한 대법관들이 주축이 돼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을 지적한 것으로,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가 때때로 낙태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 ‘선거용’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또한 해리스 캠프는 3일부터 트럼프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생식권 버스 투어 행사도 개최한다. 해리스 캠프는 플로리다주를 시작으로 경합주를 돌면서 생식권을 앞세워 선거 운동을 할 예정이다.
NYT 조사 결과 해리스는 핵심 민주당 성향 유권자층인 젊은 층, 흑인, 라틴계 유권자로부터 낙태 문제에 대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히스패닉계 유권자 중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낙태 문제를 더 잘 다룰 것’이라고 답한 비중은 30%포인트 높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이슈를 놓고 트럼프보다 12%포인트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해리스의 경쟁력이 더 있는 셈이다.
다만 낙태권이 부동층 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경합주 유권자의 25% 이상은 인플레이션이나 경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이들 중 14% 만이 낙태를 투표에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NYT는 “민주당 당원의 상당수는 낙태권을 대선 핵심 주제로 꼽았고, 공화당원의 상당수는 이민을 꼽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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