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리켄 수석과학자 김유수 교수, IBS 신임 단장 선임
한국인 최초로 일본 이화학연구소(리켄) 수석과학자가 된 김유수 도쿄대 교수와 철학과 인지과학을 잇는 연구를 진행 중인 하콴 라우 리켄 팀리더가 기초과학연구원(IBS) 신규 연구단 단장으로 선임됐다.
IBS는 김 교수와 라우 팀리더를 1일부터 융합 분야 신규 연구단장으로 선임한다고 2일 밝혔다. 김 교수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있는 양자변환연구단 연구단장, 라우 팀리더는 성균관대에 위치한 뇌과학이미징연구단 공동 연구단장으로 선임됐다.
김 단장(56)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에서 응용화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리켄과 도쿄대에서 연구를 해왔고 2015년에는 리켄 연구자로서 가장 높은 직책인 수석과학자에 선정돼 표면·계면과학 연구실을 이끌었다. 한국인이 리켄 수석과학자에 오른 건 김 신임 단장이 처음이다. 2022년에는 도쿄대 응용화학과 교수로 임명됐다.
김 단장은 표면 및 계면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볼프강 파울리가 “물질은 신이 창조했지만 표면은 악마가 만들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표면 화학 연구는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교과서에서 배운 화학 도구가 표면 연구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표면을 연구하려면 적합한 도구가 필요하다. 김 단장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으로 표면과 계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원자 및 분자 수준에서 관찰·연구했다.
이를 통해 단일 분자 내에서 생성되는 광전류를 원자 수준에서 측정해 2022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2021년에는 나노 물질의 전자구조와 광학 물성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한 나노 분광법을 개발해 ‘사이언스’에 발표했고 2019년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발광 메커니즘을 제시한 연구를 네이처에 제시했다. 이러한 업적을 바탕으로 일본 문부과학부 과학기술표창, 일본 분자과학회 국제학술상, 일본 화학회 학술상 등 유수의 과학상도 수상했다.
김 단장이 이끄는 양자변환연구단은 양자 상태 간 상호작용을 정량적으로 계측‧제어하는 방법론을 통해 양자 변환 현상에 의해 발현되는 혁신적 기능과 물성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 단장을 통해 한일 공동연구 또한 적극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김 단장은 “촉매, 배터리, OLED 등 인류에게 편의를 가져다준 기술의 기저에는 모두 고체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연구해 온 기초과학자들의 연구가 있다”며 “개인적으로 연구에 있어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에 변화의 방향성과 IBS가 지향하는 바가 잘 맞아 귀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뇌과학이미징연구단 공동 연구단장으로 선임된 라우 신임 단장(45)은 홍콩 출신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와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에서 교수로 근무했다. 2021년에는 리켄 뇌과학센터 팀리더로 부임했다.
라우 단장은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아우르는 연구로 주목받았다. 1만7000회가 넘는 피인용 수, 64의 h-인덱스 등을 기록했다. h-인덱스는 학계 인지도와 연구 영향력을 나타낸다. n번 이상 인용된 논문이 n개 있으면 h-인덱스는 n이다. n의 숫자가 커질수록 우수한 논문이라는 의미다.
라우 단장은 2022년 출간한 학술서 ‘우리가 신뢰하는 의식’에서 실증 연구와 이론가들의 협력을 토대로 독창적인 의식 지각 이론을 제안했다. 2017년에는 인공지능(AI) 등 기계가 인간처럼 의식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해석를 사이언스에 발표했고 메타인지 능력을 평가하는 계산 방법론 제시 등의 연구도 주목받았다. 이러한 업적을 바탕으로 라우 단장은 윌리엄 제임스상, 재닛 테일러 스텐스상 등 심리 과학 분야 상을 수상했다.
IBS 합류 후 라우 단장은 인간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다른 동물과 다른 근본적 이유를 찾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뇌의 미지 영역 중 하나인 전전두피질이 다른 동물보다 잘 발달한 이유와 지각에 기여하는 바를 밝힐 계획이다. 연구를 진행하려면 인간에게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비침습적 실험방법과 설치류 등 동물 모델에서 사용 가능한 기술이 결합돼야 한다.
라우 단장은 “뇌과학이미징연구단에는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자기공명영상(MRI) 물리학자인 김성기 단장이 있고 거대한 질문을 풀어낼 수 있는 모든 도구가 갖춰졌기 때문에 합류를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다”며 “연구단이 축적해 온 뛰어난 뉴로 이미징 기술과 방법론을 활용해 기초 뇌과학 분야의 거대 질문들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도영 IBS 원장은 “일본 정상급 연구자로 자리매김한 김유수 단장이 귀국해 IBS 양자변환연구단을 이끄는 만큼 연구단이 국제 협력의 가교가 되어 글로벌 화학계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믿는다”며 “물리학자와 신경과학자가 공동 연구단장을 맡게 된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은 앞으로 더욱 도전적인 융합 과학 연구를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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