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헤리티지자산운용, 제3 법인 내세워 공동 사업자 지분 적대적 인수

송응철 기자 2024. 9. 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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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스루체가 차린 밥상 채갔나…헤리티지 “법적 문제 없어”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헤리티지자산운용이 개발사업을 함께 진행한 건설사 한스루체로부터 사업 수익을 부당하게 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3의 법인을 내세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을 양도받는 방식으로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을 강탈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한스루체는 이 때문에 부지 확보부터 주택 건립까지 사업 전반을 담당했음에도 수익 실현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접수한 상태다. 반면 헤리티지자산운용은 해당 SPC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 불법은 없었다며 맞서고 있다.

한스루체는 헤리티지자산운용이 사업을 위해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의 자사 지분을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사저널 사진 자료

한스루체, 경찰에 고소장 제출

논란의 중심에는 '부산 해운대 상지카일룸 사업'이 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고급빌라 12세대를 신축 분양하는 이 사업은 지난 5월 준공이 완료됐다. 상지건설이 시공을, 헤리티지자산운용이 금융을 각각 맡았다. 헤리티지자산운용은 2021년 8월 한종희 한스루체 대표에게 고급빌라 공동 건립을 제안하면서 이 사업에 참여했다. 상지건설 설립자인 한 대표는 '상지카일룸' 브랜드로 강남 일대에 고급빌라를 성공적으로 분양한 사업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다.

한 대표는 기존 부산 해운대에 준비 중이던 사업을 헤리티지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스루체와 헤리티지자산운용은 사업을 위한 SPC인 퀀텀디브이를 약 6:4 지분율로 설립했다. 그 결과 한스루체는 6억원을 출자해 퀀텀디브이 지분 60.6%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사업은 헤리티지자산운용이 2022년 5월 315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일으키며 본격 진행됐다.

그러나 이후 한스루체와 헤리티지자산운용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다. 헤리티지자산운용이 한 대표를 퀀텀디브이 경영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퀀텀디브이는 헤리티지자산운용이 사내이사로 선임한 박아무개씨를 통해 운영됐다. 한스루체는 이 과정에서 헤리티지자산운용이 퀀텀디브이의 자금 집행 내역 등 경영활동 일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사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건 올해 초다. 한스루체가 퀀텀디브이의 경영상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다. 한스루체에 사전 통보 없이 헤리티지자산운용 등을 대상으로 10억1000만원 규모의 이익참가부 사채를 발행한 점이 대표적이다. 연 이자 20%를 지급하고 시행 이익 20%를 우선 배당하는 조건이었다.

한스루체는 퀀텀디브이가 과도한 금융자문수수료를 책정한 점도 문제 삼았다. 퀀텀디브이는 PF 대출 과정에서 헤리티지자산운용(6억원) 등에 25억원의 금융자문수수료를 지급했다. PF 대출 시 금융자문수수료가 1.5%에서 2% 수준인데 헤리티지자산운용에는 3.5%가 적용됐다. 한스루체는 또 퀀텀디브이가 펜트하우스 1세대를 헤리티지자산운용에 할인 분양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헤리티지자산운용 관계자는 "이익참가부 사채를 발행한 배경은 약 5:5 비율로 사업 정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구조화기법을 사용한 것"이라며 "금융자문수수료율도 대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과 당시 시장 상황 및 금리가 고려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스루체는 올해 2월 이와 관련한 소명과 퀀텀디브이의 경비지출 상세 내역 등 장부 공개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헤리티지자산운용에 발송했다. 그러나 헤리티지자산운용은 모든 연락을 단절했다. 그러자 한스루체는 지난 5월 법원의 허가를 얻어 퀀텀디브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한 대표를 퀀텀디브이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헤리티지자산운용 관계자는 "그동안 한스루체가 지적한 사항들에 대해 수차례 구두 설명했지만 같은 소명을 반복적으로 요구해 더 이상의 설명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스루체는 PF 대출 만기를 앞둔 올해 8월초 상환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PF 대출을 상환한 뒤 퀀텀디브이가 보유 중인 해운대 상지카일룸 8세대를 분양해 수익을 정산받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퀀텀디브이는 해운대 상지카일룸 4세대에 대한 분양수익금 200억원으로 PF 대출 일부를 상환하고 115억원의 잔금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헤리티지 "채권·지분 취득 적법"

한스루체는 헤리티지자산운용에 퀀텀디브이 보유 주식 비율에 따른 유상증자로 자금을 마련해 PF 대출 잔금을 상환하자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 시기에 한스루체는 증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상황에 대비해 대주단과 상지건설에 자금을 마련해 PF 대출 잔액을 대위변제하겠다는 내용의 협의도 진행했다.

헤리티지자산운용의 대응은 예상을 벗어났다. 헤리티지자산운용은 한스루체와 협의 없이 제3의 SPC를 내세워 대주단으로부터 대출채권(115억원)을 양도받았다. 그리고 당일 해당 대출의 기한이익을 상실시키고 PF 대출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한 한스루체의 퀀텀디브이 지분 전량(60.6%)의 소유권을 가져간 뒤 해당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해 한 대표를 해임했다. 한스루체는 헤리티지자산운용이 자사의 퀀텀디브이 지분에 대해 적대적 인수를 했다고 주장했다.

헤리티지자산운용 관계자는 "PF 대출채권 양도를 받는 과정에서 한스루체와 협의할 의무는 없다"며 "기한이익 상실도 한 대표를 퀀텀디브이 사내이사에 선임해 대출약정서상 채무불이행 사유를 일으킨 한스루체가 자초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헤리티지자산운용은 자산관리자 지위로 대출채권을 양도받은 SPC의 행정업무를 대행할 뿐 지분 관계는 없다"며 "가든일제일차의 대출채권 양도와 퀀텀디브이 지분 취득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한스루체는 약 148억원의 사업 수익 분배 기회를 편취당했다고 주장한다. 헤리티지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가든일제일차가 퀀텀디브이 자산가치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가치 산정 결과, 주식에 잔존가치가 있다면 한스루체는 해당 가액만큼을 정산받을 수 있어 부당하게 가로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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