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가격 1장당 1000원, 연탄은 정말 '저소득층 연료'인가

정창수 소장, 김정덕 기자 2024. 9. 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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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싸지 않은 연탄 가격
기후위기에 부합하지도 않아
연탄예산 대신할 정책 필요해
연탄은 더 이상 값싼 연료가 아니다.[사진=뉴시스]

지난 7월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이 연탄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문을 닫았다. 삼천리이앤이라는 곳이다. 1968년 1월 1일 첫 공장 가동을 시작한 지 56년 만이다. 그러자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원 공급이 어려워질까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탄=취약계층 연료'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합리적인 우려가 아니다. 왜일까.

'삼천리연탄'으로 널리 알려진 삼천리이앤이가 문을 닫았지만, 전국의 연탄공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연탄공장 18곳에선 아직도 연간 36만장의 연탄을 생산한다. 요즘 누가 연탄을 쓸까 싶지만, 연탄을 사용하는 이들은 적지 않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 전국 연탄 사용 가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연탄 사용 가구는 7만4167가구(전체 가구 수의 0.3%)였다. 이들 중 86.3%가 기초수급자 가구나 차상위 가구, 소외 가구다. 13.7%만이 일반 가구다.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시대에서 연탄의 주원료인 석탄은 사라져야 할 에너지원인데도, 쉽게 없애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석탄을 없앨 수 없다'는 논리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엔 '모순'이 깔려 있다.

■ 문제경제성 없는 연탄 = 먼저 연탄의 경제성 논란이다. 사실 연탄은 저소득층에 어울리는 연료가 아니다. 값이 비싸서다. 현재 연탄 한장의 가격은 도매가격 기준으로 639원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따라 2020년 연탄 보조금이 끊기면서 소매가격은 1000원을 웃돈 지 오래다.

여기에 배달료까지 붙으면 더 올라간다. 겨울철을 기준으로 할 때 하루 연탄사용량은 4장 정도인데, 월 120장 이상이 필요하다. 연탄 장당 가격을 1000원으로만 잡아도 연료비는 월 12만원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부합하는 에너지정책이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과 경기도의 가구당 평균 도시가스 사용량은 4103메가줄(MJ), 메가줄당 평균 가스요금은 22.4원이다. 여기에 기본요금까지 포함한 가구당 도시가스요금은 9만3000원 수준이다.

도시가스요금의 경우 취약계층 가구에 요금감면 혜택을 제공한다는 걸 감안하면 실제 요금은 더 줄어든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저소득층을 위해 연탄을 지원할 게 아니라 보일러를 교체해주는 게 더 경제적이다.

■ 문제사라지지 않는 연탄 예산 = 연탄 예산도 생각해볼 문제다. 언급한 것처럼 석탄회사를 지원하는 연탄보조금은 이미 사라졌다. 연탄보조금이 석탄회사를 지원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석탄(연탄) 예산은 여전히 편성되고 있다. 예컨대 올해 전력기금 사업에 '국산 무연탄 사용 발전소 한시적 지원' 사업이 있는데, 이 사업 예산으로 159억원이 책정돼 있다.

지난해보다 20%가량 줄었지만,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고 유지된다는 게 문제다.[※참고: 물론 이 예산 중 일부는 아직 남아있는 광부들을 고려한 예산이다. 하지만 광부들의 월급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따져볼 점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너지바우처 쿠폰' 사업에도 212억원이 편성돼 있다. 에너지바우처는 수혜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이 사업의 쿠폰 자체가 '연탄 쿠폰'이란 건 문제다. 연탄이 아닌 다른 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연탄 예산은 연탄산업 연착륙을 위한 예산이다. 하지만 연착륙을 핑계로 너무 많은 재원을, 너무 오래 투입한다면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연탄 예산은 산업의 첨단화를 위한 게 아니라면 사라져야 한다. 저소득층 지원을 이유로 예산을 편성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저소득층을 위해서라면 연탄보일러를 가스보일러로 바꿔주는 게 경제성이나 정책적 정당성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 이제 연탄과 작별할 시간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jcs619@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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