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선 우리가 알던 그 ‘중국’이 아니다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2024. 9. 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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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시장이자 최대 생산국” 세계 전기차 시장 이끌어
북미·유럽, ‘이구환신’ 앞세운 中에 무역장벽 맞대응

(시사저널=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전기자동차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약 1700만 대에 달하며, 전 세계 신차 5대 중 1대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전기차 성장의 중심지는 중국이다. 중국은 기존 자동차 강국인 북미, 유럽 등을 제치고 압도적인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들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생산 거점 및 합작 법인 설립 등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작 국내에선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중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은 물론 중국산 전기차, 더 나아가 전기차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 이어 전기차 포비아로 넘어가면서 전기차 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국가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전기차 판매량(PHEV 포함)은 432만1000대에 달한다. 전체 시장(715만9000대) 점유율 60.4%를 기록했다. 이는 유럽(20.9%), 북미(11.9%)보다 높은 수치다. 작년 대비 성장률도 30.9%에 달해 글로벌 평균치(20.8%)를 크게 웃돌았다.

4월2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센터 순이관에서 열린 '2024 오토 차이나'(베이징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샤오미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입김 세진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정부 지원하에 다른 국가들보다 한발 먼저 전기차 전환을 준비해 왔다. 올해도 중국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펼치며 전기차 판매에 속도를 붙였다. 이구환신 정책은 구형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소비재를 신제품으로 바꿀 경우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이에 비해 유럽과 미국에서는 탄소 규제 정책을 완화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내연기관 수명이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경우 대선을 앞둔 가운데 추후 대통령 당선자에 따라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전기차 세액 공제에 대해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전기차 영향력이 강해진 것은 단순 시장 규모뿐만은 아니다. 중국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연기관 시절 독일, 미국, 일본, 한국보다 후발주자로서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정부 차원에서 내연기관 대신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기차로 방향을 선회하고, 전기차 산업을 키워 나갔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기술 발전으로 이어져 전기차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까지 자체 생산하며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는 BYD였다. 세계에서 팔리는 전기차의 21%가 중국 브랜드인 BYD 차량이었다. 2위인 테슬라(11.6%)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CATL 37.8%, BYD 15.8% 등 두 회사만으로 점유율 50%를 넘겼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입김이 강해지는 것과 반대로 국내에선 중국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이유는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 때문이다. 지난 8월초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주차장 및 차량 수십 대가 전소했다. 전기차 화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배터리가 중국산이었다는 점, 고급 브랜드인 벤츠에 중국산이 탑재됐다는 점, 전기차 화재가 쉽사리 진압되지 않으며 주변 차량을 모두 불태웠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순 전기차 화재가 아닌 '포비아'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최근 전기차 배터리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배척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中에 잠식당할라…장벽 높이는 북미·유럽

이번 중국산 배터리 화재가 큰 이슈가 된 것은 중국의 짧은 자동차 생산 경험과 오랜 기간 이어져온 저가 중국산 품질에 대한 불신이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일반인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중 가장 고가인 데다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번 화재 이전에 중국 자동차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도 저렴하게 자동차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품질 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했다.

일각에선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중국산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배터리에서만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중국산 배터리를 배척하다가는 자칫 통상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은 "우리나라 배터리가 중국산보다 좋다는 객관적인 정보나 증거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편가르기식 사고에서 벗어나 전기차 충전율 조정이나 지상 충전기 설치 유도,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정보 공개 등 실질적인 해결법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뿐 아니라 북미·유럽 등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불매운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중국산 불매운동이 배터리 화재로 인한 공포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발생했다면, 미국과 유럽에선 무역분쟁에 따른 이유가 크다. 

북미·유럽 등은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막으면서 무역분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기존 일반 관세 10%에 추가 관세율 17.0∼36.3%포인트를 부과할 계획이다. 캐나다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100% 부과하겠다면서 중국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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