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성공 요인은 파운드리 ‘한 우물 파기’

김지현 테크라이터 2024. 9. 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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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업 후 반도체 파운드리 외길… 시가총액 기준 세계 8위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는 눈부신 성과를 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함께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의 과실을 먼저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7월 아시아 기업 최초로 미국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30조 원)를 달성했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8위 기업에 오른 것이다. 8월 초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TSMC 주가도 휘청거렸지만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올해 2분기 TSMC 매출은 25조5000억 원, 순이익은 10조500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0.1%, 36.3% 급등했다. AI 거품 우려에도 글로벌 빅테크는 당분간 설비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TSMC는 높은 제품 수율과 패키징 능력을 앞세워 AI 산업 급성장의 수혜를 계속 누릴 공산이 크다.

대만 신주시에 있는 TSMC 본사. [TSMC 제공]

안정된 수율과 규모경제 확보 전략

오늘날 TSMC의 성공 배경으로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꼽힌다. TSMC는 1987년 설립 이후 반도체 파운드리에만 집중했다. 사업 영역을 좁힘으로써 TSMC는 모든 자원과 인력을 파운드리 기술개발에 쏟을 수 있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매우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분야다. 높은 기술력과 대규모 투자 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TSMC는 7㎚(나노미터)와 5㎚ 공정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세계에서 TSMC를 비롯한 극소수 기업만이 수행할 수 있는 기술적 도전이었다. 파운드리로서 TSMC의 최대 강점은 이 같은 기술 도전에 연이어 성공한 것은 물론, 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능하다는 것이다. 경쟁사가 신기술 개발에 잠시 앞서 나가도 수율 경쟁에선 결과적으로 TSMC에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택과 집중 전략은 산업 일선에선 규모경제 확보로 이어진다. TSMC는 파운드리에 전력투구함으로써 생산비를 줄이고 마진은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는 TSMC가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건설한 반도체 공장. [뉴시스]
‌TSMC가 고객사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전략도 주효했다. TSMC는 2013년 애플에 반도체 공급을 본격화한 것을 계기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기 시작했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을 수주함으로써 높은 기술력과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애플과 협력을 바탕으로 TSMC는 미디어텍, AMD,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고객사를 확보했다. 그중에서도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한 것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엔비디아는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사업에서 TSMC와 손잡았다. 엔비디아가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데는 TSMC의 탄탄한 파운드리 역량도 한몫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늘자 엔비디아뿐 아니라 후발 주자들도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도 TSMC와 협력을 일순위로 추진하고 있다. TSMC 입장에선 잠재적 고객이 줄을 선 것이다.

엔비디아-TSMC 연합군이 기세를 높이자 삼성전자도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그간 K-반도체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다만 이런 다각화 전략이 때론 개별 사업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2013년 TSMC가 애플의 파운드리 일감을 수주함으로써 주요 고객사를 잃은 것은 뼈아팠다.

애플·엔비디아 등 고객사 확보

TSMC의 성공은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고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맺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오랜 부침을 겪는 와중에도 HBM 기술력에 전력투구한 SK하이닉스가 최근 빛을 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산업 생태계의 범위는 넓어질 수밖에 없다. AI가 적용되는 분야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생태계 안에서 개별 기업에 요구되는 전문성 수준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최근 IT업계에선 조직의 슬림화와 전문화가 주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TSMC는 파운드리 선두 주자로서 경쟁자들의 끊임없는 추격과 도전을 물리쳐야 한다. 그간 성공적이었던 TSMC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성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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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테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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