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청년공약 이행은 '허장성세'?

경기=남상인, 경기=김동우 기자 2024. 9. 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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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네 보금자리 지원 수혜자 고작 5가구에 그쳐 속빈강정"
"청년 0.15%에 이사비 33만원 주고도 공약이행률 100% 주장"
"당초의 추진 목적·취지와는 동떨어져… 숫자의 함정 경계해야"
최대호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시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았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약은 꼭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안양시
'청년이 찾아오는 안양'의 청년 정책 공약이 이행률 100%라는 숫자에만 매몰돼 원래 추진 목적이나 취지와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2일 안양시 등에 따르면 민선 8기 공약 중 '청년이 행복한 도시 안양' 청년 정책 중 8개 사업의 공약 이행률은 100%다. 그러나 실적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이행률 100% 사업의 취지와 청년 체감 효과, 시의 사업추진 의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다둥이네 가정 겨우 0.14%만 혜택…그래도 공약 이행률은 100%"

대표적인 것이 다둥이네 임대료 지원과 청년이사비 지원사업이다.

강익수 안양시의회 의원(호계1·2·3동, 신촌동)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296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안양 지역 무주택, 저소득 다둥이네 가정에 임대주택보증금과 임대료를 지원하는 '다둥이네 보금자리 지원사업'의 경우 지난해 혜택을 받는 가정은 겨우 5가구 정도"라며 "2023년 기준 안양시 전체 다둥이네 가정 3602가구의 0.14% 정도만 경우 혜택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책정된 예산도 1억6375만원 정도로 규모가 작고 집행률도 100%가 아닌 69.9%(1억 1443만원만)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2022년 혜택을 받은 가정이 10가구인데 비해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강 의원 이와 관련 "안양시 다둥이네 수천 가구 중 1%에도 훨씬 못미치는 가정만 겨우 혜택을 받았는데도 공약 이행률은 100%"라며 "이는 안양시의 대표적 '허장성세'(실속 없으면서 허세만 떠벌림) 공약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안양시가 밝힌 2021년 말 기준 4자녀 이상 무주택 가구 수인 백여 가구를 기준으로 놓고 봐도 혜택을 본 가구는 고작 5% 정도에 불과하다.

2022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최대호 안양시장은 "다둥이네 가정 보금자리 지원사업은 LH(토지주택공사)와 함께 하는 사업으로 지자체마다 물량이 정해져 있다"며 "시장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LH가 물량을 배분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계상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더 많은 물량을 LH에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의원은 "LH에서 물량을 주면 공약률 100%이고 안주면 0%"라며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며 집행부에 더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최 시장은 "현실이 그런데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냐"고 항변했다. 올해부터 다둥이네 기준이 미성년자 4명에서 3명으로 완화돼 대상 가정은 늘었지만 혜택이 더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내일을 준비하는 청년특별도시 안양'의 청년이 행복한 도시 안양 공약이행현황(3월31일 기준) 자료제공=안양시
◇ "청년인구 15만명 중 고작 0.15%만 이사비 지원"

역시 이행률 100%인 '청년이사비 지원사업'도 이날 논란이 됐다. 무주택 세대주 청년(19~39세)에게 1인당 최대 50만원까지 이사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 처음 시행했다. 올해 책정된 예산은 7500만원 규모로 상반기 136명에게 4400만원을 지원했다. 조기 마감된 하반기에는 총 88명에게 31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청년들에게 인기있는 사업이라면 시가 조기 마감과 예산 부족을 예상하고 이번 추경에서 조금이라도 예산을 증액해 더 많은 청년에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어야 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비슷한 청년 월세 지원사업은 3000만원의 추경 증액안이 올라와 있다. 강 의원은 "1인당 평균 지원금액이 33만5000원 정도"라며 "3000만원만 증액했더라도 수혜 대상 청년은 100명 가까이 더 늘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양시 청년인구 15만명 중 224명에 33만원 정도 주고 100% 공약을 이행했다는 게 목표는 아닐 것"이라며 "이것이야 말로 대표적인 '허장성세 공약'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최 시장은 "이 부분에 대해 검토하지 못했다"면서도 허장성세 공약이라는 강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다수 공무원의 사기를 저하한다며 강력한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 대출이자 지원은 '자격 제한과 높은 이자율'이 문제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사업'도 이와 유사하다. 전월세 대출을 받은 청년들에게 이자를 지원해 주는 사업의 '자격 제한과 높은 이자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게다가 채 1억도 안되는 예산이 점차 확연히 줄어들고 있고 올해도 지난해보다 10% 정도 예산이 삭감됐다는 주장이다.

강 의원은 "안양시 모든 무주택 세대 청년이 지원사업의 대상이 돼야 하지만 공약 취지에 맞지 않게 특정 금융기관의 특정 상픔만 가능하다"며 또한 "이자율도 주택도시기금의 청년·신혼부부 지원 대출사업과 비교해도 금리가 높은 편"이라며 빈 수레처럼 요란하기만 한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최 시장은 "이 사업은 '안양시 임차보증금 이자지원 조례'에 따라 사업이 시행되고 있고 2025년부터는 임차보증금 대출을 실행한 청년에게 직접 대출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고 밝혔다. 이자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은행의 대출이자가 5%대로 높은 편이라며 강 의원의 주장을 부인했다.

강 의원의 주장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시가 청년 정책 취지에 맞게 좀 더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소멸 도시가 되지 않으려면 안양시가 청년 정책 공약이행률 제고를 위해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목적과 취지에 맞게 청년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남상인, 경기=김동우 기자 namsan408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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