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건강한 온라인 이용을 위한 '놀이의 전환'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온라인 세이프티'(Online Safety)에 대한 인식 확산, 아동을 위한 디지털 안전망 논의를 공론화하기 위해 '온라인 어린이 보호구역'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현재 아동은 비대면 중심의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온라인상에 아동을 위한 보호장치는 오프라인 대비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온라인 상에서의 유해정보 노출, 사이버불링, 디지털성착취 등 실재하는 위협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 마련이 시급합니다. 매주 월요일 온라인 세이프티를 위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최근 아이들에게 사이버도박은 어렵지 않은 놀이처럼 받아들여진다. 우리 센터에 찾아오는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처음에는 돈이 필요해서 도박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구들과 놀다가, 재미로 혹은 심심해서 손을 댄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동네 놀이터에서 친구를 불러내듯 친구가 다른 친구를, 고등학생이 중학생 동생을, 중학생이 초등학교 동생을 사이버도박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이버도박에 대한 접근도 어렵지 않다. 그저 핸드폰을 켜고 조금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도박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재미와 즐거움, 만족감과 자신감 형성, 신체와 사회성 발달에도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루덴스를 꿈꾼 하위징아는 놀이에는 일할 때와는 다른 열정, 몰두와 같은 원초적 특징들이 깃들어 있고 이는 우리가 발휘하는 놀라운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놀이에서 발휘되는 에너지가 성장과 성취를 위한 활동의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하고 있는 놀이가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데 효과적일까.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 게임 중독, 도박 중독 등 아이들의 온라인 이용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보호자들 마음은 불안할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노는 것을 무조건 막거나 통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친구들과 메신저로 연락하고, 수업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하는 세상에서 온라인은 위험하니 이용하지 말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또한, 자발적으로 온라인을 이용해 노는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재미 있는 놀이는 이것'이라고 규정하고 강제하는 것은 놀이 자체의 특성에 반하는 일이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놀이의 좋은 점, 나쁜 점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해 스스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노는 방식을 찾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다.
아이들 놀이의 장단점, 그리고 안전하고 재미 있는 놀이를 찾는 보호자에게 필자가 속한 전북도박문예방치유센터의 경험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앞서 센터는 초등학생을 모아 현재 아이들이 하고 있는 놀이에서 그 특징과 장단점, 안전한 놀이에 대해 살펴본 적이 있다. 당시 아이들은 숨바꼭질·술래잡기 등 움직이는 활동, 줄넘기·축구·배드민턴 등 스포츠를 하며 어울리거나 피아노·그림·독서, 핸드폰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었다. 놀이의 장점으로는 재미 있음, 스트레스 해소, 친구들과 친해짐, 놀면서 배움, 우정, 자유, 소속감 등이 꼽혔다. 단점으로는 원하는 것이 안 나오면 짜증남, (핸드폰 사용으로) 눈이 나빠짐, 경쟁에 지면 화남, 욕심, 돈이 많이 들거나 뺏김, 중독될 수 있음, 놀다가 나쁜 일에 휘말릴 수 있음 등이 언급됐다.
안전하고 재미 있는 놀이를 찾는 과정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적용했다. 로제 카이와가 말하는 놀이가 갖는 특성(경쟁, 우연, 역할, 몰입) 4가지를 활용해 놀이를 구분해보고 어떨 때 재미 있는지 탐색했고, 한국비폭력대화센터에서 제시한 욕구와 느낌 카드를 활용해 놀이로 경험하게 되는 욕구를 살펴보고 안전하고 재미 있는 놀이를 정리했다. 그 결과 아이들이 정리한 재미 있는 놀이의 요소들은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 건강', '이기면 축하받고 놀면서 배우는 것', '친구들과의 우정과 자유', '협력을 잘 하는 것', '소속감과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정리됐다. 참여한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돈, 에너지를 생각하면서 가장 좋은 선택으로 행복하게 놀겠다는 다짐으로 프로그램을 마쳤다.
아이들이 놀이를 탐색하며, 안전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 이러한 '놀이의 전환'은 위험한 놀이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고, 도박 등 위험한 환경에 대처할 힘을 기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어른이 놀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을 넘어 아이들에게 스스로 놀이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서는 경험을 통해 온라인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걱정 없이 행복하게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Copyright © 베이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육아휴직 급여 150만→250만원 대폭 인상, 사후지급금도 폐지 - 베이비뉴스
- 베트남 다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여행지 '호이안' - 베이비뉴스
- "좋아하는 여자 사진 나체 합성" 22만명 가담... 초·중·고생 포함 - 베이비뉴스
- [Top 5 베이비뉴스] 저출생, 저출생, 저출생... 반전 이뤄질 수 있을까? - 베이비뉴스
- 카시트, 유모차, 상품권 미끼로 어린이보험 판매하다가 덜미 - 베이비뉴스
- "역방쿠·바운서 꿀잠?..일부 영아 수면용품 '영아돌연사증후군' 우려" - 베이비뉴스
- ‘구하라법’ 국회 본회의 통과... "아이 낳았으면 양육의 의무 다해야" - 베이비뉴스
- 배 속 가스 빨리 빼려면? - 베이비뉴스
- 코스메틱 브랜드 로우퀘스트, 배우 김혜윤 모델 발탁 - 베이비뉴스
- "출산율 0.72 무너질라..." 올해 2분기 출산율 0.71 기록 - 베이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