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없숲' 모완일 감독 "끝까지 참고 보면 특별한 감정 느낄 수 있을 것"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그렇다고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건의 여파로 억울하게 돌 맞은 개구리들의 이야기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모완일 감독이 인물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다가 종내에는 삶에 대한 어떠한 감정이라도 느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극본 손호영·감독 모완일, 이하 '아없숲')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드라마 '미스티' '부부의 세계'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모완일 감독의 첫 넷플릭스 연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없숲' 공개 이후 가장 극찬을 받은 부분은 미장센이다. 자연광이 내리쬐는 모텔과 펜션의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비극의 무대로 변모하는 모텔과 펜션 속 인물들의 비극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모완일 감독은 "모텔이든 펜션이든 도심이 아니라 자연 안에 있는 공간 아닌가. 시청자로 하여금 마치 저기에 있는 자연광과 공기를 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런 사건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을 구현해 보고 싶었다"는 모완일 감독이다.
이를 위해 야외 세트와 같은 크기의 세트를 실내에 지었다. 한 컷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서다. 모완일 감독은 자신의 연출 방향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데 큰 도움을 준 제작진에게 그 공로를 돌렸다. 모완일 감독은 "장면마다 수작업을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기술진들의 품이 많이 들어갔다.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미세하게 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이 내레이션은 '아없숲'을 관통하는 내레이션이다. 매 회마다 다른 캐릭터들이 이 내레이션을 읊조리며 스릴러 분위기를 잡아나간다. 이와 관련해 모완일 감독은 "작가님이 이 내레이션을 쓰셨는데, 대본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내레이션이 추가될 때마다 누가 하느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완일 감독은 "내레이션이 매회 반복돼 진입장벽이 있을 수는 있지만 내레이션을 누가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했다"면서 "내레이션 하는 순간 인물의 감정이 느껴졌으면 했다. 문구의 내용도 잘 전달이 돼야 하지만 내레이션 하는 사람의 감정이 전달 됐으면 했다"라고 했다.
'아없숲'은 각각 모텔과 펜션을 운영 중인 상준(윤계상)과 영하(김윤석)라는 두 인물의 이야기로 극을 이끌어간다. 3회 초반까지는 두 인물의 이야기가 같은 시점에 전개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과거(상준)와 현재(영하)로 나뉜 이야기다. 모호한 시점 구분은 시청자들의 큰 혼란을 자아낸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모완일 감독은 모호한 시점 구분에 대해 "당연히 의도한 것"이라면서 "혼란을 드리려는 목적보다는 두 이야기의 시간을 분리하면 논리적인 사건이 된다. '과거에 이런 사건이 있었는데 현재 비슷한 사건을 맞이하는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논리적인 추론을 하게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완일 감독은 "상준과 영하의 감정이 섞였으면 했다. 어느 시점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두 사람의 감정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완일 감독은 "명확하게 시점을 구분하는 자막을 왜 쓰지 않았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일정 부분 동의한다. 다만 자막을 사용했을 때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라 잃는 것도 있더라. 상준의 이야기가 명확하게 과거가 돼버리면 축이 무너지더라"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모완일 감독은 "상준이 느꼈던 감정을 시청자들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점이 모호하면) 시청자들은 영하가 그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과정을 거친 시청자들은 영하가 어떤 선택을 내렸을 때 이러한 감정을 모두 거친 사람의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시점뿐만 아니라 고 민 시가 연기한 성아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도 '아없숲'의 아쉬운 점 중 하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무런 전사 없이 기괴한 일들을 벌이는 성아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모완일 감독은 "연기를 위해 필요한 전사를 고민시 배우와 공유하긴 했다. 대신 고민시 배우에게 '너에게만 머무는 정보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라고 했다.
이어 모완일 감독은 "성아라는 인물은 극단적인 악을 향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의 행동에 대해 이해를 하려고 하는 순간 그 사람에게 면죄부가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성아의 행동보다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일상이 무너져 내려가는 성준과 영하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없숲'은 살인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다양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동안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사건의 여파로 스러져갔던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모완일 감독은 "제 욕심은 조금 어렵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참고 보시면 어떤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보시면 마지막에 느끼는 감정이 특별하지 않을까 했다. 공감을 같이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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