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주가 72% ‘와르르’, 권원강 교촌치킨 창업주의 시름

이석 기자 2024. 9. 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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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만에 경영 일선 복귀했지만 2년 연속 매출 역성장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부동의 1위 위상도 “이제 옛말”

(시사저널=이석 기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촌치킨(운영사 교촌에프앤비)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부동의 1위였다. 간장 소스를 활용한 짭조름한 '교촌 오리지널'에 이어 '레드'와 '허니' 시리즈가 잇달아 성공한 덕이다.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이 직접 개발한 간장마늘 소스는 프라이드와 양념이 지배하던 치킨 시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이른바 '돈이 되는' 가맹점을 무차별적으로 늘리기보다 가맹점주의 수익을 올려 폐점률을 낮추는 전략을 폈다. 덕분에 교촌치킨 가맹점의 권리금은 '부르는 게 값'이 됐을 정도로 창업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회사 역시 2014년부터 9년 동안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2020년 11월에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코스피 직상장에도 성공했다. 공모 청약 경쟁률은 1318대 1이었다. 코스피 시장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2021년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매출 5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권원강 교촌치킨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 1년8개월이 지났지만 매출이나 주가는 여전히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연합뉴스

2022년부터 내리막길…업계 3위로

2022년 들어서면서 교촌치킨의 성공신화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bhc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주더니, 이듬해에는 BBQ에도 밀리면서 업계 3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교촌치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50억원과 248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2.3%, 영업이익은 39.5%나 감소했다. 경쟁사인 BBQ와 bhc의 매출이 같은 기간 52.5%, 12.3% 각각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8월28일 기준으로 교촌에프앤비의 종가는 8610원이다. 2020년 11월12일 상장하면서 기록한 고점(3만1000원) 대비 72%나 주가가 하락했다.

보다 못한 창업주가 칩거를 깨고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2019년 6촌 동생이자 회사 임원인 권순철 상무가 음식점 주방에서 직원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머리를 조아리고 경영에서 물러난 지 3년9개월 만이었다. 권 회장도 이런 사실이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는 회장 재선임 전인 2022년 3월, 교촌에프앤비 사내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 먼저 복귀했다. 가맹점과 협력업체의 동반 성장을 위한 기금 330억원도 출연했다. 회사 주가가 반등하는 등 여론이 나쁘지 않자 회장에 취임했다.

경영 복귀 후 권 창업주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신메뉴 개발이었다. 치킨과 라면을 혼합한 '치킨라면'(교촌 레드시크릿 볶음면, 교촌 블랙시크릿 볶음면)과 교촌옥수수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한식 면요리 전문점인 '메밀단편'과 함께 치킨 플래그십 매장인 '교촌팔방' 등을 통해 외연 확장도 시도했다. 대만과 캐나다 등 해외 진출에도 다시 시동을 걸었다. 권 창업주는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이 교촌의 신성장동력"이라고 말했다.

교촌 판교 신사옥 전경 ⓒ교촌 에프앤비 제공

침체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본사도 판교 신사옥으로 옮겼다. 경기도 오산에 둥지를 튼 지 20년 만이었다. 이 자리에서 권 창업주는 회사의 새 비전인 '진심경영'을 선포했다. 그는 "'진심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우리의 철학은 100년 기업을 향한 교촌 철학의 진수"라면서 "교촌의 본질에 혁신이 더해진다면 교촌그룹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식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들도 교촌에프앤비가 4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영업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교촌에프앤비의 2분기 영업이익이 -99억원을 기록했지만, 유통망 효율화를 위한 가맹지역본부의 직영 전환 비용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것"이라면서 "3분기에 흑자로 전환되고, 4분에는 영업실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일련의 상승 흐름이 실적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촌치킨은 최근 소비자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지난해 4월 주요 메뉴 가격을 최대 3000원까지 올리는 '나홀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게 결정적이었다. "원가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2021년 주요 치킨 가격을 최대 2000원이나 올린 지 2년도 안 돼 교촌치킨만 또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교촌치킨은 오리지널 가격을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18% 인상했다. 허니콤보 역시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15% 올렸다.

소비자들이 크게 반발했다. 전례가 없는 가격 인상과 '치킨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면서 '교촌 불매운동'까지 벌일 정도였다. 충성 고객들도 대거 교촌치킨을 떠났다. 가격 인상으로 영업이익은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매출은 2년 연속 역성장을 거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매월 치킨 전문점 브랜드 평판지수를 집계해 발표한다. 2022년까지만 해도 교촌치킨은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3년 BBQ와 bhc 등에 밀려 10위까지 밀려났다. 올해 순위가 일부 회복됐지만 여전히 5위권에 머물고 있다.

권원강 회장 복귀에도 회사는 적자, 왜?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0년 11월12월 상장한 교촌에프앤비의 종가는 3만1000원이다. 장 중 한때 3만9000원 가까이로 주가가 치솟을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부터 교촌치킨의 주가는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유의미한 반등 없이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8월28일 교촌치킨의 종가는 8610원이다. 고점 대비 72%나 주가가 하락했다. 때문에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는 현 경영진을 질타하는 소액주주들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해외사업도 '지지부진'

자회사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이 회사가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교촌에프앤비의 연결 대상 종속회사는 모두 8곳이다. 이 중에서 식품첨가물 등을 제조·판매하는 비에이치앤바이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9%나 하락했다. 절임식품 제조·판매회사인 케이앤피푸드의 경우 영업이익이 874만원으로 전년(10억2416만원) 대비 99.2%나 하락했다.

권 창업주가 K치킨의 대표주자 자리를 굳이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한 해외시장 진출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촌에프앤비는 현재 미국과 중국, 프랑스 법인을 운영 중인데 실적이 그리 좋지 않다. 특히 미국 법인(교촌USA)은 지난해 매출 65억원, 순손실 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 감소했고, 순손실은 3억원에서 더 악화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1분기 교촌USA는 매출 14억원, 순손실 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2% 감소했고 3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교촌치킨 성공신화를 일군 권 창업주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회사는 적자인데 창업주는 성과급 인상 '눈살'

위기 극복 차원에서 급여 일괄 삭감한 신세계 오너 일가와 비교

경영에 극적으로 복귀한 권원강 회장을 둘러싼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권 회장은 올 상반기 급여와 상여금을 일제히 올렸다. 이 회사가 8월14일 공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권 창업주는 올해 상반기 보수로 5억7900만원을 챙겼다. 급여 5억3500만원과 함께 성과급 4400만원이 더해진 결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교촌에프앤비 직원의 1인 평균급여가 27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7.4%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무엇보다 교촌치킨의 매출은 최근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덕분에 영업이익 역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8.5% 감소했다가, 이듬해 180% 증가하는 식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19억원을 기록했다가 2분기에 9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권 창업주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 정용진 회장 등이 올 상반기 성과급을 받지 않거나 줄인 것과 비교하고 있다. 신세계 주력인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월 그룹 회장에 취임한 정용진 회장은 급여를 동결했고 성과급은 작년보다 감액했다. 상반기 급여는 9억9100만원으로 지난해와 같았고, 상여금은 7억2900만원으로 6000만원 줄었다. 이 회장의 여동생으로 백화점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상반기 급여도 비슷하게 감소했다. 

배경에는 회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급여를 자진 삭감한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의 영향이 컸다. 이 총괄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올 상반기 각각 15억16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 급여(23억3400만원) 대비 35%(8억1800만원)나 줄어들었다. 유통 업황 악화로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사회에서 결의한 명절 상여(월급여 100%)를 제외한 별도의 성과급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신세계 총수 일가의 올 상반기 보수총액은 64억66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7억원 이상 감소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이마트는 2분기 영업적자에도 주가는 상승으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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