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분양보증 독점 비판
[편집자주] 기업·개인을 상대로 부동산 보증사업을 영위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HUG는 외환위기 당시 아파트 선분양사업의 실패로 분양계약자 보호 조치가 필요해짐에 따라 정부 출자를 받아 설립됐다. 분양보증사업을 독점해 고액 수수료 논란이 15년째 지속된다. 2021년 이후엔 고금리 여파로 집값 하락과 전세 사고가 잇따라 보증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대로는 다시 혈세를 투입해야 할 판이다. HUG의 현정부 초대 유병태 사장은 전세 보증료율 인상 계획을 밝혔지만 세입자의 주거비를 증가시킬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일 HUG에 따르면 분양보증수익(독점수입)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1777억원에서 2022년 2464억원으로 687억원 늘었다가 지난해 171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2023년 주택경기 침체가 심화되며 수주와 분양 물량이 줄어듦에 따라 보증수익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보증은 건설업체가 파산 등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경우 HUG가 분양을 이행하거나 계약금을 반환하는 제도다.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하는 사업자는 HUG의 분양보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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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주택사업공제조합이 외환위기 전 HUG의 전신으로 민간 금융회사의 성격을 가졌지만 이때 설정된 분양 보증료 수준으로 현재까지 유지된 것이다. 이는 공공성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HUG에 따르면 분양 보증료율은 대지비·건축비 대비 연 0.133~0.342%다. 1조원 사업의 보증료율이 연 10억~30억원대 규모로 추정된다.
업계는 공제조합의 부활이 필요한 이유로 보증료율 정상화를 꼽았으며 보증료율의 적정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현행 대비 50% 할인해야 한다'는 응답이 33.1%로 가장 많았다.
HUG 측은 건설업계와 상생을 목적으로 여러 차례 보증료율 인하 요구에 응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민간 조합 당시에 설정된 수수료 수준이 높다는 데는 일부 인정했다. HUG는 2004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보증료율을 인하했으나 최근 다시 인상 목적으로 연구용역을 실시해 시기를 검토 중에 있다.
여전히 고액 수수료 논란이 있는 분양보증제도 개선의 연구용역이 이뤄지는 상황에 HUG는 개인 보증사업의 전세 보증료율 인상을 시도해 뭇매를 맞았다.
유병태 HUG 사장은 지난 7월25일 "전세사고율 대비 보증료율이 너무 낮은 상태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분양 보증료율에 대해서는 "주택·건설경기가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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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분양보증 독점이 불공정 경쟁이므로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1년에도 이와 관련 '주택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HUG와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실패했다.
HUG 측은 분양보증 개방에 대해 "주택 공급의 공적 영역이자 공공기관이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민간 개방 논의는 현시점에 부적절하다. 수익 창출이 주된 목표인 기업은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주택 수급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미분양 상황을 보면 분양보증 사고의 위험이 있고 분양계약자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공공성이 더욱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분양보증시장의 독점 구조가 단지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HUG의 갑질 행위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보증기관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HUG가 건설업체를 상대로 분양가 규제 등에 있어 일방 소통만을 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이는 갑질 문제로 비화된지 수년째"라며 "다만 성급한 경쟁 체제로의 변화는 과점이나 담합의 위험이 있어 여러개의 보증·공제기관이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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