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분양보증 독점 비판

이화랑 기자 2024. 9. 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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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보증사업 딜레마]③분양보증 독점… 건설 불황에도 수익 687억원 ↑
[편집자주] 기업·개인을 상대로 부동산 보증사업을 영위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HUG는 외환위기 당시 아파트 선분양사업의 실패로 분양계약자 보호 조치가 필요해짐에 따라 정부 출자를 받아 설립됐다. 분양보증사업을 독점해 고액 수수료 논란이 15년째 지속된다. 2021년 이후엔 고금리 여파로 집값 하락과 전세 사고가 잇따라 보증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대로는 다시 혈세를 투입해야 할 판이다. HUG의 현정부 초대 유병태 사장은 전세 보증료율 인상 계획을 밝혔지만 세입자의 주거비를 증가시킬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독점한 아파트 선분양 사업자의 분양보증 수수료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온 가운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율 인상은 정책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스1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독점한 아파트 선분양 사업자의 분양보증 수수료는 15년째 논란의 대상이다. 2021년 고금리 사태로 분양경기가 침체되며 고액 수수료를 인하해달라는 업계 요구가 터져 나오면서 HUG의 독점 폐해가 드러났다. 분양보증 수익을 유지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전세보증)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HUG의 논리는 최근 보증료율 인상 계획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2일 HUG에 따르면 분양보증수익(독점수입)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1777억원에서 2022년 2464억원으로 687억원 늘었다가 지난해 171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2023년 주택경기 침체가 심화되며 수주와 분양 물량이 줄어듦에 따라 보증수익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보증은 건설업체가 파산 등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경우 HUG가 분양을 이행하거나 계약금을 반환하는 제도다.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하는 사업자는 HUG의 분양보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건설업계는 수년간 고금리에 따른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사태와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HUG에 보증 수수료 인하를 요구해왔다. HUG는 상생 차원에서 업계 요구에 응해왔다는 입장이나, 실제 업계는 HUG가 독점 지위를 이용해 고액의 수수료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민간 조합 당시의 수수료율 유지


주택산업연구원이 2021년 대한주택건설협회 284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89.1%는 "HUG의 분양 보증료가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의견은 민간 건설업체들이 HUG와 유사한 성격의 '주택사업공제조합'을 설립해 출자하고 보증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시도로 공공성을 약화시킨다는 논란도 있다.

문제는 주택사업공제조합이 외환위기 전 HUG의 전신으로 민간 금융회사의 성격을 가졌지만 이때 설정된 분양 보증료 수준으로 현재까지 유지된 것이다. 이는 공공성과는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HUG에 따르면 분양 보증료율은 대지비·건축비 대비 연 0.133~0.342%다. 1조원 사업의 보증료율이 연 10억~30억원대 규모로 추정된다.

업계는 공제조합의 부활이 필요한 이유로 보증료율 정상화를 꼽았으며 보증료율의 적정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현행 대비 50% 할인해야 한다'는 응답이 33.1%로 가장 많았다.

HUG 측은 건설업계와 상생을 목적으로 여러 차례 보증료율 인하 요구에 응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민간 조합 당시에 설정된 수수료 수준이 높다는 데는 일부 인정했다. HUG는 2004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보증료율을 인하했으나 최근 다시 인상 목적으로 연구용역을 실시해 시기를 검토 중에 있다.

여전히 고액 수수료 논란이 있는 분양보증제도 개선의 연구용역이 이뤄지는 상황에 HUG는 개인 보증사업의 전세 보증료율 인상을 시도해 뭇매를 맞았다.

유병태 HUG 사장은 지난 7월25일 "전세사고율 대비 보증료율이 너무 낮은 상태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분양 보증료율에 대해서는 "주택·건설경기가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해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HUG는 분양보증과 개인보증의 비교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HUG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과 다르게 정부 예산을 받지 않고 있어 분양보증 수익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라며 "전세사기 대위변제액이 지속해서 증가할 경우 임차인 보호 등 공공성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불공정 경쟁" 지적에도 15년째 제자리


아파트 선분양 사업자의 분양보증 수수료 독점 논란이 계속돼온 가운데 HUG가 개인 전세 보증료율 인상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건설업계가 불황의 여파로 고비를 넘기면서 분양 보증료율 인하가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반대로 경제 약자인 개인 보증료율을 올리는 것은 HUG가 주장한 공공성의 명분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분양보증 독점이 불공정 경쟁이므로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1년에도 이와 관련 '주택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HUG와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실패했다.

HUG 측은 분양보증 개방에 대해 "주택 공급의 공적 영역이자 공공기관이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민간 개방 논의는 현시점에 부적절하다. 수익 창출이 주된 목표인 기업은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주택 수급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미분양 상황을 보면 분양보증 사고의 위험이 있고 분양계약자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공공성이 더욱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분양보증시장의 독점 구조가 단지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HUG의 갑질 행위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보증기관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HUG가 건설업체를 상대로 분양가 규제 등에 있어 일방 소통만을 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이는 갑질 문제로 비화된지 수년째"라며 "다만 성급한 경쟁 체제로의 변화는 과점이나 담합의 위험이 있어 여러개의 보증·공제기관이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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