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치통과 충치, 그리고 신경 치료

이순용 2024. 9. 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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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람 경희대치과병원 보존과 교수

[오소람 경희대치과병원 보존과 교수] 치아에 통증이 있을 때, 환자는 원인이 되는 치아를 정확하게 가리키지 못한다. 각기 다른 말초 부위에서 온 감각 신경이 중추신경계에서 수렴하는 ‘폭주’ 현상 때문이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치아와 바로 옆 치아, 그 치아가 맞닿는 위 또는 아래 치아까지 방사선 검사를 통해 함께 진단하는 이유다.

충치의 범위가 작고 치아 내의 신경인 치수에 변성이 유발되지 않았다면 ‘찬물에 시리다, 씹을 때 아프다, 음식물이 많이 낀다’는 증상을 호소한다. 치료를 빨리 받지 않아 충치가 더 진행되면 치수에 염증을 일으킨다.

오소람 경희대치과병원 보존과 교수
치아의 구조는 바깥층부터 법랑질, 상아질, 치수로 구성된다. 치수는 단단한 경조직에 싸여 치아의 안쪽에 위치한 연조직으로 세포, 혈관, 신경 조직 등이 들어있다. 충치가 치수까지 침범하지 않았어도, 상아질의 미세한 통로를 통해 작은 세균이나 세균에서 유래된 부산물이 치수로 이동해 염증을 일으킨다. 치수에 심한 염증 및 변성이 일어나면 특징적으로 ‘뜨거운 물에 아프다’는 증상이 나타난다. 치수에 염증이 급성으로 초래되면 아무 자극이 없어도 가만히 있을 때 치아가 욱신거리면서 몹시 아프게 되고 찬물을 머금으면 오히려 통증이 줄어든다.

치아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환자가 원인 치아를 정확하게 가리키지 못하는 것이 진단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다. 아픈 원인이 되는 치아를 정확하게 가리키지 못하는 원인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치아 내부의 신경(치수)에는 고유 수용성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섬유가 분포하지 않아서 위치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각기 다른 말초 부위에서 온 감각 신경이 중추신경계에서 수렴하는 ‘폭주’ 현상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통증이 시작된 부위를 식별하기 어렵게 된다.

예를 들면, 위 어금니가 원인인데 환자는 아래 어금니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이다. 이때 왼쪽 오른쪽은 혼동되지 않지만 위, 아래 또는 바로 인접한 치아 3~4개의 범위에서 통증의 범위가 나타난다. 따라서 환자가 통증으로 내원한 경우 치과에서는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치아 및 바로 옆 치아 그리고 그 치아가 맞닿는 위 또는 아래 치아도 함께 검사하게 된다.

치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기본적으로 치아의 파절이나 충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치아 및 악골에 대한 방사선 검사는 충치를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고 필수적인 도구이다. 임상에서 눈으로 바로 진단할 방법은 없다. 환자의 치수 내 신경 및 혈관이 건강한지는 건전한 치아 바깥면에 전기를 흘려보내는 전기치수검사와 냉자극이나 열자극에 통증이 유발되는지 검사한 후 여러 검사를 종합적으로 해석해 판단하게 된다.

충치가 비교적 초기 단계라면, 즉 치아 내부 신경에 변성이 일어나지 않은 경우에는 원인을 제거하면 통증이 해소된다. 충치를 제거한 후 치과 재료로 원래 치아 형태로 복구한다. 충치의 범위가 넓거나 충치가 발생한 지 오래되어 치아 신경인 치수에 변성이 일어난 경우는 근관 치료(신경 치료)를 진행한 후 치아를 원래 형태로 수복해야 한다. 이때 작은 어금니와 큰 어금니는 치아 전체를 감싸는 크라운 수복을 해야 한다. 앞니는 근관 치료 후 치아색 재료인 레진 충전으로 치료를 마무리할 수도 있으며, 치아 부위 손실이 크거나 배열 및 형태를 바로잡고 싶은 경우에는 역시 크라운 수복을 행한다.

다만, 치아 통증의 정도와 충치 질환의 심각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충치로 인해 치수가 죽어서 치아 뿌리 주변까지 염증이 진행된 경우, 통증을 전혀 겪지 않고 내원하는 분들도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꼭 필요하다. 진통제 복용으로 통증이 줄어든다고 할지라도 예리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찬물에 갑자기 시린 통증을 느낀다면 빨리 치과를 찾아야 한다. 특히 치아와 치아 사이에 충치가 생기는 경우 입을 벌리고 거울을 보아서는 충치를 발견하기 어렵고, 치과에서 방사선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갑자기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많이 낀다면 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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