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연간 적자 4조 'HUG', 전세 보증료 인상 시도

김노향 기자 2024. 9. 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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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보증사업 딜레마]①보증손실 증가에 수수료 인상 카드 내놨지만 난항 예상
[편집자주] 기업·개인을 상대로 부동산 보증사업을 영위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HUG는 외환위기 당시 아파트 선분양사업의 실패로 분양계약자 보호 조치가 필요해짐에 따라 정부 출자를 받아 설립됐다. 분양보증사업을 독점해 고액 수수료 논란이 15년째 지속된다. 2021년 이후엔 고금리 여파로 집값 하락과 전세 사고가 잇따라 보증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대로는 다시 혈세를 투입해야 할 판이다. HUG의 현정부 초대 유병태 사장은 전세 보증료율 인상 계획을 밝혔지만 세입자의 주거비를 증가시킬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유병태 HUG 사장이 전세보증 부실 사태로 보증료율 현실화를 공식화했다. 사진은 부산광역시에 위치한 HUG 본사 사옥 /사진 제공=HUG
취임 2년차를 맞는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전세 보증료율 인상 과제의 딜레마에 봉착했다. 금융권 출신의 유 사장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 법대 동기로 인선 당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유 사장 취임 이전부터 HUG는 전세보증 부실 사태로 보증료율 현실화의 과제를 안고 있던 만큼 그는 취임 1주년에 결단을 내렸다. 지난 7월 25일 유 사장은 기자들을 만나 전세 보증료율 인상 계획을 공식화했다.

윤석열정부 2대 국토부 수장인 박상우 장관은 유 사장보다 6개월 늦게 취임하며 전세보증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세부 대책에선 가입 문턱을 높였다. 보증료율 인상 예고와 함께 보증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보증 부실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지만 부동산 계약자의 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HUG 재정 적자 손쓸 수 없는 수준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2021~2023년 HUG의 전세보증료 수입과 대위변제 현황을 보면 ▲2021년 293억원·5041억원 ▲2022년 897억원·9241억원 ▲2023년 1198억원·3조5544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최근 3년 동안 매출 증가에도 보증 사고가 급증해 영업비용이 더 큰폭 증가함에 따라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HUG의 당기순손실은 ▲2021년 3620억원 ▲2022년 -4087억원 ▲2023년 -3조8598억원 등을 기록했다.

HUG는 재무건전성과 유동성을 확보해 보증을 지속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세 보증료율을 인상해야 하고 이는 세입자 보호 등 공공성을 유지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HUG 관계자는 "2013년 9월 전세보증상품 출시 이후 현재까지 보증료율을 인상한 적이 없고 최근 수년 동안 전세사기로 인해 대위변제액이 지속 증가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며 보증료율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과 보호대책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 이 같은 보증료 인상 조치가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에는 일부 공감했다.

HUG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개선과 보증 여력 확보를 위해 전세 보증료율 현실화가 필요하나, 세입자 보호 측면을 고려해 국토부와 협의하고 합리적인 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취임 반년째를 맞는 박 장관이 전세보증제도의 수정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유 사장의 발언 전인 지난 7월11일 박 장관은 "보증제도를 일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급격한 대수술 시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유 사장이 취임 1주년 어젠다로 '전세 보증료율 인상' 계획을 밝힌 건 2주 후의 일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보증 가입 기준을 강화해 문턱을 높이고 보증료율을 인상하는 것은 큰틀에선 부실 위험성을 줄이므로 상충되는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세입자 주거비용이 증가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한다. HUG 재정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에서 협의해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보증 개방 요구 때는 전세보증 핑계 대


전세 보증료율 인상은 재정 적자가 연간 4조원에 달하는 HUG의 입장에서 대안이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나 문제는 '공공성 상실'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박 장관은 "전세보증제도가 주택 임대차시장에 자리잡은 데다 임대인과 임차인에 끼치는 여파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HUG가 운영한 수십개의 보증상품 가운데 기업을 대상으로 독점 체계를 가진 공동주택(아파트) 선분양 사업자의 분양보증사업은 2009년부터 15년째 민간 개방이 요구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HUG만이 분양보증서를 발급할 수 있어 높은 수수료율이 유지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계약' 의견을 여러차례 밝혔지만 HUG와 국토부는 '공공성 유지'를 명분으로 공공의 영역을 지켜왔다.

KDI 한국개발연구원은 2020년 8월에 국토부의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해 "분양보증시장을 개방할 경우 신규 보증기관이 저위험 고수익 사업에 집중할 위험이 있고 부동산 침체 때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우려가 있어 보증시스템 건전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 의견을 내놓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에 "분양보증시장 개방으로 HUG 수익이 줄어들면 전세보증 교차 보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약 전세 보증료율 인상을 강행할 경우 그동안 HUG와 국토부가 주장해온 공공성 명분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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