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키스방 알리미’ 운영자 정체는 독실한 종교인?
1곳 가입회원만 1만 명, 유료구독자 1천 명 추산
“원하시는 ‘매’ 빠르게 예약하는 꿀팁 같은 거 있습니까? ‘키스방 알리미’ 써야 하나요?”
“알리미 없으면 ‘예압매’ 보기 힘듦.”
한 비공개 성매매 후기 사이트 게시판에서 이뤄진 대화다. 이 사이트에는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국외 아이피(IP)로만 접속할 수 있다. 대화는 성매매 관련 은어투성이였는데, 여기서 ‘매’는 성매매 여성을, ‘예압매’는 ‘예약 압박이 큰(인기가 많은) 성매매 여성’을 일컫는다. 그러니 이 대화를 해석해보면, 한 성구매자가 경험이 더 많은 다른 성구매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성매매 여성을 예약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고, 경험이 더 많은 성구매자가 그렇게 하려면 ‘키스방 알리미’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권하는 내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들 정보 끌어모아 알림 서비스
키스방 알리미는 2020년께 새롭게 등장한 성매매 알선 플랫폼이다. 기존 성매매 알선 사이트는 주로 성매매 업소가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 형태로 성구매자와 성매매 여성을 연결하는 시스템이었다면, 키스방 알리미는 주로 텔레그램이나 라인 메신저의 비밀대화방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성구매자는 텔레그램 아이디를 확보하거나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비밀대화방에 들어가 회비를 내면 성매매 여성에 대한 정보를 알림으로 받을 수 있다.
알림은 원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출근 정보가 중심이고, 원하면 해당 여성에 대한 예약 서비스까지 대신 해준다. 키스방 알리미 운영자는 각종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크롤링(데이터 끌어오기)해서 성구매자들에게 제공한다. 이 플랫폼의 존재로 인해 성구매자는 원하는 성매매 여성이 오늘 출근했는지 일일이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하지 않고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고, 성매매 대리예약도 손쉽게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키스방 알리미는 불법 성매매 산업에 기생해 성구매자들이 더 쉽게 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 시스템을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또 다른 공범이다.
초기의 키스방 알리미는 키스방을 중심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이트인 ‘○○타임’과 ‘○밤’에 올라온 업소 홍보물만 크롤링해서 텔레그램과 라인 등의 메신저 비밀대화방 유료회원들에게 알림을 보내는 형태였다. 그러다가 성매매 여성들의 출근 여부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과 자동으로 성매매 대리예약까지 해주는 기능이 차츰 추가되면서 회원 수도 늘려갔다. 키스방 알리미들은 최근 키스방 외에 스웨디시 등 마사지형 성매매 업소,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 등의 정보를 전하는 알리미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불법 성매매 산업을 감시해온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다시함께센터)의 설명을 종합하면, 2024년 현재 키스방 알리미는 최소 5개 이상 존재한다. 한겨레21 탐사팀이 2년 가까이 키스방 알리미 등 성매매 산업 관련 온라인 게시물을 추적해온 화이트해커 최준영(가명)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 ‘노○’ ‘매니저○○’ ‘렛츠○’ ‘오○○’ 등과 같은 이름을 가진 키스방 알리미들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알리미, 회비로만 월 최대 5100만원 수익 추산
이 가운데 성구매자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키스방 알리미는 ‘노○’이다. 화이트해커 최씨가 추적한 내용을 종합하면, ‘노○’ 가입자는 2023년 10월 기준 1만 명, 유료회원(구독자)은 1천 명으로 추산된다. ‘노○’은 2024년 8월25일 기준 ‘9252명의 매니저(성매매 여성)’를 이 키스방 알리미를 통해 만날 수 있고, 지금까지 ‘31만3339건’의 (성매매 여성) 출근 기록을 수집해 ‘4만5245건’의 출근 알림을 성구매자에게 보냈다고 홍보한다. 예를 들어 ‘노○’ 유료회원이 텔레그램에서 □□라는 성매매 여성과 △△라는 성매매 여성을 등록해두면, ‘8월27일(화) NF □□(13, 14, 15) NF △△(19, 20, 21) 010-××××-××××’와 같은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이다. 이 메시지에서 ‘NF’(엔에프)는 신입 성매매 여성을 뜻하고, 이름 옆 괄호 안에 있는 숫자는 이 성매매 여성들을 예약할 수 있는 근무시간을 의미하며, 전화번호는 성매매 업소 예약을 위한 것이다.
실제 기자가 한 키스방 알리미에 가입한 뒤 8월20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키스방의 성매매 여성 ‘화이트’(가명)가 출근하면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설정했더니, 다음날인 8월21일 오전 10시께 ‘화이트 급출(12~17시) 010-××××-××××’라는 알림 메시지가 득달같이 날아왔다. 화이트라는 성매매 여성이 출근했고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성매매 예약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메시지다. 실제 메시지에 담긴 번호로 전화하니 “예약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노○’은 애초 쉬운 접근성 때문에 성구매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다른 키스방 알리미들이 텔레그램이나 라인 등의 메신저 비밀대화방을 통해서만 운영하는 반면, ‘노○’은 별도 누리집도 운영한다. 성구매자들은 이 누리집을 매개로 키스방 알리미의 존재를 알 수 있어서 접근이 상대적으로 쉽다. ‘노○’은 무엇보다 ‘원하는 여성’과 ‘빠른 시간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노○’ 홈페이지에는 이런 홍보 글이 올라와 있다. ‘매니저(성매매 여성)가 언제 출근하는지 사이트 새로고침을 계속하고 있기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등록해놓고 잊고 일상생활 하다가 알림이 오고 예약하시면 됩니다. 알림이 오기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예약이 가능합니다!’
이곳엔 월 1만원을 내는 ‘브론즈’ 회원부터 월 10만원을 내는 ‘브이아이피’(VIP) 회원 등으로 유료회원 등급이 나뉘어 있다. 알림을 받고 싶은 성매매 여성 수나 관련 정보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월 10만원을 내는 브이아이피 유료회원이 속한 텔레그램방 인원은 50명 내외다. 화이트해커 최씨는 유료회원 규모를 고려하면 ‘노○’ 운영자는 회원에게서 받은 회비로만 월 최대 5100만원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밀대화방 공유 사진, 절반은 불법촬영 추정”
‘노○’ 외에 다른 키스방 알리미들은 아직 구체적 운영 규모나 추정 수익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겨레21 탐사팀과 화이트해커 최씨는 다른 키스방 알리미들에서 성구매자들이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알 수 있는 자료를 여러 건 확보했다. 대표적인 게 한 키스방 알리미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서 이뤄진 성구매자들의 성매매 여성 외모 평가 채팅이다. 이들은 짧은 치마를 입은 한 성매매 여성의 속옷과 신체가 많이 드러난 사진 두 장을 올려두고 갖가지 평가를 했다.
“귀엽네.”
“안 이쁘잖아.”
“사진빨 좋네.”
“××(어려 보이는 외모를 뜻하는 은어) 슬림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아.”
그러자 한 성구매자가 결론처럼 한마디 했다. “피(P·성매매 수위)가 평타(평균)만 나와줘도 내 영점(취향)인데 아쉽네.” 이 성구매자는 그 뒤에 해당 성매매 여성에 대한 온갖 내밀한 정보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렇게 키스방 알리미의 비밀대화방에선 온갖 성착취성 대화가 일상처럼 이뤄진다.
키스방 알리미 비밀대화방에서는 각종 은어를 동원한 성매매 업소에 다녀온 후기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평가가 적나라하게 이뤄지기도 한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의 얼굴은 에프(F), 몸매는 비(B), 대화는 티(T), 성매매 수위는 피 등으로 구분해놓고 ‘상중하’로 점수를 매긴다. 한 성매매 커뮤니티에도 “키스방 알리미로 매니저(성매매 여성) 정보 보는데, 성매매 수위를 미리 알고 예약할 수 있으니 좋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키스방 알리미에선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로 추정되는 사진도 대규모로 유통되고 있다. 이 비밀대화방의 불법촬영물은 성매매 여성들의 얼굴과 의상, 액세서리, 문신 등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서마저 성매매 여성들의 얼굴이나 문신, 액세서리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은 가림 처리를 한 사진을 올리는 것을 고려하면, 비밀대화방에서 유통되는 사진은 당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찍은 불법촬영물로 추정된다. 화이트해커 최씨는 “비밀대화방에 올라온 사진 중 절반 정도는 불법촬영물로 의심되는 사진들이었다”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 출근 기록 등 개인정보 집요하게 수집
실제 키스방 알리미 유료회원들이 불법촬영을 했다는 언급도 일부 비밀대화방에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한 유료회원은 인터넷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 유명 인플루언서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 예전에 키스방에서 일했다”며 “예명은 기억이 안 나는데 찍어놓은 게 있다”고 말했다. 일부 유료회원들이 따로 만든 비밀대화방에서 불법촬영 영상이 공유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비밀대화방에 “그 무슨 ‘비번방’에 야동 영상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볼 수 있는 거야? 거긴 운영자도 못 보나?”라는 언급이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키스방 알리미는 스토커처럼 성매매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집요하게 수집하기도 한다. 특정한 성매매 여성의 출근 기록을 달력으로 만들어 유료회원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매매 여성의 추정 수익까지 추산하는 곳도 있다. 또한 성매매 여성이 은퇴하거나 복귀한 사실, 다른 키스방으로 소속을 옮긴 사실까지 추적한다. 특히 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선 성매매 여성의 개인 에스엔에스(SNS)를 찾아내 공유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한 성구매자가 성매매 여성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사진과 글을 올리자 다른 회원들이 “완전 오타쿠네ㅋㅋ” “웃긴 ×”이라며 조롱하는 반응을 보였다. 비밀대화방에선 또 다른 성매매 여성을 두고 “어떤 사람이 ○○○(성매매 여성 실명) 인스타 털어서 지인들한테 싹 다 메시지 보냈대”라거나 “실명이랑 친구들이랑 찍은 인스타 사진까지 다 유포된 애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키스방 알리미는 이런 식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불법 성매매를 조장하면서 손쉽게 수익을 올린다. 화이트해커 최씨는 “키스방 알리미는 월 10만~50만원 정도의 서버 비용만 지출하면 운영할 수 있다”며 “키스방 알리미 정도의 프로그래밍은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함께센터 감시사업팀 관계자는 “키스방 알리미는 예약이 어려운 업종인 키스방을 중심으로 생겨났다”며 “이런 형태의 텔레그램형 성매매 알선 시스템을 차단하지 않을 경우 성매매 알선의 새로운 수익화 모델이 되어 우후죽순 격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키스방 알리미를 단속하더라도 당장 처벌하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키스방에서 실제 성매매가 이뤄지지만, 이를 증거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찬걸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성매매는 유사 성교 행위까지를 말한다. 키스방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그 업소에 있는 어떤 근무자가 출근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으로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키스방 알리미 운영자를 밝혀낸 화이트해커
화이트해커 최씨는 2022년부터 ‘노○’을 추적하는 데 주력하면서 키스방 알리미의 성장과 실태를 파악해 고발해왔다. 미디어 업계에서 보안 전문가로 일하던 최씨는 인터넷을 하다가 불법 광고를 잘못 눌러서 성매매 사이트에 연결된 뒤 ‘왜 이런 사이트들이 차단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지니게 됐다. 이에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단순한 호기심이 오기가 됐고, 그때 발견된 ‘노○’의 운영구조와 운영자를 쫓게 됐다.
‘노○’ 운영자 추적에 소득이 생긴 건 2023년 6월이었다. 운영자의 결정적 실수를 포착했다. 서버·증설 이전 과정에서 ‘노○’은 내부 정보가 담긴 웹페이지를 순간적으로 노출했다. 그리고 이 웹페이지에는 운영자 아이디인 ‘re4*****’가 담겨 있었다. 최씨는 이 아이디를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한 인물을 특정할 수 있게 됐다.
한겨레21 탐사팀은 사내 아이티(IT) 전문 인력을 통해 최씨의 ‘노○’ 운영자 특정 과정과 최씨가 이 운영자를 특정하기 위해 확보한 자료를 재검증했다. 이 운영자의 아이디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 산하의 프로그램 오픈소스 사이트인 ‘깃허브’(GitHub)는 물론이거니와 블로그, 채용사이트, 에스엔에스 등에서도 똑같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모든 정보는 ‘노○’ 운영자로 한 인물을 지목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조아무개씨. 39살로 독실한 종교인이다. 충남에 있는 한 대학교 출신의 코딩과 해킹 등 인터넷 보안 전문가로서 현재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과거 인터넷 보안 업체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언론사에 기고하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추적을 통해 ‘노○’과 연결된 회사의 존재도 확인했다. ‘노○’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선 입금해야 하는데, 이 입금 계좌주인은 지아무개(65)씨로 돼 있다. 한겨레21 탐사팀이 추적한 결과, 지씨는 조씨의 어머니로 현재 ‘○○케이’이라는 업체의 대표로도 등재돼 있다. 그리고 이 ‘○○케이’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보면, 조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다. 아울러 법인 등기부등본에 적힌 지씨의 주소인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의 한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아파트 소유자는 다시 조씨로 돼 있었다. 조씨가 어머니를 ‘바지사장’으로 앞세워 법인을 운영해온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하다.
‘노○’ 운영 의심 회사 주소, 농촌마을의 창고
‘노○’의 주요 인물인 운영자 조씨와 입금 계좌 주인 지씨가 이사와 대표로 등재된 ‘○○케이’는 ‘노○’ 추적의 실마리가 되는 법인이다. ‘○○케이’는 과거 케이팝(K-POP) 공연 티켓 등을 대량으로 사들여 암표로 재판매하는 사업을 했는데, 현재는 티켓과 관련한 일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폐업 상태도 아니다. 이 때문에 조씨가 이 회사를 기반으로 ‘노○’을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도 의심된다. 회사 법인을 가지고 있으면 법인세 공제에 따라 사용한 경비에 대한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케이’는 면목동 아파트에 법인 주소지를 두고 있다가 2023년 12월 충남 부여군의 한 지번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2023년부터 ‘노○’ 운영자가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서울 종암경찰서의 수사를 받아왔는데, 이 과정이 주소 이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이 지번에는 ‘○○랩스’라는 또 다른 아이티 개인사업체도 등록돼 있는데, 이 업체 대표 또한 조씨의 어머니 지씨로 돼 있다.
2024년 8월26일 한겨레21 탐사팀은 ‘○○케이’의 주소지인 부여군의 이 주소를 찾아갔다. 버스도, 기차도 다니지 않고, 오직 좁은 농업용 도로만 나 있는 외진 곳이었다. 끝없는 숲과 논밭이 이어진 끝에 ‘○○케이’ 주소지를 찾을 수 있었다. 주소지는 아이티 업체가 운영되는 곳으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농기구가 문 앞에 어지럽게 놓여 있고, 지게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수소문 끝에 인근에 있는 조씨의 부모 집을 찾아가 만난 조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다”고만 말했다. 인근 주민들도 “조씨 부모는 아침부터 밤까지 농사일만 한다. 아들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21 탐사팀은 조씨가 현재 활발하게 운영하는 블로그와 전자우편을 통해서 조씨에게 입장을 물었고, 조씨의 자택에도 찾아갔으나, 조씨는 어떠한 답변도 보내오지 않았고 만나주지도 않았다.
최씨는 이런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해서 국가기관에 ‘노○’의 성매매 알선 혐의 등을 제보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는 ‘노○’과 관련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2023년 6월 방심위에 불법·유해정보 차단 민원을 올렸다. 하지만 방심위는 “성매매를 알선·권유·유인 또는 강요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며 신고를 각하했다. 이에 최씨는 방심위가 앞서 시정요구(접속차단)를 한 다른 성매매 알선사이트의 게시물이 ‘노○’에도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방심위는 그 요청을 받은 2023년 8월에야 접속 차단 결정을 했다.
그러나 방심위의 접속 차단 결정에도 ‘노○’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노○’이 국외 서버를 이용하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국내 서버를 사용해 방심위의 접속 차단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방심위 기술로는 이 우회 접속을 막을 수 없다.
방심위·국세청·경찰에 신고했지만 변화 없어
최씨는 또 2023년 7월 ‘노○’의 탈세가 의심된다고 국세청에 세무조사도 요청했다. 수익은 거두면서도 전혀 신고도 납세도 하지 않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배정받은 지방세무서는 한 달이 지나서야 “탈세 제보를 면밀히 살펴보았으나 탈세 혐의의 구체성이 미흡하거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만 밝혔다. 종암경찰서의 수사도 미진했던 건 마찬가지다. 2023년 다시함께센터가 ‘노○’을 비롯한 키스방 알리미를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 알선 및 광고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조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를 중지했으며, ‘렛츠 ○’는 2024년 7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불송치 결정 이유도 석연치 않다. “인터넷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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