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50년의 역사’ 온라인 전시로 조망

안진용 기자 2024. 9. 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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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한국영화박물관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영상자료원)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1일부터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를 통해 ‘한국영상자료원 50년의 기록’ 온라인 전시를 개최한다. 구글 아트 앤 컬처는 전 세계 80여 개국, 3000개 이상의 기관과 협력하여 예술작품, 역사 자료, 세계문화유산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비영리 온라인 전시 플랫폼이다.

이번 전시는 영상자료원이 창립부터 현재까지 영상문화 보존을 위해 펼친 주요 활동과 역사를 사진, 영상, 문헌 등 다양한 콘텐츠로 소개한다. 특히 전시가 공개되는 9월1일은 1991년, 이름을 한국필름보관소에서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날로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1974년 1월 18일 출범한 한국필름보관소는 1991년 9월 1일 수집·보존 범위를 영화(필름)에서 모든 영상 자료(필름, 비디오, 디스크 등)로 확대하며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했다. 이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민감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 결과로, 디지털 시대의 아카이브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온라인 전시는 영상자료원이 서울 중구 내자동과 남산동(1974~1990년), 서초동 예술의 전당(1990~2007년), 상암동(2007년~현재)으로 청사를 이전한 시기를 중심으로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청사 이전은 영상자료원의 비전과 활동상에 주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해, 이를 통해 영상자료원, 나아가 영상 아카이브 문화의 변화와 발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974~1990년: 한국필름보관소의 탄생과 내자동·남산동 청사

첫 번째 이야기인 ‘한국영상자료원 50년의 기록 1974~1990’은 한국필름보관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영상자료원이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의 내자동(1974~1976)과 남산동(1976~1990) 사옥에서 활동했던 시기를 다룬다. 이 시기, 영상자료원은 열 명 남짓한 직원이 총면적 159m2 규모의 목재필름보관실을 운영하는 정도로 조직과 시설 모두 영세했지만, 국내 주요 영화사들로부터 필름을 기증받거나 구입하며 수집과 보존 체계를 마련했다. 이후 수집처를 해외로 확장해, 1986년에는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문화영화 <경성>(시미즈 히로시, 1940)의 16mm 프린트 필름을 일본에서 발굴하는 수확을 거뒀다. 이는 영상자료원이 국제필름아카이브연맹(FIAF) 정회원으로 승인된 1985년을 기점으로 국제 교류에 탄력을 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 전시에서는 당시의 필름보관실 내부와 주요 활동을 기록한 사진, FIAF 집행위원 현장 시찰 및 정회원 승인이 결정된 뉴욕 총회 사진과 해외 수집의 첫 수확인 <경성>의 디지털 복원 하이라이트 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1990~2007년: 서초동 청사와 한국영상자료원으로의 재정비

두 번째 이야기인 ‘한국영상자료원 50년의 기록 1990~2007’은 영상자료원이 예술의 전당(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이전하여 활동한 시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술의 전당은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넓힐 목적으로 조성된 공간으로, 1984년부터 1993년까지 음악당, 서울서예박물관, 한가람미술관, 예술자료관, 오페라하우스 등을 순차적으로 개관했는데, 영상자료원은 1990년, 예술자료관 개관과 함께 그곳으로 입주했다. 이때 영상자료원은 항온항습 시설을 설치한 보존고 외에도 시사실과 자료열람실을 갖추며 시네마테크 기능을 강화했다. 이는 "단순한 필름 창고에서 벗어나 영화학도와 영화 전문인들에게 충실한 자료관이 되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다양한 영화문화와의 접촉 장소가 돼야 한다"는 당시 호현찬 이사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자 예술의 전당 건립 취지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1991년에는 기관 명칭을 한국필름보관소에서 ‘한국영상자료원’으로 변경하고 다양한 영상 매체를 수집, 보존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이 전시에서는 청사 개관식과 현판식, 명칭 변경 후의 현판 및 각종 시설 등을 사진으로 관람할 수 있다. 또한 해외 필름 아카이브와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발굴한 일제강점기 극영화 <미몽>(양주남, 1936)과 <심청>(안석영, 1937)의 일부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심청>은 1998년에 러시아 고스필모폰드에서 찾은 13분 분량의 불완전 필름으로, 영상자료원이 2008년에 발간한 DVD 박스세트 「발굴된 과거: 일제시기 극영화 모음(1930년대)」에 수록된 것 외에 별도의 온라인 공개는 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현재 유일한 필름 <심청>은 구글 아트 앤 컬처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서만 감상할 수 있다. 그밖에 이 시기에 본격화된 연구 및 시네마테크 활동,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 등도 관련 자료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

▲2007년~현재: 상암동 청사와 복합 문화 공간의 탄생

세 번째 이야기인 ‘한국영상자료원 50년의 기록 2007~현재’는 영상자료원이 상암동 청사로 이전한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활동을 다룬다. 2007년 5월, 영상자료원은 상암동 ‘디지털 미디어 시티’ 내에 새롭게 마련된 청사로 이전하면서, 필름과 디지털 매체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최적의 환경에서 관리할 수 있는 보존고를 구축했다. 또한 영상도서관, 시네마테크KOFA, 한국영화박물관을 차례로 개관하며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 전시에서는 라키비움(Larchiveum, 도서관(Library) + 기록관(Archives) + 박물관(Museum)) 형태의 복합 문화 공간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영상자료원 상암동 청사의 각종 시설을 비롯해 수집·보존·복원, 상영·전시·교육·연구 분야의 주요 활동을 사진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구글 스트리트 뷰를 연계해 일반 접근이 제한된 파주 보존센터 내부를 온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이 전시에서는 아카이브의 유산과 자원을 활용하여 일반 시민이 제작한 영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영상자료원이 2008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어린이 영화 아카데미’의 창작물 <시계 소리>(2024)와 2022년부터 시작된 비디오 에세이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 <그림들이 꾸는 꿈>(백동엽, 2022)이 그 예이다. 특히 영상자료원이 최근 시도 중인 비디오 에세이 프로젝트는 고전영화를 재료로 삼아 낡은 필름에서 현재를 마주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작업으로, 과거의 유산이 동시대와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영상자료원 측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온라인 전시로 개최하는 ‘한국영상자료원 50년의 기록’은 영상자료원의 고유한 역사를 넘어 한국의 영상 아카이브 문화가 형성되어 온 과정을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1일부터 한국영상자료원 구글 아트 앤 컬처 페이지 (https://artsandculture.google.com/partner/korean-film-archive)에서 감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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