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딥페이크 가담자 수십만명…전문수사 인력은 131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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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등을 통해 딥페이크(이미지·음성 합성기술) 성범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법합성물 유포 수사를 맡고 있는 전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인력은 131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n)번방’ 사건 이후에도 전체 디지털성범죄는 늘고 있음에도 일부 지역에선 전담 인력을 축소한 경우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1일 보면, 올해 6월5일 기준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인력은 모두 131명(26개팀)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팀 규모가 21명(4개팀)으로 가장 컸으며 서울(20명), 경기북부(11명), 부산·대구(10명), 인천·광주·대전·울산·충북·전북·전남·경북·경남(5명), 강원·충남·제주(4명), 세종(2명) 순이다.
각 시·도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은 ‘미투’ 운동을 거쳐 불법촬영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2018년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성폭력 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꾸려졌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 ‘엔(n)번방’ 사건이 불거진 2019년 전국 경찰청 18곳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인력은 99명(21개팀)이었다. 이후 2020~2021년 105명(22개팀), 2022년 109명(22개팀), 2023년 112명(22개팀)으로 큰 변화가 없다 올해 131명(26개팀)으로 확대됐다. 2019년과 비교하면 전체 인력은 32명 늘었으나 그 중 20명(62.5%)은 서울과 경기남부·북부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부산·광주·경북·경남·충남·제주 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 인력은 2019년과 같았고 대전(6→5명), 강원(5→4명) 경찰청 인력은 외려 줄었다.
경찰은 올해부터 일선 경찰서에선 사이버수사팀과 경제팀을 합친 통합수사팀을 운영하고 불법합성물·불법촬영물 온라인 유포나 아동 성착취물 제작·배포·소지 등 사이버성폭력 사건은 피해자 진술 청취 같은 초동 조치만 하고 시·도 경찰청에 넘기도록 수사 체계를 바꾸었다.
이에 따라 시·도 경찰청이 처리해할 사건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이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국 시·도 경찰청이 2019~2022년 맡은 사이버성폭력 사건은 6975건으로, 이는 같은 기간 발생한 전체 사이버성폭력 범죄(1만5071건) 46% 수준이었다.
경찰청은 27일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해 시·도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을 중심으로 내년 3월까지 집중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합성물을 손쉽게 제작해주는 텔레그램 채널에 수십만명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도 피해자일지 모른다’는 시민들의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9일 낸 성명에서 “7개월 집중 단속만으론 부족하다”며 “경찰청 내 딥페이크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국민이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지 않도록 (피해 상황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를 비롯한 여성단체 84곳도 공동성명을 통해 “경찰이 집계한 허위영상물(불법합성물) 범죄 발생은 2023년 180건, 올해 7월까지 297건으로 의아할 정도로 낮은(적은) 수”라며 “다수의 공모 관계자, 플랫폼 등도 함께 책임을 물어 수색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3월 청와대 청원을 통해 텔레그램 성착취 성범죄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 요구가 거세게 일자 경찰은 수사나 국제공조 관련 인력뿐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수사관 성인지 교육 담당 부서까지 아우르는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경찰청 안에 설치해 9개월 동안 집중 단속에 나섰다.
서미화 의원은 “딥페이크 성범죄는 성평등 정책 후퇴에만 골몰하고 디지털성범죄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었던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참극”이라며 “정부는 신종 디지털성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을 확대하고 전담 인력을 대폭 증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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