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어둠을 물리치는 단 하나의 힘, 빛
그리스 신화에서 불은 신의 전유물이자, 지식과 문명, 생존의 상징이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불을 가져와 인간에게 주었고, 인간은 어둠을 뚫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갔다. 빛은 미지의 영역을 밝혀주며 새로운 미래로 인류를 이끌었다.
기독교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빛을 신의 은총과 진리로 해석했다. 고딕 성당의 눈에 선명한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을 통해 신의 존재를 나타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빛은 직선으로 이동하며 그림자가 생기는 것으로 인해 파동이 아닌 입자라는 것을 알아냈다. 빛의 반사와 굴절 현상을 이용해 카메라와 광학기를 만들고, 나아가 데이터 통신 기술에 적용해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했다. 빛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응용으로 우리의 삶은 크게 변화했지만, 그럼에도 빛은 여전히, 그리고 아직도 알 수 없는 신비의 대상이다.
기실 문명(文明)이라는 것도 밝은 빛을 의미하는 것이다. 빛은 과학기술을 넘어 문화예술, 경제의 맥을 뛰게 하는 일종의 기폭제, 즉 트리거(trigger)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빛의 신비를 축제에 적용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다. 우선 프랑스 리옹의 '뤼미에르 축제'. 매년 12월 리옹과 파리는 빛의 도시란 타이틀을 걸고 제각각의 매력을 뽐낸다. 1852년 12월 18일부터 리옹 시민들이 창문을 밝히던 전통에서 시작해 1999년부터 명실상부한 예술 축제가 됐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몬트리올 빛의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캐나다의 겨울 비수기에 열리는 축제로 이름이 높다. 축제 기간 몬트리올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무려 150만 명에 이를 정도여서 겨울철 경기 부흥의 일등 공신이다.
아시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일본 삿포로의 '삿포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이 바로 그 예다. 일본 홋카이도는 이 축제로 겨울철 관광객을 유치해 약 200억엔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강설량이 많은 삿포로 지역의 특성을 활용해 빛과 눈의 오묘한 조화를 통해 독특한 겨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들 축제가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프랑스 리옹 축제는 여러 차례 예산삭감과 정치적 논란에 직면했고, 삿포로의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은 지역경제 둔화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심지어 프랑스 리옹의 뤼미에르 축제는 2015년 파리 테러 사건의 여파로 취소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역경제 부흥을 향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여러 기업·국제적 후원을 유치하면서 안전 강화에 힘 쏟아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켰다.
호주 시드니의 '비비드 시드니' 또한 환경적 영향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빛축제 특성상 대량의 전기 사용과, 설치된 조명으로 인한 환경 훼손 우려도 높았다. 그러나 크고 작은 도전에 하나씩 대응해 나갔다.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개선하고자 LED 조명을 사용하고, 전력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을 총동원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비비드 시드니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축제로 자리매김 했고, 여전히 지역 호텔, 식당, 소매업체 등 다양한 산업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세계의 빛 축제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오면서도 도전에 굴하지 않고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극복해 왔다. 단순히 도시를 밝히는 일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 냈을 시도들을 하나씩 실현해 내면서 지역경제와 문화를 일으키는 효과를 거뒀다.
세종 빛 축제도 어둠을 몰아내고 희망을 불러오는 빛의 힘을 재현하고자 기획됐다. 비록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우리는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에게 희망을 준 것처럼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자 하는 것이다.
빛은 어둠을 물리치고 빛을 밝히는 유일한 힘이다. 빛축제가 다시 세종시의 하늘과 강, 곳곳을 수놓는 날, 우리는 모두가 이 빛의 힘을 느끼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것이다. 빛이 우리 모두를 이끌어 줄 것이다. 어두운 때 빛축제는 희망의 축제다. 최민호 세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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