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자영업자, 코로나19 때보다 더 많다 [뉴스 투데이]
2분기 자영업 폐업 1만5810개
팬데믹때 1만3193개보다 악화
“경기 침체로 2023년부터 고객 크게 감소
포장 주문 많던 팬데믹 때보다 힘들어”
1분기 사업장당 매출 4317만원 불과
영업이익 915만원… 2023년대비 23.2%↓
“가게 내놓은 지 1년 됐지만 문의 없어”
은행권선 자영업자發 부실채권 증가
정부, 전기료 등 지원 확대에도 역부족
전문가 “대상자·금액 더 늘려야”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보다도 손님이 없어 더 버틸 수 없었습니다. 결국 감염병보다 독한 불황에 항복했습니다.”
서울 도봉구에서 4년간 분식집을 운영했다는 홍모(74·여)씨는 지난달 폐업을 결정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경기침체가 지속하며 손님이 뚝 끊긴 탓에 더는 버티지 못한 것이다.
홍씨는 “가게를 내놓은 지 1년이 됐는데도 찾는 사람이 없었다”며 “오픈할 때 샀던 냉장고 등 집기들도 요새 사는 사람이 없어 구매처에 공짜로 넘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령이지만 폐업 뒤 홍씨는 쉴 수도 없다. 최근 암 투병 끝에 사별한 남편 병원비에 가게 적자 등으로 쌓인 빚을 갚기 위해 홍씨는 요양보호사로 재취업하기로 했다.
코로나19에 이어 숨 돌릴 틈도 없이 몰아닥친 3고(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장기화에 생업을 포기하는 소상공인이 점차 늘고 있다.
전국 단위로 확대해 봐도 자영업자 폐업 상황은 심각하다.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2019년 92만2000명에서 2022년 86만7000명으로 줄었다가 2023년에 98만6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 중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사업자 수가 48만218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이유로 폐업한 사업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8792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아직 영업 중이라도 소상공인 상황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올해 1분기 사업장당 매출액이 4317만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7% 줄었고, 영업이익은 915만원으로 23.2%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들의 재무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도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 개인을 넘어 금융권, 경제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어서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2분기 말 개인사업자 대출 중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액은 1조453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119억원)와 비교해 3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만기 연장을 거듭했던 개인사업자 대출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 0.69%를 기록해 2014년 11월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뒤 6월 0.57%로 소폭 내려왔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0.16%포인트 높은 수치다.
은행권에는 자영업자발(發) 부실채권이 쌓이는 중이다. 국내은행의 2분기 개인사업자 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6월 기준 0.44%로 1분기와 비교해 0.03%포인트 상승했다.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도 지원 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의 전기요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제4차 전기요금 특별지원사업’의 신청·접수를 2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1, 2차 3000만원, 3차 6000만원이었던 연매출 기준을 간이과세 기준인 1억400만원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반년 넘게 사업을 진행했으나 전체 사업 예산 2520억원 중 집행된 예산이 40%(1000억여원) 수준에 그칠 정도로 지원 대상 기준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확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된 정부의 2025년도 예산안에도 영세 소상공인 배달비 지원 예산으로 2000억원이 배정됐다. 정부가 배달·택배비를 최대 연 30만원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원 대상은 연매출 1억400만원 이하로 전기료 지원과 동일하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일찌감치 현실적인 기준으로 지원이 이뤄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간이과세 수준으로 지원 기준을 끌어올린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간이과세 기준도 영세소상공인을 규정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지원 금액과 대상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지원 정책은 건전재정을 고민하는 기획재정부 중심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 부처 중심으로 돌아가야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명준·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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