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만 내면 다 되는 VC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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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는 일 없나요?" 최근 만난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는 "VC 대표들을 만나면 조직 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종종 나눈다"며 "펀드레이징이 힘들고 자금 회수도 어려워지니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일부 대형 VC들은 미국의 VC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를 따라가고 있다.
국내 VC의 한 대표는 "스타트업에 돈만 대고 '알아서 잘 커라'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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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는 일 없나요?” 최근 만난 국내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는 “VC 대표들을 만나면 조직 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종종 나눈다”며 “펀드레이징이 힘들고 자금 회수도 어려워지니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벤처 투자 호황기 시절 VC들은 막대한 자금을 여기저기 뿌리고, 스타트업들은 돈의 힘에 의존해서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길어지며 이른바 유니콘 기업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고, VC들은 과거와 같은 투자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국내 일부 대형 VC들은 미국의 VC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를 따라가고 있다. 벤처 업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투자사인 a16z는 약 86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사다. 그러나 처음부터 화려하게 데뷔하며 꽃길만 걸어온 곳은 아니다. 2016년 결성한 펀드4(Fund IV)는 마이너스(-)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했고, 이후 펀드 일부는 S&P500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a16z가 거대 VC로 성장한 이유는 ‘대담한 생각’ 덕분이다. a16z는 독특한 운영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다른 회사를 모방했다. 그중 하나가 미국 최대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CAA다. CAA는 고객의 성공을 돕기 위해 전방위적인 서포트를 제공하는 능동적인 플레이를 구사한다. a16z도 피투자사의 에이전시를 자처하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팀을 가진 VC로 변화했다. 여느 VC가 심사역을 늘리는 데 집중할 때 오퍼레이션팀과 백오피스팀을 늘리며 투자팀 대비 4배 이상의 진용을 구축했다.
최근 국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그로스파트너본부를 만들고 피투자사의 성장 지원을 돕고 있다. 에이티넘은 작년과 올해 PR, IR, HR 전문가들을 연이어 영입하며 포트폴리오 기업 지원에 힘을 쏟는 중이다. 카카오벤처스는 VAP 제도를 공식화하며 피투자사 밸류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알토스벤처스도 ‘회사의 성장을 돕는 일’로 업무 영역을 명시하며 전문가 채용을 진행했다.
다만 아직까지 VC 업계에서는 의견이 나뉘는 모양새다. “과연 기업가치 1조원까지 성장 가능한 회사를 도와준다고 10조원이 될 수 있을까, 망할 것 같은 회사에 지원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다. VC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비판도 있다. VC는 잘 투자하고, 잘 회수하는 투자가로서의 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벤처 투자 호황기 시절에 젖은 과거의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게 분명하다. 당장 금리가 내려가면 유동성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경기 사이클은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VC의 한 대표는 “스타트업에 돈만 대고 ‘알아서 잘 커라’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제는 물주에서 파트너로 변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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