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아버님댁에 ‘AI 휴머노이드 로봇’ 놔드려야겠어요”[김상범의 실리콘리포트]
스스로 길 찾아서 시속 8㎞ 보행
테슬라 ‘옵티머스 2’…2600만원
중국 유니트리서 최근 공개 ‘G1’
전선 납땜·간편 조리…1850만원
오픈AI·구글 등 로봇 경쟁 가속
영화 속 로봇과 공생 성큼 다가와
# “하루 최대 30파운드(약 13㎏)의 무게를 들고 7시간 이상 걸을 수 있어야 함. 하루 종일 서 있고, 앉고, 걷고, 몸을 구부리고, 웅크릴 수 있어야 함. 시급은 25달러(3만3000원)~48달러(6만4000원), 복리후생 제공.”
물류 창고나 건설 현장 채용 공고인가 싶지만, 아니다. 지난달 초 테슬라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고다. 직책 이름은 ‘데이터 수집 운영자’. 이들이 모션캡처 슈트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수행하는 모든 동작들은 디지털화된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훈련시키기 위해서다.
# “로봇 옷을 입은 사람 아냐?” 노르웨이 기업 ‘1X’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 베타’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가방을 사람에게 건네주는 동작이 꽤 자연스럽다. 금속 유압장치 대신 인간의 근육과 비슷한 구조를 차용했다고 한다. 인공지능(AI)이 적용돼 스스로 ‘학습’도 가능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2세대(사진)는 안정적인 자세로 최대 시속 8㎞로 걸을 수 있다. 무릎을 굽히고 상체를 내리는 자세도 취한다. 깨지기 쉬운 달걀은 조심스럽게 집는다. 테슬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이 탑재돼 갈 길을 알아서 찾는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이 2020년 인수한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친숙하다. 지난 4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자사 4족 로봇 ‘아틀라스’ 구동 부품을 기존 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장착한 새 모델을 내놨다. 공개된 영상에는 아틀라스가 능숙하게 팔굽혀펴기를 하는 장면이 담겼다.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은 상업용은 3만~10만달러, 연구용 고급모델은 20만달러 선에 형성돼 있다.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이에 ‘소비자용 양산형 로봇’을 내놓으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테슬라의 목표는 옵티머스 가격을 2만달러(약 2600만원) 정도로 낮춰 공장·서비스 현장 등에 보급하는 것이다.
중국 로봇회사 유니트리가 최근 공개한 ‘G1’도 주목할 만하다. G1의 가격은 9만9000위안, 약 1850만원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차 모델 ‘캐스퍼’ 한 대 값이다. 초등학생 정도 몸집으로, 전선 납땜이나 프라이팬의 음식을 뒤집는 행동이 가능하다.
AI 기업들도 휴머노이드 로봇에 주목하면서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의 탄생을 앞당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오픈AI는 최근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와 파트너십을 맺고 4년 전 해체했던 로봇팀을 재가동했다.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1’에는 오픈AI의 챗GPT가 적용됐다. 구글 딥마인드도 올해 초 스탠퍼드대와 손잡고 양팔 로봇 ‘모바일 알로하’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사람이 원격 조작으로 요리, 청소 같은 작업을 50번 정도 시연해 보이면 거의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다.
스스로 걷고 뛰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AI와 결합한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이 될까.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상상은 약간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미 도로 위의 테슬라 자동차 수백만대에서 실시간 비디오가 수집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수억~수십억대에 달하는 옵티머스가 현실 세계로부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게 될 것이다. 이 방대한 데이터는 궁극적으로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가장 거대한 원천(source)이 될 것이다. 테슬라 자동차는 도로 위에만 있지만, 옵티머스 로봇은 어디든 갈 수 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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