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미디어·콘텐츠 사업 'AX' 적극적인 이유
윤진현 KT 미디어연구개발담당 인터뷰
"그룹사 전반, AI 혁신…새로운 먹거리 개발"
"KT가 미디어·콘텐츠 분야 인공지능 전환(AX)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미디어 밸류체인을 보유한 그룹사 전반에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혁신을 이뤄내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는 한편, 새로운 먹거리도 개발하기 위해섭니다."
업무효율 향상→부가가치 창출→신사업 확대
윤진현 KT 미디어연구개발담당은 지난달 29일 광화문 사옥에서 비즈워치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AI 도입 초기에는 미디어 운영 효율을 향상하는 것을 중심으로 적용했는데,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통해 부가적인 가치를 생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KT그룹 미디어 가입자는 현재 1300만 가구,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42%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그룹사의 순수 콘텐츠 매출은 총 6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는데, AI를 통해 성장을 더욱 거듭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KT그룹은 12곳에 달하는 콘텐츠·미디어·플랫폼 분야 그룹사 역량을 한데 모으고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내년 미디어 관련 사업 매출 5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도 오는 2025년까지 30편 가량을 제작한다. KT그룹의 미디어 계열사는 △원천 IP(스토리위즈, 밀리의서재) △콘텐츠 기획·제작(KT스튜디오지니) △콘텐츠 기획·채널 운영(skyTV) △콘텐츠 플랫폼(KT 지니 TV, KT스카이라이프, HCN, 알티미디어) △OTT 구독(지니뮤직) △콘텐츠 유통·광고(KT알파, 나스미디어, 플레이디, KTis) 등에 걸쳐 있다.
KT는 이에 따라 IPTV 업계 최초로 AI로 영상을 분석하고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B2B(기업간거래) 종합 미디어 솔루션 '매직플랫폼'과 이를 활용한 'AI 오브제북'을 선보이며 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상무는 "AI 오브제북은 책은 밀리의서재, 기획은 KT알파, 미디어 솔루션은 KT, AI 기반 배경음악은 지니 뮤직이 맡는 등 KT 그룹 미디어 시너지의 결정체로 탄생한 사례"라며 "AI 기술들을 그룹사에 확대 적용하거나. 그룹사가 보유한 자산들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지난 6월 국내 IPTV 최초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지니 TV AI트래블뷰'도 선보였다. 유명 도시나 휴양지의 모습을 AI로 이미지와 사운드를 생성해 제작한 콘텐츠 채널이다. 윤 상무는 "AI 트래블뷰는 출시 후 누적 이용 고객이 약 10만명에 달하며, 이용횟수도 30만회가 넘는다"고 전했다.
이같은 기술과 서비스는 KT그룹사뿐 아니라 외부로도 확장 가능한 모델이다.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윤 상무는 "향후 그룹 내부를 넘어 AI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다양한 파트너사들에게 KT의 AI 기술력을 제공해 미디어 생태계가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KT의 '지니TV 쇼핑 인사이트'도 홈쇼핑 방송사업자 등 외부 파트너사에 도움을 주고 있는 서비스다. KT의 미디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청·반응 행태 분석을 통해 해당 사업자들의 전략적 판단을 돕는 것이다. 윤 상무는 "향후 AI 기술을 활용해 상품 추천과 마케팅 AI 솔루션화, 미디어커머스 접목 등 신규 수익 창출을 위한 커머스 인프라로 고도화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홈쇼핑 외 다른 채널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도 검토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매직플랫폼에서 시청이력을 기반으로 개인화 추천 서비스, 함께 많이 본 영상 추천 등 AI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윤 상무는 "시청 빅데이터와 생활 패턴을 분석해서 영화·드라마·VOD(주문형비디오)뿐 아니라 특정 시간대에 자주 보는 라이브 채널까지 가구별 맞춤형으로 추천해 편의와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며 "경쟁사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상당히 결이 다른 추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추천 문구과 콘텐츠 추천이 제공되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만족도를 높이면 콘텐츠 이용 시간과 VOD 이용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이에 더해 오는 4분기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AI 골라보기'는 KT의 미래 고객인 MZ(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충족하는 서비스로 기획되고 있다. 윤 상무는 "MZ 세대에서 인물·장르별로 필요한 장면만 짧게 골라보는 숏폼 트렌드가 대세"라며 "KT도 미래세대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AI 골라보기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인데, 예를 들면 '나는 솔로'에서 옥순이만 골라보고, '미스트롯'에서 노래 장면만 골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로 확인되는 성과…'AICT 컴퍼니'로 진화
KT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콘텐츠 투자·제작·마케팅·관제 등 미디어 사업 전반의 AX도 추진하고 있다. AI로 드라마 흥행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의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윤 상무는 "드라마의 흥행을 예측했을 때 10개 중 8~9개는 맞히고 있고 영화의 경우 90% 이상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며 "경쟁작의 흥행과 같은 조건의 갑작스런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오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분기별로 최신작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면서 AI 모델을 갱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X를 통한 효율성 증대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윤 상무는 "지난해 10월 지니TV를 론칭할 당시 사용자 환경·경험(UI·UX)를 전면 개편하면서 매직플랫폼에 적용된 AI 기술을 활용해 포스터의 세로-가로 전환 작업의 60% 이상을 쉽고 빠르게 제작했다"며 "또 매직플랫폼을 통해 생성형 AI로 힐링 콘텐츠를 제작중인데, 제작 소요시간이 편당 7일에서 1일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미디어 관제 시스템 '닥터지니'를 통해 IPTV 채널신호의 품질 이상도 기존보다 26% 줄였고, 채널 서비스 장애를 조치하는 시간도 기존 대비 4분의 1로 단축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AX에 어려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파급력이 큰 TV 화면으로 노출되는 영역에 AI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그가 늘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런 까닭에 AI가 만든 결과물의 최종 검수는 사람이 하고 있다. 또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모든 기술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일이다. 윤 상무는 "자체 기술로 내재화도 많이 했지만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모든 서비스를 직접 개발할 수도 없고 인력이나 리소스 측면도 고려해야 했다" "그래서 다양한 빅테크의 기술을 사용하거나 오픈소스기반의 기술을 많이 활용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상당 부분을 자체 기술력으로 AX를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KT그룹이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콘텐츠 빅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다. 윤 상무는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이라며 "KT그룹은 방대한 미디어 이용행태 빅데이터를 보유한 사업자인데, AI 역량 확보를 위해 인재를 최근 대거 등용해 'AICT(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 컴퍼니'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AI 기술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더 나아가 외부 사업자들을 지원하는 방식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방향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윤 상무는 "현재까지 AI를 내부에 활용하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지니TV 이용자들이 AI를 실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AI와 빅데이터 역량을 활용해 B2B(기업간거래), 광고·커머스 사업도 강화해 실질적 성과 창출과 새로운 먹거리 개발에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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