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첫 회담, 민생 협의기구 합의…"차분·허심탄회하게 대화"

안재용 기자, 차현아 기자, 오문영 기자, 박상곤 기자 2024. 9. 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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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담을 마치고 함께 이동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년 만에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유예와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구체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회담은 비교적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대표는 3대3 공식 회담 직후 약 40분 간 비공개 '독대'를 하기도 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여야 당 대표 회담 후 회담 결과 공동 발표문을 발표했다.

여야 당 대표 간 공식 회담은 양당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해 3대3 회담으로 진행된 후 오후 4시20분 쯤 종료됐다. 다만 두 사람은 이후 회담 결과문 작성이 진행되는 동안인 40분 간 본관 3층 접견실에서 따로 만났다. 당초 두 사람 간 독대는 예정되지 않았으나 즉석에서 사실상 독대가 이뤄진 셈이다.

양당 간 회담 결과 공동 발표문에는 △민생 공통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기구 운영 △금투세 관련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등 종합적 검토 △추석 중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대책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할 것 △반도체·AI(인공지능) 산업 및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위한 지원방안 논의 △가계·소상공인 부채·부담 완화 위한 지원방안 강구 △육아휴직 확대 위한 입법과제 추진 △딥페이크 범죄 제도적 보완 방안 추진 △지구당 부활 적극 협의 등에 대해 논의할 것 등이 담겼다.

그러나 양당은 각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양당은 금투세 문제에 대해 폐지·유예·완화 등 협의 방향을 확정하지 못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내년도에 시행되는 것은 유예하자고 했지만 이 대표가 그 부분은 좀 더 논의하자는 입장"이라며 "그와 함께 상법 개정안 등 포함된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까지 같이 논의하는 게 맞겠다는 의견으로 그 내용을 발표문에 포함했다"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도 "금투세 시행 여부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비정상적인 여러 양태들에 대한 근본적 개혁조치가 함께 수반되지 않으면 우리가 희망하는 자본시장 활성화나 국민 주식투자로 자산 증식하는 것은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자고 한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스1(공동취재)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에 대해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허심탄회한 토론이 있었지만 아쉽게 서로 합의하지 못해 각자 생각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곽 수석대변인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기한에 맞춰서 당의 입장을 낼 수 없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속 논의하는 과정이며 그에 대해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따로 만나 한 대표가 제3차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 추진 의지를 보였다며 "(한 대표가) 법안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반면 곽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한 대표가 법안 발의 중이라는) 그런 사실은 없다"며 "한 대표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이해는 가지만 그 요구에 따라갈 수는 없다고 했다"고 했다.

'의료 공백'에 대해 곽 수석대변인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부분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는 부분에도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도 "다른 부분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부분이 있어 합의에 이른 부분만 결과를 발표문에 포함시켰다"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도 "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책임자를 문책하고 대체기구 구성 등을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합의를 하지는 못했고, 다만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요 현안에 대해 사실상 여야 당 대표 간 이견 차만 확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곽 수석대변인은 "민생경제 등 부분에서는 향후 입법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어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조 수석대변인도 "민생 공통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 틀을 만들어서 진행하기로 했으니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합의"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 분위기에 대해서는 조 수석대변인이 "언성이 높아지거나 하지 않았고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다"며 "서로 의제에 대해 얘기하고 상대 생각을 듣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문건)을 보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계엄령 관련 발언에 대해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치공세"라며 "(계엄령 준비는)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야 대표가 공식 의제를 갖추고 논의 테이블에 앉은 건 2013년 황우여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 간 회담 후 11년 만이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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